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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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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와 한라 사이 독립투사들…권순철 개인전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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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권순철, 백두, 2020, Oil on canvas, 283x680.6cm [가나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천지의 옥색 물빛이 선명한 백두산 풍경이 폭 7m에 가까운 대형 캔버스에 장대하게 펼쳐진다. 강렬한 붓질로 희뿌연 하늘 아래 용솟음치는 듯한 웅장한 산세를 표현했다.

전시장 맞은편 벽면에는 한라산이 자리 잡고 있다. 역시 폭 3m가 넘는 대작이다. 백두산과 비교하면 푸른 하늘과 녹음 사이의 꽃들이 두드러진다.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권순철 개인전 '흔적 Trace'에서 선보인 신작이다. 권순철은 한국의 산과 강, 한국인의 얼굴을 소재로 우리의 역사와 정신을 캔버스에 담아온 작가다.

전시장을 길게 가로질러 마주 보는 백두와 한라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사이에 걸린 작품들 때문이다.

김구, 유관순, 안중근, 전봉준과 의병들 등 우리 역사를 지킨 인물들과 이름 모를 역사 주인공들의 면면이 민족의 정기가 깃든 산을 그린 대형 풍경화에 또 다른 기운을 불어넣는다.

2016년 대구미술관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여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한국인의 삶과 역사를 다양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4년 전 전시에서도 북한산, 관악산, 용마산, 갑장산, 팔공산 등 여러 산 풍경화가 출품됐지만, 백두와 한라를 그린 대작은 처음이다.

전시장에서 26일 만난 작가는 "그동안 많은 산을 그렸지만, 백두와 한라는 우리 민족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산"이라며 "백두는 당장 갈 수도 없고 한이 맺힌 산이며, 한라는 역사적인 아픔과 함께 푸근함도 느낄 수 있는 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두와 한라 사이의 독립투사 얼굴이 상징하는 바가 있다"라며 "산을 그려도 그저 산으로 그리지 않고 그 산이 가진 맥을 찾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회화 32점과 테라코타 19점 등 총 51점을 소개한다. '백두'와 '한라', '얼굴' 시리즈 외에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형상과 한국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암시하는 추상적 회화 '넋' 시리즈, 테라코타로 작업한 인간군상 시리즈를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역사에 묻힌 개인의 상처와 아픔을 다룬 '위안부' 시리즈와 인생의 봄과 같은 시간을 훼손당한 이들을 위로하는 듯한 '목련' 시리즈가 나란히 걸렸다. 12월 20일까지.

연합뉴스

권순철, 한라, 2020, Oil on canvas, 248x333cm [가나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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