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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잣값 17억인데 3억 보상"···공원개발에 짓밟힌 '산삼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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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원봉공원 부지 산삼 밭 벌목작업

밭주인 한씨 “협의 없이 나무 베어내”

2015년부터 원종산삼 125만 뿌리 심어

“도시공원 개발이유로 꿈 짓밟아” 토로



폭탄 맞은 소나무 밑에 깔린 산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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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원봉근린공원 부지 산삼 밭에 소나무 수십 그루가 베어져 있다. 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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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야산. 벌목 작업을 막 끝낸 소나무 수십 그루가 폭탄을 맞은 듯 쓰러져 있었다. 이곳은 청주시 도시공원개발 사업 중 하나인 원봉근린공원 부지의 일부다. 사업시행사가 아파트와 공원을 만들기 전 문화재 시굴 조사를 이유로 나무를 베어낸 현장이다.

수북이 쌓인 소나무 사이를 헤집던 한송환(58)씨는 “이 숲에 산삼을 잔뜩 심어놨는데 협의도 없이 며칠 전부터 나무를 베어 올라오기 시작했다”며 “땅이 훼손돼 산삼을 수확할 수도 없고, 심은 자리가 어디인지도 구분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조경업에 종사하는 한씨는 2009년 임업 후계자 증서를 받은 뒤 산삼 재배 사업을 준비했다. 2015년에는 청주의 한 산삼 증식업자 김모(50)씨를 만나 원종산삼(元種山蔘) 종자에 대한 독점 보급 계약도 맺었다. 2015년부터 5년간 원종산삼 종자를 보급받고, 재배기술을 전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특허 등록된 원종산삼은 김씨가 천연 산삼의 씨를 그대로 받아 문의면 등 산에서 특수재배한 산삼의 한 종류다.



“종잣값 17억원인데 보상가 3억2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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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환씨가 지난 24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원봉근린공원 사업 부지에서 산삼을 심은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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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는 “원종산삼은 일반 산양삼보다 효능과 가격면에서 10배 이상 뛰어나다는 얘기를 듣고 산삼 재배 사업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종중 소유의 산 6만9265㎡(2만평)를 임대해 원종산삼과 장뇌삼, 더덕, 도라지 등 임산물을 심었다. 원종산삼의 경우 종자 1㎏당 3300만원에 보급받기로 했다. 원종산삼 종자 1㎏은 산삼 2만5000뿌리를 심을 수 있다. 장뇌삼은 1㎏당 40만원에 보급 계약을 체결한다.

한씨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아내 임모(55)씨와 함께 매년 11월 하순과 4~5월에 산 곳곳을 돌아다니며 산삼을 직접 심었다. 절도를 막기 위해 폐쇄회로TV(CCTV) 12대를 설치하고, 등산로를 제외한 밭에 철조망도 둘렀다. 한씨는 “10년 이후를 내다보고 산삼을 잘 키워서 삼을 팔고, 천연 의약품 등 가공품을 만들 것으로 기대했다”며 “아내는 노후 준비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새벽 4시부터 밤 늦게까지 산지기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한씨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 11일이다. 도시공원 시행업체인 A사는 공문을 통해 한씨 소유의 임산물 보상가를 3억2000여만 원으로 책정하고 협의를 요청했다. 한씨의 원종산삼(3년근 이하~7년근 이하) 등이 3억1000여만 원, 도라지·더덕은 910여만 원으로 책정됐다.



“5년간 밤낮 산지기 헛수고”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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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원봉근린공원 부지에 심은 원종산삼. 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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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한씨는 “종잣값만 17억원이 들었는데 터무니 없는 보상액이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한씨와 아내는 지금까지 원봉공원 부지에 원종산삼 50㎏(종잣값 16억5000만원), 장뇌삼 100㎏(4000만원)을 심었다. 이 중 10억원을 종자 보급업자 김씨에게 줬고, 나머지 금액은 빚을 진 상태라는 게 한씨 측 주장이다.

한씨는 “시행사가 말도 안 되는 감정평가액을 제시하면서 공사 일정을 이유로 나무를 먼저 베어냈다”며 “산에 심은 125만 뿌리의 원종산삼을 다른 곳에 옮겨심으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했다. 그는 도시공원 공동사업자인 청주시와 사업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나무나 농작물의 경우 수령이나 크기에 따라 법적으로 보상가액이 정해져 있으나, 산삼은 그 기준이 없다”며 “산삼 전문가가 진행한 용역결과를 근거로 보상금액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용역을 수행한 전문가 B씨는 “한씨가 심은 산삼의 표준 채집을 통해 감정을 진행했다”며 “성분 분석결과 원종산삼으로 판명됐다. 삼의 가치가 18억원으로 추정되나, 시중에 팔 수 있는 삼은 3억원 정도라고 분석했을 뿐 보상 가격을 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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