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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스카이72 입찰, 2등도 아닌 3등 사업자가 "억울하다" 소송...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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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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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72 / 사진제공=사진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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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의 영종도 부지를 임대해 운영 중인 국내 최대 골프장 스카이72를 둘러싼 소송이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영종도 골프장의 기존 사업자인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이하 스카이72)가 인천공항공사에 1000억원대 소송을 예고한 가운데 새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3위로 탈락한 업체가 입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무효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3등으로 탈락한 기업이 1등보다 임대료는 더 높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종도 골프장 입찰에서 3위로 탈락한 주식회사 써미트는 최근 인천지방법원에 '낙찰자결정무효소송'과 '낙찰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공항공사가 KMH신라레저를 새 사업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국가계약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스카이72 골프장 운영자 입찰이 소송으로 이어진건 낙찰자 선정 기준인 '예정가격'(예상임대료) 산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스카이72는 초대형 골프장으로 크게 2개 지역으로 나뉜다. '신불지역'에는 하늘코스 18홀이 있고, '제5활주로 예정지역'에는 바다코스 54홀과 연습장, 드림듄스 골프장 9홀 등이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 2개 지역 운영자 입찰에서 최저 수용 가능 영업요율을 신불지역은 41.39%, 5활주로 예정지역은 46.33%로 공고했다. 골프장을 운영해 100만원을 벌었다면 신불지역은 최소 41.39만원을, 제5활주로 예정지역에 있는 바다코스는 최소 46.33만원을 공항공사에 임대료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1위로 낙찰된 KMH는 신불지역은 116.10%, 제5활주로 예정지역은 46.33%를 영업요율로 적어냈다. 신불지역에서 100만원을 벌어도 116.10만원을 임대료로 내겠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얼핏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KMH는 대신 골프장이 훨씬 넓은 제5활주로 부지에는 하한선인 46.33%를 영업요율로 써냈다. 하늘코스(신불지역)에선 높은 임대료로 밑지더라도 바다코스(제5활주로)에서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입찰 참가자들의 입찰요율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서 불거졌다. 낙찰자로 선정된 KMH가 써낸 영업요율에 따르면 예상 연간 임대료는 439억원이다. 그런데 써미트는 영업요율로 신불지역 85.50%, 제5활주로 지역 62.50%를 적었다. 이에 따른 연간 임대료는 480억원으로 1위인 KMH보다 더 많다. 결국 임대료를 더 많이 내겠다고 했는데도 골프장 운영자로 선정되지 못한 셈이다.

여기에는 인천공항공사의 복잡한 낙찰 기준이 작용했다. 인천공항공사가 임의로 정한 가중치(신불 76.92%, 제5활주로 23.08%)를 적용한 '영업요율'로 보면 KMH가 1위다. 써미트는 KMH보다 41억원이나 임대료를 더 내겠다고 응찰했지만 3위에 그치며 경쟁에서 밀렸다.


운영 기간의 함정, 제5활주로 과연 지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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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인천국제공항 4활주로 (인천공항공사 제공) 2020.6.2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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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는 이에 대해 총 계약기간을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공사가 입찰공고한 사업기간은 신불지역의 경우 10년, 제5활주로 지역은 3년으로 큰 차이가 난다. 제5활주로 지역에 진짜 활주로를 짓게 될 경우 골프장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중치도 이걸 기준으로 정했다.

인천공항공사의 설명대로 신불지역 10년·제5활주로 지역 3년을 기준으로 하면 사업자로 선정된 KMH가 낼 임대료는 10년 총액 2600억원이고, 써미트는 2380억원으로 KMH 쪽이 220억원 더 많다.

하지만 문제는 인천공항공사가 입찰공고를 내면서 '연장옵션'을 달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르면 10년 임대인 신불지역 계약기간은 5년 단위로 최대 두 번(10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제5활주로 지역은 3년이 기본이지만 1년 단위로 매년 연장해 최대 20년까지 운영 가능하다. 두 지역 모두 최대 20년 간 골프장 운영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계산은 또 달라진다. 활주로가 지어지지 않고, 제5활주로 지역까지 정상적으로 골프장이 운영된다고 가정하면 1위 KMH와 3위 써미트의 임대료는 5년 6개월이 되는 시점 이후에는 완전히 역전된다. 10년 누적을 기준으로 보면 KMH가 4390억원, 써미트가 4790억원으로 써미트가 내는 임대료가 400억원 더 많아진다.

인천공항공사는 "가장 많은 임대료를 제시한 업체에 대한 판단은 신불 10년, 제5활주로 3년의 '확정된' 임대기간 동안 발생하는 누적임대료를 기준으로만 하는 게 상식에 맞다"고 설명했다. 영업요율과 가중치 등에 대해서도 "입찰공고를 통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써미트는 "공항공사의 주장은 '최고가 입찰자를 낙찰자로 해야 한다'고 명시한 국가계약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실현 가능 최대 임대료를 기준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가 반영 비중(가중치)을 낙찰자 선정에만 반영하고, 실제 임대료를 계산할 때는 반영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10년·3년을 기준으로 만든 가중치는 계약기간이 연장될 경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는데 이를 낙찰자 선정에 반영한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써미트는 가장 큰 변수인 제5활주로에 대해 "2027년까지 활주로 개발계획이 없음에도 임대기간을 3년으로 정했다"며 "공항공사의 결정 근거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항공업계는 제5활주로 건설 가능성을 낮게 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코로나19 등 각종 변수로 항공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동남권 신공항도 지역이 확정되는 대로 바로 착공돼 인천공항의 짐을 나눠지게 될 것"이라며 "제5활주로가 필요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건설 여부를 2025년 시점에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공항공사 새 사장, 1000억대 소송이 첫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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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2018 SK 텔레콤오픈' 1라운드가 열릴 인천 스카이72 하늘코스 18번 홀 그린에 빗물이 고여있다. 이날 폭우와 천둥 번개로 경기 지연됐다. (KLPGA 제공) 2018.5.1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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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미트와 소송 외에 인천공항공사는 스카이72와도 재산권 소송을 벌여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사실상 이 중재는 포기했다. 영종도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공항공사지만 1000억원대 소송과 400억원대 세 부담, 입찰 불복 소송이라는 3중고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르면 연내 임명될 인천공항공사 새 사장에게 부담스러운 숙제들이다.

올 연말 사업권이 종료되는 스카이72는 골프장 각종 시설에 대한 지상물매수청구권과 유익비(가치상승분)상환청구권을 행사하지 말고 '몸만 나가라'는 공항공사에 소송을 예고했다. 계약 당시 "무상인계 조항을 협의를 통해 분명히 지웠다"는 게 스카이72 측 주장이다.

인천공항공사의 입찰강행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달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는 "공항공사가 굳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택한 배경이 뭐냐"는 질의가 집중됐다. 스카이72가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 해도 428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새 입찰을 왜 강행했느냐는 질의다.

스카이72는 지상물·유익비 청구권 등을 합쳐 최대 1835억원을 배상 받겠다는 입장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국감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만약 법원이 공항공사 완승 판결을 내려 배상액이 '0원'이 된다고 해도 공항공사는 취득세·법인세 등 세금만 428억원을 내야 한다.

게다가 유익비 청구권은 법원에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지상물매수청구권도 100% 공항공사 승소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긴 어렵다. 인천공항공사로서는 1000억원대 소송과 428억원 세금 부담에 고스란히 노출된 상태다.

다만 앞서 진행된 스카이72 측의 입찰절차 진행금지 가처분신청에서는 법원이 일단 지상물매수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익비청구권에 대해서는 인정 여부를 명확히하지 않았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관련 소송은 스카이72가 사익을 위해 제기한 것으로 공사는 입찰을 통해 공정한 사업기회를 부여한다는 공공의 이익 실현을 지켰다"고 밝혔다.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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