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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말실수’ 무기로 쓰는 여당 입법 문지기 윤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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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위원회 ‘파행’에 야권 보좌진·의원 ‘반발’… 계획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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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가운데)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오준엽 기자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입법의 실질적 최종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 야당은 별다른 힘도 쓰지 못한 채 장외로만 밀려나고 있다. 지난 6월 21대 국회가 개원한 후 단 한 차례도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모습을 연출하지 못했다. 그 선두에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있다.

27일 법사위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할지를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전날 윤 위원장의 입을 통해 나온 두 문장으로 인해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한 ‘반쪽’짜리 공청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날 윤 위원장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간의 갈등에 대한 긴급현안질의를 앞서 요구한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의 사보임을 공식요청하며 김 의원 보좌진을 향해 “좀 제대로 보필하라”면서 입법보좌관 자격시험 제도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야당 보좌진을 ‘무능력자’로 전락시킨 셈이다.

나아가 공수처법과 야당의 요구를 맞바꾸자고 윤 위원장이 제안했다는 말을 공개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을 행해서는 자신의 발언을 왜곡했다며 “어떤 의도로 그렇게 했는지 모르지만 ‘찌라시’ 만들 때 버릇이 나온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말해 본인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 대표인 이낙연 의원 역시 재직했던 신문사 기사를 ‘찌라시’로 폄훼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의원실 소속 보좌진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당장 야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윤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고, 의원들은 이날 공청회 출석을 포함해 법사위 회의에 대한 출석거부에 들어갔다. 심지어 본인은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될 위기에 몰렸다. 역으로 ‘법사위원장 자격 심사제’를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제는 윤 위원장의 입을 통해 벌어진 여·야 간 ‘파국’이 앞서서도 수차례 이뤄졌다는 점이다. 당장 21대 국회에서만 벌써 3~4차례나 된다. 지난 10월 국방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도 윤 위원장의 편파적 운영과 야당의 요구를 막아서는 발언이 문제가 돼 ‘파행’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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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25일 야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체회의를 15분만에 산회시켰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에는 지금까지 사회적 혼란과 여론악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소위 ‘임대차3법’을 야당의 반대와 표결거부에도 과반의석의 힘으로 강행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윤 위원장의 언행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등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4·15 총선과정에서도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애마(愛馬)’로, 박형준 전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시종’으로 표현하며 김종인 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으로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할 뻔했다. 이외에도 윤 위원장의 입은 때론 야당을, 때론 자당의 반대파를 저격하고 상처내는데 사용됐다.

그럼에도 윤 위원장은 고개 숙이지 않고 있다. 사과를 할 이유도, 생각도 없다는 답변만 뒤를 이었다. 금번 야당 보좌진을 향한 ‘무능력’ 발언과 관련해서도 본인이 보좌관 선배모임 회장임을 언급하며 “사과할 일은 아니다. 보좌관 선배로서 한 얘기”라고 답했을 뿐이다.

이에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정치에도 상식과 예의가 있고, 발언에도 금도가 있다”면서 윤 위원장을 향해 “공식사과를 촉구하며, 적절한 사과가 없으면 보좌진 전체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일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을 엄중 경고한다”고 했다.

한편 윤 위원장의 ‘말실수’로 포장된 ‘거친 말’을 두고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교묘한 전략적 발언”이라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절대 극단적이고 문제가 될 말은 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본인의 의도를 짐작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만든다. 이후 사안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간다”면서 “윤 위원장이 있는 한 야당이 법사위의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윤석열 총장 관련 사안 또한 본질이 아닌 본인이 뱉어낸 발언이 또 다른 논쟁점이 되며 출석거부 문제에 집중될 눈을 분산시키지 않았냐”면서 “전선을 여러 곳으로 늘려 화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는 고도의 전략이다. 이런 윤 위원장의 수를 간파하고 휘둘리지 않는 전략가가 야당에겐 필요한 시점”이라고 첨언했다.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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