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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박사방은 범죄집단”…조주빈 40년형, 공범 7~15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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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 “성착취물 제작·배포 역할 나눠서 범죄 수행”

디지털성범죄 ‘단체 결성죄’ 첫 적용…유사 사건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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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착취가 이뤄진 텔레그램 ‘박사방’을 범죄집단으로 보고 법원이 가담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에게 징역 40년이 선고됐으며 나머지 공범 5명도 징역 7~15년형을 선고받았다. 디지털성범죄에서 범죄집단조직죄가 적용된 것은 처음이다. 향후 디지털성범죄 관련 수사와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이현우)는 26일 조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조씨 출소 후 10년 동안 신상정보 공개, 30년 동안 전자장치 부착, 10년 동안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과 함께 가상통화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금 1억604만원을 추징할 것을 명령했다. 성범죄를 저질러 돈을 벌 목적으로 박사방을 조직한 혐의가 인정됐다.

조씨가 만든 박사방에서 활동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범들도 무거운 형을 받았다. ‘태평양’ 이모군(16)에게는 소년범 법정 최고형인 장기 10년, 단기 5년형이 선고됐다. 최소 5년을 복역하고 교정 상태 등 필요에 따라 최대 10년까지 복역할 수 있다. 박사방을 홍보하는 등 성착취물 제작에 가담한 전 사회복무요원 강모씨, 성착취물을 소지하고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메시지를 전송한 경남 거제시 전 공무원 천모씨, 조씨에게 돈을 지불하고 박사방에서 파생된 다른 유료방에 입장해 피해자들에게 성적 행위와 촬영을 강요한 임모씨와 장모씨에게도 징역 7~15년형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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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 전원에게 중형이 선고된 것은 법원이 박사방을 보이스피싱이나 마약, 폭력조직과 유사한 범죄집단으로 보고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박사방 조직은 아동과 청소년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배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으로 구성원들이 조씨의 지시를 따르고 각자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범죄집단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했던 손정우나 워터파크 여성 탈의실에서 몰래 촬영한 영상물을 유포한 이들은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받지 않았다.

조씨와 공범들은 범죄집단 조직 혐의를 부정했다. 조씨는 “공범들은 나에게 돈을 낸 고객이지 동업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공범들은 박사방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개인적 부탁을 들어준 것이지 박사방은 체계를 갖춘 조직이 아니라고 했다. 나머지 가담자 역시 “박사방을 유료 회원제로 운영해 범죄수익금은 대부분 조씨가 가져갔다”며 공범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씨에게 속거나 이용당했다며 “나는 피해자”라는 주장도 있었다.

반면 법원은 ‘여러 사람’이 가담했을 뿐 아니라 이들이 지속적으로 범죄가 발생하도록 하는 조건과 환경을 함께 만들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특히 임씨와 장씨의 유죄 이유를 설명하며 “가상통화를 제공하거나 고액방이 있다는 기대를 해 조씨가 반복적으로 범행을 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박사방 등에서 이뤄진 강요 행위에 가담한 것뿐만 아니라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 범죄 규모와 피해를 키운 점도 범죄집단 활동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체대화방 등에서 성착취물을 요구하고 품평하는 행위 등도 처벌 가능한 범죄로 판단할 여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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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법원은 지난 8월 중고차 매매 사기 사건의 상고심에서 두목, 행동대장, 총무 등의 직함으로 이뤄지는 통솔체계가 없더라도 공동의 목적의식을 갖고 역할을 나눠 범죄를 수행했다면 형법 114조에서 규정한 ‘범죄를 목적으로 조직한 집단’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n번방은 판결을 먹고 자랐다’는 해시태그 운동이 온라인상에서 일었다. 손정우에게도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되는 등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낮은 형량이 공분을 불렀다. 실제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4~2018년 2146명이 디지털성범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이 중 44.8%가 불기소 처분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9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죄를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경우 최대 징역 29년3개월형까지 선고되도록 권고하는 내용 등 디지털성범죄의 기본형량을 높였다.

박은하·유설희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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