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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온 왕이 “이 세계에 미국만 있나, 한·중 자주 오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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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휘둘리지 말라는 메시지

문 대통령 예방, 강경화와 회담도

“시진핑, 여건이 성숙되면 방한”

한한령 해제 요구엔 원론적 답변

사드 관련 “민감문제 원만히 처리를”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전날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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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25~27일)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시기 확정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관련 중국의 보복 제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간 대립 구도에서 중국의 입장 등 예민한 현안에 대한 답을 갖고 오느냐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셋 다 아니었다.

왕 위원은 26일 오후 청와대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문 대통령에게 시 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시 주석은 ‘국빈방문 초청에 감사하고, 여건이 허락될 때 방한하고자 한다’고 밝혔고,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한국에서 만나뵙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앞서 왕 위원도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의 방한 ‘여건’을 언급했다. 연내 방한 가능성을 묻자 “일단 조건이 성숙되자마자 방문은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성숙한 조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왕 위원은 기자들이 쓴 마스크를 가리키며 “이런 것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코로나 완전히 통제하는 것”

또 “꼭 코로나가 끝난 뒤라고 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완전히 (코로나19를) 통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이(어떤 상태가) 완전히 통제된 것인지는 양측이 협의할 수 있다. 우리 역시 빨리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중국 측이 말하는 여건이란 게 모호하다. 코로나19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한국만 해도 확산세가 잡히고 신규 확진자가 안정적으로 두 자릿수로 유지되다 날씨가 추워지며 3차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작은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 최고위급 외교 행사인 정상 방문은 통상 짧아도 2~3개월 전에는 준비를 시작한다. 상황이 좋아졌다가도 정상 방문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다시 나빠질 수도 있다.

중국이 언급한 조건이 꼭 코로나19만 말하는 건 아닐 수 있다는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압박을 위한 한·미·일 안보 협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중국으로서는 한국을 중국 쪽으로 견인해야 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완전한 통제’의 기준을 양측이 협의할 수 있다는 왕 위원의 발언 자체가 코로나19의 객관적 상황만 보는 게 아니라 정무적 판단까지 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는 건데, 구체적으로 그게 뭔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왕 위원은 이번 방한이 미·중 간 경쟁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또 “세계에는 190여 개 국가가 있고, 한국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모두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국가들”이라며 “한·중은 이웃 국가로서 자주 오가야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수차례 비슷한 취지의 질문을 다시 해도 그는 즉답을 피했다. 한국을 압박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를 피하려 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말 속에 뼈는 있었다. 한국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언급한 것 자체가 미국에 휘둘리지 말라는 메시지일 수 있어서다. 특히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은 세계의 질서를 미국이 만드는 건 아니라는 뜻으로 읽힌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거듭 “미국이 돌아왔다”고 강조하는 것과 연결해 생각해 보면 더 의미심장하다.

사드 보복과 관련해서도 논의의 진전은 없었다.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강 장관은 양국 간 문화콘텐트 분야의 협력 활성화를 위한 중국 측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고, 왕 위원은 양측이 지속적으로 소통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한국은 한한령(限韓令) 해제를 요구했고, 중국은 수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드 문제는 외교장관 회담의 의제로도 올랐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은 “한국 측이 한·중 간 민감한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해 상호 신뢰와 협력의 기반을 유지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감한 문제’는 중국이 사드 문제를 거론할 때 쓰는 표현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원론적 수준에서 입장을 제시했고, 우리도 우리 입장을 설명하는 수준으로 논의했다”고 확인했다. 중국은 또 사드 철수를 요구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중국, 한국발 여행객 입국기준 더 강화

공교롭게도 중국은 한국발 여행객에 대한 입국 기준을 더 엄격하게 따지기로 했다고 이날 공식 발표했다. 주한 중국 대사관에 따르면 기존에는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 음성 결과서만 제출하면 됐지만, 12월 1일부터는 혈청 검사 증명서도 제출해야 한다.

한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최근 중국 회사가 해안 경계 등에 사용하는 감시 카메라를 한국 군에 납품하면서 군사 기밀을 몰래 빼돌리는 악성 코드를 심은 사실을 안보지원사령부가 적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하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중국 회사는 외부인이 침입할 수 있도록 원격 접속이 가능하게 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태화·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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