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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의 시대]日부동산버블 충격…베이비부머의 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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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신탁제도의 시작과 발전①

[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센터장] 일본의 신탁제도는 1905년 러일전쟁 이후 전후 복구를 위해 투자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일본이 ‘담보부사채신탁법’을 제정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신탁이 시작된 영국에서는 개인 재산의 관리 목적으로 신탁업이 시작된 반면 일본의 신탁업은 기업의 부동산을 담보로 장기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1922년에 ‘신탁법’과 ‘신탁업법’이 제정되면서 초기에는 전후 복구기와 고도 성장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대부신탁, 금전신탁 등 장기신탁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신탁이 사회와 산업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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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센터장

점차 개인의 금융자산은 점차 증가함에 따라 신탁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긴다. 즉 산업의 안정적 자금조달 수단에서 점차 법인이나 개인의 재무관리 또는 개인 대상의 다양한 신탁상품이 등장했다. 고령화가 깊어짐에 따라 일본은 신탁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차례의 적극적인 제도개혁을 진행해왔다. ‘금융제도개혁법’ 제정(1992년)으로 주요 금융회사의 신탁 자회사를 통한 신탁업무가 허용되었고 신탁대리점제도가 도입(1993년)되어 신탁 서비스가 대중화되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신탁겸영법’ 시행령 개정(2001년)으로 비금융회사의 신탁업이 허용되고, ‘신탁법’(2004년) 및 ‘신탁업법’(2004년, 2006년)의 개정으로 신탁 대상 범위가 확대되고 이후 양적·질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로 이어지고 있다. 2006년도 일본 개정 신탁법은 우리의 현재 개정 신탁법의 주요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중(重)고령화’ 현상과 ‘대상속 시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 제1차 베이비부머 세대인 ‘단카이 세대’는 이제 70대 중반이 되었고, 일본에서 초고령화 시대의 주류 세대를 이루고 있다. 일본에서는 인간이 살면서 맞이하는 ‘라이프 이벤트’ 중 최종 이벤트인 상속 이벤트가 쓰나미처럼 몰려올 시기를 가리켜 ‘대상속 시대’라고 칭한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이에 대비할 전략들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의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른 것은 2006년부터이다. 같은 해 일본은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율이 20%를 넘어 세계 최초로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일본에는 고령자 사망자 수와 후기고령자의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고령자’는 65세 이후 인구를 칭하고, 이 중에서 65~74세 고령자를 ‘전기고령자’, 75세 이상의 고령자를 ‘후기고령자’라고 한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서 내놓은 ‘일본의 미래추계인구’에 따르면 2010년에 약 3000만 명이던 고령자가 2040년에는 약 4,000만 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또 2018년 3월 ‘후기고령자’ 수가 1,770만 명으로 전기고령자를 추월하였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령자를 떠받치는 부담이 커지는 이 상황을 가리켜 ‘중(重)고령화’가 도래했다고 표현했다.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 수는 캐나다 전체 인구(3,671만 명)와 맞먹는다.

인구구조가 ‘중고령화’가 되면서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2006년 109만 명이던 사망자 수가 2016년에는 130만 8,000명으로 증가했다. 10년 만에 20% 늘어난 셈이다. 장례업계 관계자는 “일본 어느 장례식장 시신 보관소에 가도 화장터 행을 기다리는 시신들로 꽉꽉 차 있다”라고 했다. 사망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상속과 관련된 여러 이슈가 함께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사회는 개인의 고령화가 가족의 고령화, 사회의 고령화로 이어지면서 인구 전체가 늙어가고 있다. 그 결과 고령자들에게 ‘고여 있는’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요구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신탁의 규모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고령자 자산의 증가와 신탁 잔액의 증가

2014년 일본 총무성의 “전국소비실태조사”를 분석하여 다이와종합연구소에서 발표한 ‘세대주의 연령별 금융자산보유액’을 보면, 60대 이상이 65%를 보유하고 있다. 또 2018년 3월 기준 일본 총무성의 ‘전국소비실태조사’를 보면 일본 은행이 발표한 약 1,829조 엔(약 1경 8,604조 원)에 달하는 일본의 개인 금융자산 중 60% 이상을 60세 이상이 보유한다. 즉 금융자산이 고령자에게 쏠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인구구조가 급격히 고령화되니 이 비율은 점점 증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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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들은 은퇴 후에도 일정한 소비수준을 유지하고 재해나 질병에 대비한 자금을 준비하기 위해 현금을 갖고 있으려는 욕구가 강하다. 은퇴 후 노후자금 마련이나 내구재 소비 자금 마련 등을 위한 금융자산 보유가 과거에 비해 많이 증가했는데, 이는 고령화에 따른 유동성 확보 선호에 주로 기인한 것이다.

또한 1991년 버블붕괴에 따른 토지 등 부동산 가격의 급락을 경험한 것이 가계금융자산을 증가하도록 영향을 주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니 보호장치 마련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또 본인 사후에 배우자가 존엄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 자식에게 자산을 현명하게 물려주는 것, 손자녀에게 교육비를 지원하는 것 등에 대한 고민이 함께 늘어난다.

그러나 저축만으로는 고령자들의 이런 복잡한 요구를 담아낼 수 없고 제도적 장치가 따라주어야 한다. 그 결과 다양한 사회적 욕구를 담아낼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가진 신탁에 자연스럽게 의존하기 시작했다.

즉 고령자 자산이 늘어나면서 신탁 규모도 늘어났다. 일본신탁협회가 2018년 12월 27일 발표한 자료를 통해 신탁재산의 현황을 보면, 신탁재산 총액은 사상 최고 금액으로 1,156.2조 엔에 달한다(2018년 9월 말 현재). 이는 2017년 말 대비 74.7조 엔 증가(6.9% 증가)한 금액이다. 2018년 신탁의 증가 내용을 살펴보면 신탁은행 등의 수탁자가 스스로 재량에 따라 자산을 운용하는 기능이 있는 자산 관리형 신탁이 증가했다.

재산 상속에 대해 아무런 뜻을 남겨두지 않고 부모들 사망 후 자녀의 분쟁이 증가하면서 유언장을 작성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유언장을 보관해주는 금융기관의 서비스와 상속집행서비스도 증가하였다. 이 밖에 신탁의 유연성을 살린 새로운 신탁상품이 늘어났는데, 자산의 보전을 위한 유언대용신탁, 교육자금증여신탁, 후견제도지원신탁, 결혼육아지원신탁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의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 편에 소개하고자 한다.

◆배정식 센터장은…

1993년 하나은행에 입사해 현재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2010년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리빙트러스트를 연 뒤, 신탁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서울대 금융법무과정, 고려대 대학원(가족법), 건국대 부동산 대학원 등을 거쳐 호서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금융연수원 등에서 강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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