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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푸틴에게 바이든은 여전히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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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부통령 시절이던 2011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당시 총리였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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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여전히 ‘후보자’로 대한다는 평가를 미 언론이 콕 집어 부각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까지 당선 축하를 전한 마당이어서 푸틴의 행보가 더 도드라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부정 주장에 동조하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해석도 낳는다. 향후 미·러 관계가 냉각할 걸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통화에서 ‘서구가 러시아는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는 걸로 보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바이든에게 축하 인사를 하지 않는 걸 두고 누구도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 완전히 부정확한 해석”이라며 “러시아 대통령은 적절한 때에, 선거 결과가 요약된 뒤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를 할 것이다. 결과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고 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 연방총무청(GSA)이 바이든 당선인을 대선 승리자로 공식 승인하고, 정권 인계 절치를 시작한 것과 관련해서도 24일 “충분치 않다”며 “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인정해야 하고, 모든 법적 조처가 끝나야 한다”고 했다.

크렘린의 이런 입장은 시진핑 주석이 미 GSA의 승인 이틀 뒤인 25일 바이든 당선인을 ‘선생’이라고 칭하면서도 축전을 중국 외교부를 통해 보낸 것과 대조적이다.

푸틴 대통령은 22일 이후 미 대선 결과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당시 그는 국영TV에 나와 선거의 합법성을 거론하고 바이든 당선인을 ‘대선 후보’로 부르며 “(축전) 지연은 미국 내부의 정치적 교착상태 탓이지 우리가 누굴 좋아하거나 싫어하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과 관계는 이미 망가졌기 때문에 훼손될 게 없다고도 덧붙였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지켜보는 듯한 심정인 건 러시아 외교 관료·전문가다. 마이클 맥폴 전 주(駐)러시아 미국 대사는 최근 트위터로 “주요국 정상 가운데 푸틴만 바이든을 축하하지 않았다. 품위를 지키라. 블라디미르”라며 “푸틴이 루디와 어울리는 건 보기 좋지 않다”고 했다. 루디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소송을 이끄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일컫는다.

앤드류 웨이스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러시아 전문가는 “푸틴 메시지의 행간은 분명하다. 바이든에겐 합법성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바이든의 외교정책팀이 강경한 반(反)러시아 정책을 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내 외교 경험상 우리에게 호의를 보이지 않더라고 전문 외교관과 일하는 게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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