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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말할 시기 생각보다 빨리왔다"…윤석열 '측근 감싸기' 전말 밝힌 간부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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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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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0.11.2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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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 조치를 내리면서 주요 비위 행위로 '검언유착' 의혹 수사 당시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비호하기 위한 감찰 및 수사 방해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자 당시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했던 간부 검사가 장문의 글을 올려 "실무 책임자로서 총장이 편향된 지휘를 했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그때엔 밝히지 못했던 사건 전말을 공개했다. 윤 총장의 징계 사유의 부당함을 주장면서 자신 역시 징계하라고도 요구했다.


윤석열 '수사편향성' 어떻게 만들어졌나



대검찰청 형사1과장을 지냈던 박영진 울산지검 형사2부장검사는 26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차후 설명 드릴 기회가 있을 거라고 했으나, 당시 내용을 검찰 구성원에게 말씀드릴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면서 '검언유착' 수사 당시 윤 총장의 수사지휘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게 된 상황을 자세히 나열했다.

박 부장검사는 "당시 상황에 기초해 봤을 때 감찰 관련 제반 규정상 검사에 대한 어떠한 감찰사유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불분명한 상황이었다"며 "구체적인 팩트 없이 일부 언론의 문제제기가 있고 시민단체의 고발장 접수됐다는 이유만으로 감찰을 받아야 한다면 그 자체로 검찰을 흔드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검 인권부는 강제수사 권한이 없고 언론사로부터 관련자료 협조도 받지 못해 구체적 사실관계 파악이 곤란하다는 결론이 내려지자, 그 직후 총장이 스스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서울남부지검에 접수된 사건까지 모두 포함해 제반 의혹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이 측근인 한 검사장을 비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찰보다 더욱 엄격한 수사를 지시했고 수사 역시 서울중앙지검에 맡겨 공정성을 유지하려 한 것이란 설명이다.

오히려 수사를 맡게 된 서울중앙지검이 대검에 적절한 보고를 누락한 채 수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 공정성을 크게 해쳤음에도 윤 총장의 수사 편향성으로 몰아가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게 박 부장검사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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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왼쪽부터), 강남일 차장,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이원석 기조부장 등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0.1.1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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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압수수색 보고 안한 대검 부장회의…녹취록 전문도 뒤늦게 보고



당시 윤 총장의 '측근감싸기'로 규정되며 결국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해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전문자문단 소집이었다. 윤 총장이 수사 공정성을 위해 대검 부장회의에 지휘감독을 위임해놓고 수사 과정이 한 검사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돌연 외부 자문기구인 전문자문단을 소집해 한 검사장 구하기에 나서려 했다는 게 윤 총장을 공격한 논리였다.

박 부장검사는 이에 대해 "대검 부장회의에 모든 권한을 위임해 윤 총장이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되는 것처럼 이해하는 것 같은데 그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대검 부장회의는 심의기구일 뿐 결정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검찰총장이 심의 진행 경과와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직접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박 부장검사는 "대검 부장회의는 심의를 종료한 후 일정 서식에 따라 심의결과서를 작성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한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 안건 등 여러 논의사항에 대해 심의결과서를 작성한 바도 없었다"며 "총장의 지휘권은 모두 배제 또는 제약되고 대검 부장회의가 총장의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둔 징계 혐의는 그 자체로 성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윤 총장 대신 공정하게 수사지휘를 심의하고 이를 윤 총장에게 보고해야 할 대검 부장회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박 부장검사의 설명이다. 박 부장검사는 6월 15일 한 검사장 압수수색 건에 대해 윤 총장이 집행 이후에야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그 이전 압수수색 영장 청구 단계에서 대검 부장회의에 보고된 결과가 윤 총장에게는 보고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박 부장검사는 "그 이유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썼지만 검찰 내에선 당시 대검 형사부장이었던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보고를 누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관정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한 검사장 강요미수 공모혐의의 결정적 증거로 제시했던 부산고검 녹취록의 전문을 확보하고도 이를 보고하지 않고 수사팀의 압수수색과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 청구를 밀어붙이는 데 일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형사과가 뒤늦게 부산고검 녹취록 전문을 확보하고서 사안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성을 보고하고 나서야 윤 총장은 대검 형사과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양쪽 모두에게 대검 부장회의에서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6월 19일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팀은 특별한 이유없이 참석을 거부했고 이후 윤 총장은 결과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더이상 대검 부장회의를 통한 수사지휘가 어렵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박 부장검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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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한동훈 검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7.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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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징계하려면 나도 징계하라"



박 부장검사는 "그럼에도 총장은 채널A 기자 구속영장 청구 건에 대해서도 부장회의에서 결정하도록 계속 일임했다"며 특히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려고 하자 이를 대검 부장회의에서 심도있게 논의할 수 있도록 대검 형사과와 수사팀 간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이어 "대검을 설득해야 할 수사팀은 부장회의에 참석하지도 않고 부장회의에서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총장은 부장회의 위임을 해지하고 구속영장청구 건에 대해 직접 불승인, 보완지휘 결정을 내릴 수도 있었다"며 "그럼에도 총장은 다시 한번 대검과 수사팀 이회에 자문단을 통해 객관적인 제3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한 것이 전혀 부당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의 양심을 걸고 징계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만일 징계혐의가 성립된다면 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저 또한 부당한 지휘감독권 남용에 대한 조력자인 셈이니 저또한 징계해달라"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박 부장검사는 "일선 청의 수사 과정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위해 이뤄진 대검 지휘 조치가 부당한 남용으로 호도되는 현실에 탄식이 나올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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