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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르포]대학가 덮친 코로나 공포…패스트푸드점 '풍선효과'도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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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500명대' 급증에 학생 자취 감춘 대학가

'카공족' 몰렸다는 맥도날드·롯데리아도 "반사이익 없어"

뉴스1

서울의 한 대학가 패스트푸드 전문점에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 2020.11.26/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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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풍선효과요? 오늘은 길가에 지나다니는 학생들도 없어요"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정문 앞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 직원 A씨는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A씨는 "카페를 가려던 손님이 패스트푸드점으로 넘어오려면 우선 외출을 한 손님이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매장 인근에 지나다니는 학생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6일 낮 12시 경희대·고려대·한국외대 앞 대학가 패스트푸드 전문점은 카페 매장을 이용하지 못한 손님이 모여드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평소엔 점심을 먹기 위해 삼삼오오 학생들로 북적이던 한국외대 정문 앞 거리는 인적이 드물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500명대로 치솟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집콕' 모드에 들어간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외대 앞 롯데리아·맘스터치 매장엔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앉아서 식사를 하거나 음료를 마시는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 KFC 매장엔 손님 약 10명이 방문해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30분도 채 머무르지 않고 빠르게 매장을 빠져나갔다.

주변 카페도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24일 0시부터 매장 이용을 금지한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점원 대신 테이블 위에 산처럼 쌓아 올린 의자가 방문객을 맞았다. 아예 전등을 반쯤 꺼놓은 매장도 있었다. 한 카페에선 학과 이름이 박힌 롱 패딩 차림의 학생이 캐리어에 커피를 담아 황급히 매장을 빠져나갔다.

패스트푸드 전문점은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른 매장 이용 금지 조치를 비껴간 곳 중 하나다. 일반 음식점과 마찬가지로 오후 9시까지 매장 영업이 가능하다. 특히 즉석커피나 음료도 판매하고 있어 카페를 이용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몰려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이날 한국외대 앞 맥도날드 매장엔 문서 작업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매장 2층엔 학생으로 보이는 손님 약 5명이 노트북이나 책을 펴놓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졸업을 앞둔 오모씨(24)는 "밥을 먹은 뒤 카페를 가려고 했는데 앉아있을 곳이 마땅치 않아 패스트푸드점을 찾아왔다"며 "1~2시간 정도만 과제를 하고 들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공족'이 패스트푸드점을 찾아 '풍선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강하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에 따르면 지난 24일~25일 전국 매장 매출은 2단계 시행 이전인 전주 같은 기간과 비교해 거의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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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가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손님들이 노트북으로 문서 작업을 하는 모습. 2020.11.26/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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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전국 코로나19 확진자가 583명으로 불어나면서 패스트푸드점을 찾는 발길은 전날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가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지자 주변 상권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새 코로나19 대학생 확진자 수는 139명으로 불어나 대학교 관련 주별 코로나19 현황 집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앞 노브랜드 버거 매장에서도 4명 내외 대학생 손님들이 식사만 하고 떠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희대에 재학 중인 이모씨(24)는 "감염자 수가 갑자기 많아져서 밖으로 나오기 무섭다"며 "외출 시간을 최소화하고 용건만 본 뒤에 집에 들어가려 한다"고 털어놨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인근 버거킹 매장에서도 음료를 마시거나 노트북으로 문서 작업을 하는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 학생은 홀로 식사를 하거나 음식을 포장해 매장을 떠났다.

특히 기말고사 시험을 약 2주 앞두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교내를 오가는 학생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국가고시를 준비 중인 휴학생 장모씨(26)는 "매일 학교에 나오는 편인데 어제와 비교해 학교 안을 오가는 학생들이 70%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며 "코로나19 확진자가 갑자기 불어나는 바람에 공부 장소를 바꿔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종 구분이 모호해 카페와 달리 매장 운영이 가능했던 브런치 카페도 이날 상황이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고려대 앞 브런치카페 사장 B씨는 "보통 점심시간이 지나면 매출이 100만원대가 나왔지만 2단계 조치 이후 30만원도 채 나오지 않았다"며 "특히 오늘은 학생들 얼굴 보기가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수도권에서 매장 운영 금지 조치를 한두 번 실시한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업종별로 매장 운영에 구멍이 생기도록 두는지 모르겠다"며 "손님도 사장도 두루 납득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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