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5일 올해 FA로 풀리는 25명의 선수 명단을 공개했다. 특이한 건 선수들 등급이 A, B, C로 구분돼 있다는 점이다. 이 등급은 선수가 최근 받은 연봉에 따라 나뉘는데 구단 내에서 상위 3위 안이나 전체 선수 중 30위 이내면 A등급, 구단 내 4~10위나 전체 31~60위권이면 B등급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구단들 셈범은 복잡해졌다. 대대적인 리빌딩이 불가피한 두산 베어스는 A급 선수가 6명이나 풀리는 상황이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FA로 나온 3루수 허경민(30)은 올 시즌 연봉이 4억8000만원(등급 기준은 최근 3년)으로, 두산으로선 그보다 높은 연봉에 다년 계약으로 허경민을 붙잡기 어려운 처지다. 하지만 허경민이 타 팀으로 이적하면 두산은 소중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허경민을 영입하는 타 구단이 허경민을 영입하는 보상으로 연봉의 200%와 보상선수 1명(보호선수 20인 제외)을 주거나 연봉의 300%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함께 FA 시장에 나온 유격수 김재호는 허경민보다 높은 연봉(6억원 이상)을 받지만 35세에 두 번째 FA 계약인 만큼 B등급으로 분류된다. B등급 선수의 경우 원소속 구단은 선수의 새 구단에서 연봉의 200%나 연봉 100%+보상선수(보호 25인 제외)를 받는다. 두산이 가장 연봉이 높은 두 선수를 포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자금은 최대 25억원을 웃돈다.
반면 KBO 최고 연봉자인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는 높은 연봉이 운신 폭을 줄어들게 할 전망이다. 이대호는 이번이 두 번째 FA라 B등급으로 분류되지만 연봉의 100%만 해도 이대호를 영입하려는 구단은 선수 연봉을 제외하고 롯데에 25억원을 보상해야 한다. 이대호가 파격적으로 몸값을 깎는다고 해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지금으로서는 소속팀인 롯데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
이번 등급제 적용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함이다. 기존대로라면 대어급 선수든 그보다 낮은 선수든 영입을 시도하는 구단이 원소속 구단에 지급해야 할 보상 규모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이 규정은 결과적으로 스타급에 못 미치는 B급 이하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적을 제한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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