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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판사 사찰'이라는 문건엔 “취미는 농구” “존재감 없음” “원만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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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尹직무배제 주요 근거인데…

조선일보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더불어민주당은 26일에도 ‘판사 사찰’ 의혹을 부각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 갔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검찰의 재판부 사찰은 명백한 불법행위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범죄”라고 했다. 전날 여당 일각에선 “수사 후 처벌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자 윤 총장의 변호인은 이날 오후 “불필요한 의혹 제기로 국민적 혼란이 있어 정확한 사실 관계를 밝힐 필요가 있다”며 ‘사찰 의혹’의 증거로 거론된 문서를 비(非)실명 처리한 뒤 공개했다. 이는 ‘주요 특수·공안 사건 재판부 분석’ 제목의 9쪽 분량 문서였다. 재판에 계류 중인 주요 사건을 크게 ‘특별 수사’와 ‘공안 수사’로 나눈 뒤 각 사건 재판부를 △출신(고교·대학) △주요 판결 △세평 세 가지 항목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논란이 됐던 ‘세평’ 항목에선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 ‘언행이 부드러우며, 원만하게 재판 진행을 잘함. 검사나 변호인의 말을 끊지 않고 잘 들어줌’ 같은 내용이 있었는데 이는 조국 사건 재판장에 대한 내용이었다. 다른 판사들에 대해선 ‘검찰에 적대적이지는 않으나 증거 채부 결정 등에 있어 변호인의 주장을 많이 들어주는 편. 그러나 검찰 입장에서 선고 결과가 납득되지 않는 경우는 적었음’ 등이라고 적혀 있었다. 공판 검사들 의견이 주로 적혔다. ‘법관 임용 전 대학, 일반인 취미 농구리그에서 활약’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이 판사가 평소 검사들과 함께 농구를 했기 때문에 그런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추미애 장관이‘판사 사찰’주장한 대검 문건 내용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윤 총장의 비위 혐의”라며 언급했던 ‘물의 야기 법관’과 관련해선 A 판사에 대해 ‘재판에서 존재감 없음. 행정처 16년도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포함’이라는 문장과 함께 A 판사가 음주 후 당직 법관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게 언론에서 보도됐다는 부연 설명이 있었다.

추 장관은 앞서 “조국 전 장관 사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의 재판부 판사와 관련한 내용”이라면서 “세평,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됐다”고 했다. 하지만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조국 사건 판사와 ‘물의 야기 법관’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이 문서를 작성한 성상욱 고양지청 부장검사는 전날 “2019년 이미 변호인이 재판부에 문제 제기하며 ‘배석 판사가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들어가 있다’고 지적해 공판팀이 이미 아는 내용을 리마인드(정리) 차원에서 기재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 변호인도 이날 “‘사찰'이라는 악의적 프레임을 씌웠지만 문건이 정상적으로 작성됐다고 본다. 상식적 판단에 맡겨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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