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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업무자료”라며 공개한 문건, “당직 전날 술” “검찰간부 처제” 적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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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사찰’ 논란 문건 공개

출신·주요판결·세평 항목 나눠

7장 분량, 판사 37명 정보 기록

세평에 “검찰이 대응하기 수월”

“우리법연구회” 정치성향 파악도


한겨레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청사를 나서는 검찰 관계자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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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쪽이 26일 법원에 직무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내면서 이른바 ‘판사 사찰’ 논란이 일고 있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문건을 공개했다. 7장 분량의 이 문건에는 13개 재판부 37명 판사 정보가 담겼는데 특수·공안 사건 재판부에 대해서는 과거 판결을 정리해 판사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또 우리법연구회 가입과 ‘물의 야기 법관’ 여부 등이 언급되기도 했다. ‘공소유지를 위한 참고용 자료’(대검)와 ‘판사의 개인정보와 성향을 수집한 사찰’(법무부)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윤 총장 쪽이 이날 문건을 공개하자 법무부는 이 문건이 판사 불법 사찰의 근거라며 윤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이 문건에는 주요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부의 재판장·주심판사의 정보가 △출신 △주요 판결 △세평 항목으로 나뉘어 기록돼 있다. 사찰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세평 항목인데, 앞서 이 문건을 작성했던 성상욱 전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은 이에 대해 “공판검사들의 평가를 기록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특히 법무부가 사법농단 수사 때 입수한 ‘물의 야기 법관’ 명단을 활용했다고 의심하는 대목도 세평 항목에 나온다. 사법농단 재판부의 한 배석판사에 대한 세평에 “행정처 (20)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이라고 적은 뒤, “(20)15 휴일당직 전날 술을 마시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당직법관으로서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 언론에서 보도”했다고 괄호 안에 적었다. 법무부는 이 대목을 근거로 대검이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를 직간접으로 ‘확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법농단 사건 재판부는 ‘출신’ 항목에서 출신 고교와 대학교 외에 대법원·행정처 근무 여부도 함께 파악돼 있었다. 윤 총장 쪽은 판사들의 이름과 담당 사건의 이름을 가렸지만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어느 재판부인지 특정할 수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35부 박남천 부장판사에 대해 “공판준비기일 당시 단호한 쟁점정리 등 그립감이 센 모습을 보였으나 정작 피고인(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들이 출석하는 정식공판기일이 되자 당황하는 듯한 기색과 함께 피고인 측의 무리하고 비상식적인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소극적인 태도를 보임”이라고 적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 윤종섭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법원장 주재 모임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을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기자의 제보가 있다”는 피고인의 재판부 기피신청 내용을 기입하기도 했다.

정치적 쟁점을 다루는 특수·공안 사건 재판부에 대해서는 과거 판결을 통해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우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김미리 부장판사의 ‘주요 판결’로는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한 시위대에 집행유예 선고(경찰관에 2~3주 상해 가한 사안, 검사 실형 구형) △대학 시절 시위 참가 전력으로 군무원 채용에서 탈락한 응시자의 손을 들어준 사건 등을 꼽았다. 세평으로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달았다. “가급적 검사나 변호인의 말을 끊지 않고 잘 들어줌. 적극적으로 검사나 변호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도 했다. ‘특이사항’으로 검찰 간부의 처제라는 사실이 소개됐다. 문건 작성자인 성상욱 전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은 이에 대해 “재판장이 검사와 친척일 경우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다는 점을 고려해 기재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의 김선희 부장판사의 ‘주요 판결’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등 긴급조치 피해자 국가배상 사건에서 원고 패소 선고가 적혔다. 임정엽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세월호 선장과 정장에게 중형 선고, 권성수 부장판사는 불법 선거운동을 한 자유한국당 소속 구청장에게 직위상실 벌금형을 선고한 판결이 언급됐다.

패스트트랙 여야 정치인 충돌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 이환승 부장판사의 ‘주요 판결’로는 민주노총 위원장 집행유예, 야당 정치인 뇌물 무죄(정치자금법 위반 유죄), 강서 피시방 살인사건 징역 30년 선고 등이 꼽혔다. 또 다른 재판부인 형사12부 재판장 오상용 부장판사의 ‘주요 판결’은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적부심 석방, 민청학련 사건 국가배상책임 인정,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상대 선거보전금 반환 청구 소송 국가 패소 판결이었다.

이 밖에도 “검찰에 적대적이지 않다”,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꼼꼼하게 재판을 진행하나 검찰이 대응하기 수월하다”, “보여주기식 진행을 원한다”는 등의 다양한 세평이 담겼다. 한 배석판사에 대해서는 대학과 일반인 취미 농구리그에서 활약한 점을 언급하며 “대학 재직시부터 농구실력으로 유명”하다고 적었다. 기타 사건으로 분류된 재판부 판사들에 대해선 증거인멸 삼성전자 임원에 실형 선고, 국회에 불출석한 재벌에 벌금형 선고, 은행 채용비리 인사부장 구속 등이 ‘주요 판결’로 적혔다.

이 문건을 공개하면서 윤 총장 쪽은 “대부분 법조인대관, 언론 등에 공개된 자료이고 일부 공판검사들에게 물어본 내용이 전부”라며 “공판절차에 관여하는 검사들의 지도를 위한 업무 참고용으로, 작성한 목적과 공개된 자료를 수집한 과정 및 대상에 비춰 사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지시에 의해 판사 불법 사찰 문건이 작성돼 배포됐다”며 윤 총장을 수사 의뢰했다. 법무부는 문건에서 판사 세평을 적고 ‘물의 야기 법관’ 확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고 적은 사실을 들며 △정치적 성향을 분석한 것으로 해석되는 각각 판사들의 ‘주요 판결’ 분석 등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됐고 △실제로 검찰에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공격당하기도 하는 등 악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며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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