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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감지유발기 나사가 풀려서"…북한 주민에 뚫린 최전방 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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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상단 감지 유발기' 전수조사 착수

세계일보

사진=뉴스1


강원도 고성 GOP(일반전초)에서 북한 주민이 철책을 넘어 귀순했을 때 과학화 경계감시장비인 광망(철조망 감지센서)의 감지장비 나사가 풀려 있어서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과학화 경계 시스템 구축 5년 만에 확인된 이번 문제와 관련, 전수조사를 하고 원인이 된 부품을 교체할 방침이다.

합동참모본부는 25일 동부전선 GOP에서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언론에 공개하며 귀순 관련 조사 결과를 일부 공개했다.

현지에서 살펴본 결과 GOP 과학화경계시스템은 약 3.5m 높이의 철책에 감지 센서를 추가했다. 철책 남쪽 방향에는 그물망 형태의 광망 센서가 있다. Y자 모양의 철책 기둥 상단에는 브라켓(bracket), 철책 기둥 최상단에는 감지 유발기가 있다. 일반 성인 신장의 두 배가 넘을 정도로 높다. 열상감지장비(TOD)와 감시카메라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광망에 일정 수준의 힘이 가해지거나 끊어지면 경보가 울린다. 브라켓과 감지 유발기에도 일정 정도 힘이 가해지면 경보가 울린다. 다만 철책 기둥에 브라켓과 감지 유발기가 모두 설치된 상태는 아니다.

북한 주민은 브라켓이 없는 철책 기둥을 타고 철책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물망 모양의 광망에 일정 정도의 힘이 가해지지 않아 센서가 작동하지 않았다. 철책 기둥 최상단에 있는 감지 유발기는 고장났다. 군 관계자는 “북한 주민이 가한 힘이 감지유발기에는 전달됐으나, 감지 유발기 내부의 나사가 풀려 있어 압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감지 유발기는 군이 내부를 뜯어보지 못하는 형태로 운영돼 설치업체만 정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바람이 강한 동부전선의 특성 고려할 때 나사가 외부 압력으로 헐거워질 위험은 충분했던 만큼 사전 대비를 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념상으로는 철책을 절단하거나 넘을 때 어떤 형태로든 경보가 울리게 되어 있는데, 결과적으로 허점이 있었던 셈이다.

세계일보

합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단 감지 유발기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귀순 사건이 발생한 부대는 연말까지 감지유발기 전체를 뜯어내 점검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구축된 지 몇 년이 지났기 때문에 제품에 처음부터 결함이 있었다고 단정 짓는 건 무리”라면서도 “전수조사 후 더 튼튼한 나사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단 감지 브라켓도 추가 설치하고 GOP 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 개량도 조기에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합참은 귀순 사건과 관련해 해당 부대 관계자 처벌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9일 서욱 국방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아쉬운 점은 있으나 작전 실패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센서 정비와 관리에서 허점이 드러났고, 합참이 전비태세검열실 조사 결과를 여전히 발표하지 않는 상황에서 군의 이같은 입장을 놓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단행될 장군 인사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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