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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축구의 신` 마라도나 神의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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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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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에 가까운 세계 축구 역사(1930년 초대 월드컵 기준)에서 '황제' 또는 '신(神)'과 같은 절대자 칭호가 붙는 선수는 둘뿐이다. 월드컵 3회 우승 주인공 펠레(브라질), 그리고 월드컵 역사상 다시 없을 '원맨쇼'로 아르헨티나를 우승시킨 디에고 마라도나. 축구 역사상 가장 빛났던 2개의 별 중 하나가 떨어졌다.

마라도나가 결국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25일(현지시간) "조국의 축구 영웅 마라도나가 25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고 전했다. 올해로 60세였던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 자택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라도나는 최근 건강 악화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던 상태였다. 선수 시절 말년부터 각종 금지 약물과 마약을 달고 살았던 마라도나는 은퇴 후에도 건강 관리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결국 올해 초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던 그는 경막하혈종을 발견해 뇌수술을 받았고, 이후 자택에서 회복 중이었다.

마라도나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축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세계 축구계에선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조국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성명을 통해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이자 축구팬으로 알려진 프란치스코 교황도 애도를 표했다. 교황청은 "교황은 마라도나 별세 소식을 듣고 예전에 그와 만났던 좋은 기억들을 떠올렸다. 그를 위해 기도했다"고 전했다.

동시대에 뛰지는 않았지만 일생의 라이벌이자 좋은 친구였던 펠레는 "나는 위대한 친구를 잃었다. 언젠가 하늘에서 함께 공을 찰 것"이라며 마라도나를 추억했다. 마라도나 뒤를 이어 현세대 최고 축구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는 "전설이여, 안녕. 그는 영원할 것"이라며 애도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마라도나와 찍었던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그가 (축구계에) 남긴 많은 유산과 빈자리는 채워질 수 없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마라도나는 현대 축구에선 대표적인 전술로 자리 잡은 '압박축구'를 이끌어 낸 창시자다. 작은 키(165㎝)에도 몸싸움에 밀리지 않는 다부진 체격에 독보적인 볼 트래핑과 슈팅력, 넓은 시야에 최고 패스 능력까지 갖춘 마라도나를 막기 위해선 수비수 여러 명이 둘러싸 아예 공간을 내주지 않아야 했다.

특히 1986년 멕시코월드컵은 마라도나라는 이름을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각인시킨 대회였다. 마라도나는 각각 2대0으로 이긴 8강(잉글랜드전)과 4강(벨기에전)에서 네 골을 혼자 넣으며 팀을 결승으로 끌어올렸고 서독을 상대로 마지막 결승골(3대2)을 어시스트했다.

그중에서도 8강인 잉글랜드전은 마라도나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당시 마라도나는 잉글랜드 골키퍼와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손을 써 첫 득점에 성공했는데 결국 골로 인정됐고 이후 "신의 손이 도왔다"고 발언해 비판받았다. 하지만 5분 후 68m를 드리블하며 잉글랜드 수비수 6명을 제치고 넣은 골은 '신의 손'으로 화가 난 잉글랜드 대표팀과 국민을 침묵에 빠뜨렸다. 마라도나가 넣은 이 골은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1위를 차지하는 장면이다.

마라도나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시대를 지배하는 강팀에서 뛰지 않으면서도 업적을 쌓았다는 점이다. 펠레가 뛰던 브라질에 비해 마라도나가 뛰는 아르헨티나는 압도적인 강팀이 아니었다. 클럽 경력에서 오랜 기간 몸담은 이탈리아 세리에A팀 나폴리는 마라도나가 합류하기 전까지 중하위권이었으나 마라도나와 함께 구단 첫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유러피안컵(현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선수 한 명이 팀 성적을 이렇게까지 끌어올린 사례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월드컵에서 뚜렷하게 활약하지 못하고 세계 최고 팀에서만 뛴 메시와 호날두가 압도적인 클럽 경력에도 마라도나를 쉽게 넘어서기 힘든 이유다.

추락도 극적이었다.

약물 중독이 마라도나 발목을 잡았다. 23세이던 1983년부터 코카인 중독 의혹을 받던 마라도나는 나폴리에서 뛰던 1991년 약물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15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고, 결국 나폴리를 떠났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나이지리아전을 치른 후 도핑검사에서 적발돼 대회 도중 퇴출당하기도 했다. 은퇴 후에도 마약·알코올 중독 등으로 끊임없이 구설에 올랐던 마라도나는 영욕을 뒤로 하고 결국 60세 나이로 영영 눈을 감았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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