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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檢 “재판부 분석은 일상 업무”… 秋 “불법사찰과 차이 없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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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운명 가를 ‘판사 문건’ 첨예 대립

추미애 “판사들 특정 판결만 분류해

이념적 낙인 찍고 모욕적 인격 부여”

“야구심판의 성향 파악도 사찰인가”

일선 검사들 “문제없다” 잇단 지적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 절차 놓고

秋 부당 개입 여부 지적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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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사찰’ 문건 논란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배제 및 징계 사태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문건 내용을 사찰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문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며 이 과정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부당하게 개입했는지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7일 추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검찰총장 지시에 따라 판사들의 많은 판결 중 특정 판결만 분류해 이념적 낙인을 찍고 모욕적 인격을 부여했다”며 “충격”이라고 밝혔다. 이어 추 장관은 “윤 총장과 변호인은 수사대상인 판사 불법사찰 문건을 직무배제 이후 입수한 뒤 심지어 이 내용을 공개했고, 문건 작성이 통상의 업무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법원과 판사들에게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은 것에 크게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추 장관은 해당 문건에 대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정보기관 불법사찰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건이 존재한다는 데 대해 일부 판사들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윤 총장은 이에 대해 일상적인 업무였다는 입장이다. 윤 총장과 변호인 측은 전날 판사들의 성향과 개인정보 등이 담긴 9장의 문건을 공개했다. 윤 총장 측의 이완규 변호인은 “인터넷 등을 통해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정보를 모은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많은 일선 검사들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차호동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는 “공판중심주의, 당사자주의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절차에서 검사·피고인 측이 사건 담당 재판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미국 예에서 찾아보겠다”며 글을 올렸다. 차 검사는 캘리포니아 법관을 ‘고집이 센 판사’, ‘통제에 집착’, ‘조정할 줄 모름’ 등으로 평가한 글을 공개하며 “온라인에서 1분만에 검색으로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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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추 장관은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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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욱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은 야구에 빗대 “코치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심판의 경력과 경기 운영방식, 스트라이크 존 인정 성향, 선수들 세평 등을 분석해서 감독에게 보고하고 선수들과 공유하면 심판에 대한 불법사찰이 되는 무서운 세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제 부산지검 형사1부 검사 역시 “미국 유학 시절 교과서로 쓴 책에서 ‘연방판사연감’ 자료를 추천한다”며 여기에는 판사의 학력, 경력, 언론 보도 내역, 변호사 평가 등이 담겼다고 소개했다.

서울 고검의 ‘공판업무 매뉴얼’에도 재판부 성향 분석이 검찰의 업무 영역에 포함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고검 공판업무 매뉴얼에는 ‘항소심 재판장은 고등부장으로서 오랫동안 형성된 자신만의 재판에 대한 사고, 진행 방식이 있어 각 재판부별로 그 성향 또는 재판진행 방식에 커다란 편차가 있으므로 각 재판부별 특성을 파악해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법조계에서는 판사 사찰 논란에 대한 압수수색 등 일련의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검 감찰부는 지난 25일 판사 문건을 작성한 과정 등을 확인하기 위해 대검 수사정책정보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기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 절차가 생략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 중인 조남관 대검 차장은 대검을 방문한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에게 25일 압수수색 당시 관련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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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왼쪽 두 번째)가 2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 등으로 인한 법치문란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국회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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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검 감찰부가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 발표가 있던 지난 24일 수사정보담당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 다음 날 집행한 것도 논란이 된다. 일각에서는 법무부와 대검 감찰부가 사전에 조율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추 장관이 수사에 직접 관여해 규정과 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관이 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에 증거능력 등의 부분에서 치유될 수 있지만, 절차상의 문제는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는 보고를 받았고, 추 장관은 감찰부에 판사 불법사찰 여부 등 비위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개별수사를 추 장관이 직접 지휘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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