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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대학 포기하고 배달 알바 뛴 20살 아들…7명 살리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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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노승찬 군의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건장한 20세 청년이 불의의 오토바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지만 장기 기증으로 7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노승찬(20)군이 25일 강남성심병원에서 7개 장기를 아픈 환자들에게 나눠주고 영면에 들었다”고 26일 밝혔다.

노 군은 지난 20일 새벽까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빗길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머리를 심하게 다쳐 뇌사 상태에 빠졌다.

외동 아들의 사고는 아버지 노상열씨에게 청천벽력이었다. 갑작스럽게 아들을 떠나 보내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

노씨는 “과거 할머니가 병환 중일 때 병원에서 간호를 한 적 있었고, 그 때 뇌사 진단을 받으면 다시는 깨어날 수 없다는 걸 알았다”며 “아들을 보내긴 싫었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기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기증원에 따르면 뇌사의 경우 혈액순환이 멈추며 다른 장기도 서서히 죽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증할 수 있는 장기가 줄어든다.

노군은 심장, 폐장, 간장(분할), 췌장, 신장(좌, 우) 등 7개의 장기를 기증해 7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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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찬 군의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노씨는 10년 전 아내와 이혼으로 외로움을 탔던 아들이기에 가슴을 쳤다. 경제적으로 넉넉치 않았다. 노군은 대학 진학 대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의 생계를 챙겼다.

그는 “부모 자식의 인연으로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나면 지금처럼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며 “좋은 일을 하고 가는 것이니 하늘나라에서도 편안하게 지내길 바란다”고 눈물을 닦았다. 또 “어리고 꿈이 많았던 아들이 오토바이 사고로 떠난 것을 보며 오토바이 운전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노군은 생전 친구들에게 밝은 성격으로 웃음을 줬다. 12년 지기 정승민씨는 “피아노를 치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고, 사교성이 좋아 늘 주변에 친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떠나보낸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노군의 장기 기증을 도운 기증원 동주현 코디네이터는 “스무살 어린 친구가 뇌사로 누워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며“힘든 상황에서도 아버님이 생명 나눔에 동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노군은 27일부터 강남성심병원에서 삼일장으로 장례를 치른다. 29일 청주 목련공원에 안장된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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