본문으로 바로가기
64482206 0682020112964482206 02 0201001 6.2.2-RELEASE 68 동아일보 0 false true false false 1606651620000

감찰 검사 “‘尹 죄 안된다’ 썼지만 삭제”…법무부 “징계 이견 없었다”

글자크기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판부 사찰 문건’에 대해) 직권남용죄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찰담당관실에 있는 검사들도 제 결론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수사의뢰 과정에서) 이런 부분은 합리적 설명 없이 삭제됐다.”

9일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41·사법연수원 36기)는 검찰 내부망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수사의뢰 조치 등을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이 검사는 지난달부터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돼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전담해왔는데, 감찰 실무자인 이 검사까지 ‘판사 사찰 의혹’을 이유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 감찰 검사 “수사의뢰 결정, 위법…자료 삭제”

이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총장님에 대한 수사 의뢰 결정은 합리적인 법리 검토 결과를 토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 절차마저도 위법하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며 글을 올린 배경을 설명했다.

이 검사는 관련 의혹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던 도중에 추 장관이 급작스럽게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추 장관이 징계청구를 발표한 24일 이 검사는 문건 작성 경위를 알고 있는 대검 관계자 등을 상대로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관계자는 문건에서 특정 판사를 거론하며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이라고 적었다. 이 검사는 대검 관계자들이 이런 정보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본 것이었다. 추 장관은 같은날 오후 6시경 “감찰 결과 중대한 비위 사실이 확인됐다”며 윤 총장에 대한 조치를 발표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 산하의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주요 사건 재판부의 출신 학교와 세평 등을 문건으로 정리한 것을 ‘판사 사찰’이라고 주장하며 윤 총장의 징계 사유로 삼았다.

이 검사는 “문건 내용과 직권남용 판결문을 검토한 결과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수사의뢰 전후해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를 재검토하라는 등 지적을 받은 적이 없는데, 제가 작성한 보고서 중 수사의뢰 내용과 양립할 수 없는 부분은 합리적 설명 없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문건 작성은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검찰총장의 징계 사유로 볼 수 있다는 점에 관해선 이견이 없었다”며 “하지만 확인된 사실만으로 (윤 총장의)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유사한 판사 사찰 문건이 더 있을 수 있는 등 신속한 강제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의뢰했다”며 “파견 검사가 작성한 법리검토 보고서는 감찰 기록에 그대로 있다”고도 했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박은정 감찰관 발탁 검사까지 반발

이 검사는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되는 박은정 감찰 담당관(48·29기)이 직접 윤 총장 감찰을 지시하기 위해 발탁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박 담당관의 대학 8년 후배인 이 검사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박 담당관과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함께 근무했다. 이 검사는 최근에는 박 담당관의 지시를 받아 대검 청사로 찾아가 윤 총장 대면 조사를 요구했다. 이 검사는 2017년 서울남부지검 근무 당시엔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조작한 혐의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 등을 구속시킨 이력도 있다.

검찰 안팎에선 “이 검사까지 반발하고 나선 건 추 장관 조치의 위법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미 법무부는 감찰관실 총 책임자인 류혁 감찰관(52·26기)의 결재 없이 윤 총장에 대한 수사 의뢰를 강행했다. 류 감찰관은 박 담당관과 윤 총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 등을 두고 언쟁을 벌인 뒤 결재 라인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