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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사찰’ 논란 문건 보니…법관 30여명 재판 스타일 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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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잘해’ ‘존재감 없다’ 등 공판 무관 내용도
윤석열 "공판부 조언 자료일 뿐, 사찰 아니다"
"문제 없다" "정당한 직무 아냐" 법원 반응 갈려
한국일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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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이른바 ‘판사 사찰’ 논란이 일고 있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의 문건을 26일 공개했다. 법조인대관이나 언론에 공개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법관들의 세평과 관련한 내용도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13개 재판부, 30여명 판사에 대한 정보가 담겼다. 출신학교와 가족관계 등 법조인대관에 나오는 일반적 내용부터 과거 주요 판결내용, 공판검사들의 평가 등 다양한 정보가 표 형식으로 정리돼 있다.

가장 논란이 됐던 ‘물의야기법관’ 내용은 한 판사의 세평란에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술을 마시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당직법관으로서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했다’는 언론 보도내용도 함께 담겼다. 이 판사는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의 피해자로 볼 수 있는데도 해당 사건의 배석 판사로 참여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이 문제제기를 했던 인물이다.

문건에는 또 한 재판장에 대해 검찰 간부의 처제라는 가족관계가 적혀 있었다. 일부 세평에는 ‘법대 재학 시부터 농구실력으로 유명했다’거나 ‘연로해 보이는 느낌’이라는 재판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도 있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정치적 성향을 암시하는 듯한 표현도 사용됐다.
A 재판장
▶ <세평>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
▶ 언행이 부드러우며, 원만하게 재판 진행을 잘 함, 가급적 검사나 변호인의 말을 끊지 않고 잘 들어줌, 재판장으로서 적극적으로 검사나 변호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은 스타일
▶ <특이사항> ○○ 2차장의 처제

B 재판장
▶<세평> 검찰에 적대적이지는 않으나, 증거채부결정 등에 있어 변호인의 주장을 많이 들어주는 편(그래서 변협 우수법관으로 2회 선정된 것으로 판단됨)
▶그러나 검찰 입장에선 선고결과가 납득되지 않는 경우는 적었음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中 일부 발췌

다만 대부분의 세평은 공판검사의 입장에서 본 판사들의 재판 스타일에 대한 평가였다. ‘재판 절차 진행은 시원시원함’, ‘주관이 뚜렷하다기보다는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평’, ‘다소 보여주기식 진행을 원하고 법정 멘트들도 미리 재판 전에 신경 써서 준비한 느낌’, ‘검찰에 적대적이지는 않으나 증거채부결정 등에 있어 변호인의 주장을 많이 들어주는 편’ 등의 평가였다. ‘재판에서 존재감 없음’이라며 당사자로서는 기분 나쁠 수 있는 평가도 있었다.

윤 총장 측은 이 같은 내용의 문건을 공개하면서, 사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윤 총장 측은 “검사도 공소유지를 위해 재판부의 재판 스타일을 알 필요가 있다”며 “일선청 조언을 위해 대검 반부패강력부와 공공수사부에 전달된 참고용 자료일 뿐”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은 법조인대관이나 언론에 공개된 내용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문건에 대한 법원 내부의 반응은 엇갈렸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법조인 대부분이 아는 내용”이라며, 자신이 문건의 당사자임에도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당한 직무집행이 아니다”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잘 알려진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강제수사 권한을 갖고 있는 기관의 세평 수집을 같은 선상에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관 사찰이 언급되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수사나 징계 등 진행되고 있는 절차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직권남용 혐의)를 대검에 의뢰했다.
C 판사
▶<세평> ○○○재판에서 존재감 없음,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포함(15. 휴일당직 전날 술을 마시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당직법관으로서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 언론에서 보도)

D 주심
▶법관 임용전 대학·일반인 취미 농구리그에서 활약, 서울법대 재학 시부터 농구실력으로 유명

F 재판장
▶ <세평> 피고인 불출석으로 인하여 아직 제대로 재판을 진행한 바 없어 성향 파악 어려우나, 연로해 보이는 느낌이고, 재판 절차진행은 시원시원함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中 일부 발췌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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