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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fn사설] 송현동 딜 엎은 서울시, 이런 무책임이 어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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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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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대한항공 소유의 서울 송현동 땅을 둘러싼 3자 매각 합의를 서울시가 25일 돌연 취소했다. 예정대로라면 26일 땅 주인 대한항공과 내년 4월 30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했어야 한다. 서울시 대신 실제 매입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금지급 시점은 내년 6월 30일로 합의를 봤다.

23일까지만해도 여기에 별 이견을 달지 않던 서울시가 이틀 뒤 갑자기 내세운 요구는 누가 봐도 기가 막힌다. 핵심은 구체적인 날짜를 못박지 말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땅주인은 땅을 반드시 팔아야 하지만 땅을 사는 사람은 언제 살지, 언제 대금을 치를지 천천히 생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다. 서울시가 송현동 땅값 대신 LH에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부지를 넘겨주기로 하자 주민 반발이 거세다. 이런 이유로 시의회가 송현동 딜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애당초 서울시가 이처럼 뻔히 보이는 변수조차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놀랍다.

서울시는 처음부터 오락가락 행태를 보였다. 기업 사유지를 제멋대로 공원화하겠다고 결정한 것부터 잘못이다. 그 통에 자금난에 시달리던 땅주인이 제값 받고 땅을 팔아 빚을 갚으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3자 매각안을 들고 나온 이도 다름아닌 서울시였다. 그때도 느닷없이 매입 주체가 된 LH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권익위 중재 덕에 간신히 합의에 도달했으나 서울시가 다시 판을 엎었다.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권익위조차 서울시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화가 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치명타를 입은 대한항공은 올해 채권단 등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수혈 받았다. 연내 갚아야 하는 차입금만 3조8000억원에 달한다. 항공업 생존을 위해 뛰어든 아시아나항공 인수 비용은 1조8000억원이다. 산업은행이 8000억원을 보탤 것이지만 나머지는 대한항공이 충당해야 한다. 한 푼이 아쉬운 기업이 서울시의 무리수에 멍이 들었다. 서울시는 제값에, 정해진 날짜에 땅을 살 의지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송현동에서 손을 떼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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