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1회분의 절반 맞았는데 더 효과? 수상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 세계 선구매 24억회 분, 의문점 3가지

①저용량 투여 그룹이 효과 좋은 이유 불명확

②임상 분석 결과에서 핵심 정보 누락

③두 차례 임상 중지 이력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의 선 구매량이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들 중 가장 많다.

미국 듀크대 글로벌 보건 혁신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코로나19 백신 제조사별 구매 확정 수량(11월 20일 기준)에서 1위에 올랐다. 이미 24억 2520만회 분이 팔려나갔다. 전 세계가 구매를 확정 지은 코로나19 백신 수량 68억회 분의 약 36%를 차지한다. 1회 비용이 4달러(약 4500원)로 다른 백신들보다 싸고, 2~8도에서 보관 가능해 보급이 용이한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위탁 생산돼 국내에서 보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왔다.

중앙일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에서 한 참가자가 백신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위기에 처했다. 면역 효과와 신뢰도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미국 주요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개한 데이터의 오류와 일련의 불규칙성, 누락이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 등의 규제 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 코로나19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도 전했다.

24일 CNN 역시 "미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문위원들을 포함한 백신 전문가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 결과에 여러 면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와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영국은 물론 미국·일본·인도·브라질 등이 선 구매 계약을 맺었다. 국내에선 SK케미칼의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 생산 계약을 맺어 물량을 보다 유리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생산기지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데 그 중 우리나라에서 상당량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기존에 접근하는 다수의 백신업체 중 하나이며 우리 국내 생산이라 유리한 조건에서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에 제기된 의문들이 해소되지 않고 사용 승인에 제동이 걸릴 경우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주요 언론이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제기하는 3가지 의문점을 정리했다.



①저용량 맞은 그룹의 효과가 더 좋은 이유 불명확



중앙일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 참가자가 백신을 투약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3일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3상 중간 데이터 분석 결과 평균 면역 효과가 70%라고 발표했다.

1회분 정량을 한 달 간격으로 2회 투여한 그룹(8895명)의 면역 효과는 62%였지만, 1차 접종 때 1회분 정량의 절반만 투여하고 2차 접종 때 1회분 정량을 투여한 그룹(2741명)의 면역 효과가 90%까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메네 팡갈로스 아스트라제네카 부사장은 "원래 연구진은 모든 참가자에게 1회분 정량을 투여할 생각이었지만, 측정 오류로 인해 절반만 투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우리가 1회분의 절반을 접종한 것은 행운이었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옥스퍼드대 측은 복용량 차이에 따라 면역 효과가 다른 원인을 규명하는 데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NYT는 임상 설계 단계에서 1회분의 절반을 투여해 백신의 효능을 측정하도록 고안된 게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첫 투약에서 1회분의 절반을 맞은 참가자들은 모두 55세 이하로, 고령층이 없었다는 점도 뒤늦게 드러났다. 더욱이 이 사실은 미 정부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인 '초고속 작전'의 책임자 몬세프 슬라위가 처음 공개한 후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뒤늦게 시인해 신뢰도 논란마저 커졌다.



②임상 분석 결과에서 핵심 정보 누락



중앙일보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코로나19 백신을 연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전체 3상 참가자 중 131건의 코로나 확진 사례가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신을 두 차례 모두 1회분 투여한 그룹, 1차 접종 때 절반만 투여한 그룹, 위약을 투여한 그룹에서 각각 몇 건씩 나왔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CNN은 데이터 분석 결과에서 핵심 정보를 누락했다고 지적했다.

백신 검토 전문가인 폴 오핏 FDA 자문위원은 "자료가 없이는 이 발견의 중요성을 알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미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가 임상 결과 발표를 할 때는 이런 정보들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여기에 이번 분석 결과가 영국과 브라질에서 각각 다르게 설계한 임상 결과를 종합한 것이란 점도 드러났다. NYT는 통상 제약사들은 똑같은 방식으로 설계한 임상 결과를 발표하는 게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③두 차례 임상 중지 이력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 시험은 시험 참가자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나 두 차례 중단된 바 있다.

이후 당국은 백신과 관련이 없는 문제라고 판단해 시험을 재개하도록 허가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이번 임상 결과를 공개하면서 "백신 관련 심각한 안전사고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CDC의 자문 위원인 윌리엄 섀프너 박사는 CNN에 "시험을 중단시킨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고 말했다. 미 플로리다대의 백신 시험 설계 전문가인 나탈리 딘 박사는 NYT에 "아스트라제네카의 시험 데이터는 모든 정보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합쳐지는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