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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조종사는 싼값에, 아파트 분양은 최고 시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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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총파업 추진한 이유... 최저 입찰 경쟁 부추기는 건설사들,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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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전 7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노사정 교섭 타결로 파업 계획을 철회했다. ⓒ 이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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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7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노사정 교섭 타결로 파업 계획을 철회했다.

현재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각 투쟁본부의 지침에 따라 정상 근무에 들어갔다. 만약 이들의 계획대로 무기한 총파업이 진행되면 국내 건설 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 92% 이상이 가동을 멈춘다.

그동안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맡아 온 업무의 기여도로 봤을 때 건설업계에 미칠 파장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전국 건설 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들이 일시에 돌아가지 않으면, 대부분 건설회사는 예정된 기간에 공사를 마무리할 수 없게 된다. 급한 대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해 가며 이동식 크레인을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겠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타워크레인 대신 이동식 크레인?

건설 현장 지하와 지상에서 이동식 크레인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금방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까마득히 높은 공중에서 건설 현장 구석구석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수 톤의 중량물을 매단 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능력을 갖춘 건 타워크레인밖에 없다. 타워크레인의 도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때에 따라 하루 임대료 몇백 만 원 하는 2백~3백 톤 이동식 크레인을 사용해야 한다.

그마저도 사전에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다. 이동식 크레인이 공사 현장으로 들어갈 통로를 미리 확보해야 하며, 아웃트리거(안전 지지대)가 자리 잡고 있을 만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동식 크레인의 작업 효율은 타워크레인에 비해 높지 않다.

공사 중인 건물이 이미 높이 올라가 있다면 크레인 붐(물건을 달아 올리는 부분)이 닿지 않을뿐더러 옮겨야 할 중량물이 작업 반경에 들어와 있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덩치가 크고 무겁다 보니 공사 현장의 지반이 가라앉고 있진 않는가 꼼꼼히 살펴야 하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특히 이동식 크레인이 지하 주차장 위에서 작업하거나 이동할 땐 지하층에 보강 서포트를 받쳐 놨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하 주차장 천정에 균열이 가 물이 샐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만약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이런 모습을 목격했다면 누구라도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불안전한 공사를 하는 시간은 아주 잠깐이면 되지만, 이로 인한 하자 보수 피해는 50년 이상 살아갈 입주민들이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아파트 건설 현장에 설치된 유인 타워크레인은 12톤 기준 한 달 임대료가 1200만 원을 조금 웃돈다. 그것도 건설 경기가 한창 좋을 때나 가능한 얘기다. 일이 큰 폭으로 줄어든 요즘은 타워크레인 임대 회사들끼리 서로 제 살 깎아 먹는 경쟁을 하며, 손해 보면서까지 수주에 나서고 있다.

최저 입찰 경쟁 부추기는 현장, 노동자 안전 보장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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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워크레인 ⓒ 이경수



반면 갑의 위치에 있는 건설회사는 이들의 생존 경쟁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즐긴다. 이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을 분노케 하는 모습이다. 30년 전에 비하면 아파트 분양가는 최소 다섯 배에서 많게는 열 배 가까이 치솟았지만, 타워크레인 임대료는 그때와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건설회사는 최저 입찰가를 써낸 임대사를 선택한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근무하는 특수직이다. 여기엔 함께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의 목숨도 이들 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워크레인 임대료 최저 입찰 경쟁은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수익을 얻기 위해 임대사는 예민한 첨단 장비를 제때 수리하지 않거나 조종사의 임금을 건드린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직업 특성상 커피 한잔, 물 한 모금 맘대로 마시지 못한다. 여기에 똥오줌도 근무 시간을 피해 가며 배출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늘에 닿을 듯 우뚝 솟아 있는 반 평 규모의 조종석에서 하루에도 몇 차례 생명의 위험을 느끼면서 근무한다. 특히 먼 거리에 있는 외벽 큰 갱폼(공사용 대형 거푸집)을 매달았을 때, 콘크리트를 가득 채운 호퍼(시멘트 타설 장비) 작업을 하느라 앞쪽 붐이 낚싯대처럼 출렁거릴 땐 더욱 그러하다.

요즘은 건설 기술 발달로 인해 25층이 넘는 아파트 공사도 1년 안에 끝난다. 타워크레인 조종사 역시 임대 회사와 자동으로 계약 종료가 되면서 실업자로 전락하고 만다. 이때부터 다음 일자리가 나타날 때까지 기나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어느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더라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한번 실직하면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정도 대기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일하는 동안 벌었던 돈을 아껴뒀다가 재취업할 때까지 근근이 버틸 뿐이다.

미래가 불확실한 것은 그렇다 치자. 그러나 물가가 치솟고 있는 마당에 임금 삭감을 논하는 것은 대한민국 타워크레인 조종사 모두를 굶겨 죽이려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한 노동자의 임금을 깎고서 반듯하게 살아난 회사는 본 적이 없다. 타워크레인 임대사와 조종사가 서로 상생하며 오래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은 현재의 낮은 임대료를 두세 배 이상 끌어 올리는 일이다.

임대사들이 과다 경쟁을 자제하고, 저평가된 타워크레인 임대료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건설회사에 목소리를 낸다면,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조종사 모두 나서 힘을 보탤 의향이 있다. 타워크레인 임대료만큼은 노사를 떠나 하나임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파업의 최대 가해자, 건설회사

뭐니 뭐니 해도 이번 파업 예고 사태의 최대 가해자는 타워크레인 임대료를 현실화시켜주지 않은 건설회사이다.

아파트 분양가를 건설회사 스스로 책정하고 짧은 기간에 모두 팔아 치웠으면 협력사들이 먹고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돈을 풀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수많은 협력사가 죽어 나가기 직전이다. 오죽 힘들었으면 반 평 공간의 조종석에서 생과 사를 넘나들며 근무하는 노동자의 임금을 깎자고 들까.

아파트를 선분양하는 건설 회사는 적정 이윤만 남기고 소비자에겐 싼값에 팔아야 한다. 그렇게 해도 건설기계 임대료를 부담할 능력이 충분하다. 현재 공사 현장 주변의 시세를 고려해 아파트를 분양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

건설회사는 지방에서 싼값에 아파트를 분양해도, 서울이나 강남에 분양해도 이익을 본다. 현재대로라면 건설회사는 전국에 있는 분양 계약자들의 미래 수익까지 모두 쓸어 담는 일이 된다.

아파트 각 세대에 들어가는 도배지 값도 안 되는 저렴한 타워크레인 임대료로 초고층 건물을 만들어 왔단 비판적인 시각에서 벗어나려면 건설회사 스스로 공정한 장비 대여료를 주고 사용해야 한다.

까마득히 높은 일터에서 죽어라 일해 온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자는데 반길 사람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을 테니 말이다.

이경수 기자(26k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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