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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축구 영웅 마라도나 별세

‘굿바이 마라도나’ 축구의 신, 하늘 그라운드로 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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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수술 이후 심장마비, 60세 별세

86년 월드컵 우승 뒤 ‘신의 손’ 별명

“실수했지만 축구 더럽히진 않았다”

펠레 “언젠가 하늘서 함께 공 찰 것”

중앙일보

마라도나가 1986년 6월29일 멕시코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결승전에서 서독을 3-2로 꺾었고, 마라도나는 MVP를 수상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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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 최고이자 역대 가장 위대한 선수. 축복과 어려움이 교차했던 삶 후에 ‘신의 손’ 안에서 위안을 찾길.”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출신 게리 리네커(60)가 26일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리네커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골을 넣고도 1-2로 졌다. 당시 상대팀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가 후반 6분 머리 대신 손으로 골을 넣었고, 경기 후 “내 손과 신의 손이 함께 했다”고 말했다. 리네커는 ‘신의 손(hands of God)’이라는 마라도나의 별명을 활용해 추모의 뜻을 전했다.

‘신의 손’이 ‘신’의 곁으로 떠났다. 마라도나는 경막하혈종(뇌경막 아래 피가 고이는 병)으로 지난 3일 뇌수술을 받은 뒤 11일 퇴원했다. 현지시간 25일 아르헨티나 티그레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60세. 구급차 9대가 도착했지만 그의 심장은 다시 뛰지 않았다.

마라도나는 ‘축구의 신’이었다. 1m67㎝ 작은 키에 땅땅한 체격의 그는 마법 같은 플레이를 펼쳤다. 86년 월드컵 우승과 MVP도 휩쓸었다. 84년부터 7시즌간 이탈리아 프로축구 나폴리를 중하위권에서 유럽 최강팀으로 변모시켰다. 마라도나를 신으로 여기는 종교(Iglesia Maradoniana)도 있다. 98년 시작해 130개국에 12만~20만 신자가 있다. ‘공을 더럽히지 말라’ 같은 십계명도 있다.

사생활에서는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94년 미국 월드컵 때 도핑에 적발됐고, 코카인 흡입, 알코올 중독 문제를 일으켰다.

2001년 11월 마라도나는 보카 주니어스 홈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념 경기에서 이런 연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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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라도나 벽화 앞에서 추모하는 팬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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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다. 사람이 실수한 것에 대해 축구는 책임이 없다. 난 실수했고 책임도 졌다. 하지만 축구를 더럽히지는 않았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마라도나를 사랑한다. 아르헨티나는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고, 시신을 대통령궁에 안치했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는 “그는 우리를 떠나지만 떠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디에고는 영원하기 때문”이라고 추모했다. ‘축구황제’ 펠레(브라질)도 “언젠가 하늘에서 우리가 함께 공을 찰 것”이라고 애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그를 위해 기도했다. 교황청은 ‘축구의 시인’이라 표현했다.

한국축구와도 인연이 깊다. 1986년 선수로, 2010년 감독으로 월드컵에서 맞붙었다. 86년 당시 마라도나를 수비한 허정무(64)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은 “발에 공이 붙어다녔다. 내가 반딧불이라면, 마라도나는 해와 달 같은 선수였다. (태권축구로) 거칠게 안하면 막을 수 없었다. 그나마 우리랑 할 때 골도 못 넣고 가장 못했다”고 회상했다.

2017년 3월엔 20세 이하 월드컵 조추첨을 위해 방한했다. 수원 화성행궁 앞 광장에서 열린 미니게임에도 나섰다. 취재진이 ‘허정무 태권축구 사진’을 내밀자, 마라도나는 “와우~이 장면 당연히 기억한다”며 활짝 웃었다. 살이 찐 마라도나는 뒤뚱거리면서도 3골을 넣었다. 허 이사장은 “당시 만났을 때 육체적·정신적으로 관리가 안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눈빛이 흐릿했다”고 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마라도나 감독이 이끈 아르헨티나가 한국을 4-1로 꺾었다. 허 이사장은 “선수 땐 고무처럼 탄력 넘쳤는데, 지도자로 재회하니 두부처럼 몸이 불어 있었다. ‘한국은 태권축구를 하는 나라’라며 심판을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감독으로도 승부사 기질이 탁월했다”고 했다.

허 이사장은 “마라도나와 메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둘 다 섬세한데, 파워만 놓고 보면 마라도나가 앞선다. 역대 최고 선수로는 펠레, 요한 크루이프, 보비 찰튼 등 수없이 많다. 펠레는 이전 세대라 느껴보지 못했지만 마라도나, 크루이프, 베켄바워는 직접 부딪혀봤다. 그 중 스타를 넘는 수퍼스타, 천재는 단연 마라도나였다”고 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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