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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홍기영 칼럼] 위기극복의 힘, 회복탄력성(resil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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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쓰러져도 불굴의 의지로 재도약하는 복원력

코로나 불황 이기려면 인지력 창의성 기동성 갖춰야


매일경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도전과 혁신으로 ‘초일류’ 경영을 꽃피운 기업인이었다. 1974년 그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에 나선 삼성은 1987년 칩을 층으로 쌓아 올리는 스택 방식 D램 제조에 성공했다. 1993년 이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꿔라”는 말로 ‘신경영’을 선언했다. 그래도 변화가 없자 그는 1995년 불량 핸드폰 15만 대를 불태웠다. 삼성은 이를 계기로 확고한 ‘품질경영’의 전통을 확립했다. 2류에 머물던 삼성 스마트폰과 TV는 세계 일류로 도약했다. 그리고 반도체 D램 시장에서 압도적 경쟁우위를 확보했다.

일본 최대 항공사 JAL은 2010년 절체절명의 경영난에 빠졌다. 그해 상장폐지와 파산보호 신청까지 밟았다. JAL 회생절차에 나선 일본 정부는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교세라 명예회장을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아메바 경영’을 실천해 직원 모두에게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게 했다. 그리고 ‘敬天愛人(경천애인) 경영’으로 재기할 수 있다는 신념을 조직에 불어넣었다. JAL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수반된 ‘고통의 시간’을 1년 만에 마무리하고 극적인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JAL의 회생 사례는 최악의 경영난에 처한 국내 항공업계에 타산지석이 된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금융회사 UBS는 2011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리보금리 조작사건에 이어 파생상품 매매손실까지 발생해 신뢰가 추락했다. 새 CEO를 맡은 세르지오 에르모티는 ‘소신경영’으로 공격적인 구조 혁신에 나섰다. 팀워크를 우선시한 그는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등 투자은행 부문을 재정비했다. 동시에 개인고객 자산관리 부문을 집중적으로 키웠다. 특히 자산관리 담당 직원의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전 세계 거액 자산가들을 고객으로 유치해 자문서비스를 제공했다. 발 빠른 디지털 전환 전략도 주효했다. 핀테크 역량을 강화한 UBS는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부활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경제활동이 위축된다. 세계적인 경제봉쇄에 기업 대부분이 실적 부진에 허덕인다. 하지만 위기의 시대,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란 특성으로 고난을 이겨내는 기업이 집중 조명을 받는다. 회복탄력성은 쓰러져도 불굴의 의지로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는 복원력을 뜻한다. 몸이 아팠던 입원실 환자가 다시 일어나 걷고 달리며, 힘에 눌린 용수철이 강한 활력으로 더 높이 튀어 오르는 것과 같다.

회복탄력성은 기업이 원래의 상태로 회복하는 수준을 넘어 더 강한 경쟁력을 발휘하는 초월적 힘의 원천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역동성을 발휘하는 기업은 경쟁상대보다 더 큰 성장을 이룬다. 기업인이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태도와 끈질긴 승부근성은 복원력의 밑바탕이 된다.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았을 때 능동적으로 극복하는 기업은 임직원의 단결력과 긍정의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번 시련을 이겨낸 사람은 어떤 고난과 난관이 닥쳐도 이를 능히 이겨낸다. 위기를 넘긴 기업 역시 또 다른 위기들을 헤쳐 나간다.

회복탄력성은 기업의 위기관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핵심역량을 제고하려면 CEO의 강력한 리더십과 전사적인 경영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기업이 역경을 딛고 재탄생하는 데 필요한 회복탄력성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춰야 온전히 발휘된다.

먼저 기업은 조기경보시스템을 상시 작동해 환경과 트렌드 변화, 난관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인지력’을 갖춰야 한다. 그 다음으로 잘못된 관행을 탈피하고 경쟁력을 재무장해 새로운 활로를 찾는 돌파력을 구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성’과 혁신을 기업경영의 전략적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채택한 목표와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일사불란한 행동력을 보여야 한다. 기민하고 과감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동성’과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실천에 옮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홍기영 월간국장·경제학 박사 매경LUXM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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