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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시진핑 연내방한 사실상 무산? 왕이 "韓 코로나 완전통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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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중 외교장관회담 직후 취재진 문답

韓 8개월만 최대 확진자 '연내 방한 어렵다'

"시 방한 꼭 코로나 끝난 뒤 아냐, 조건 돼야"

美견제 관련 질문은 회피 "외교 간단치 않아"

中외교부, 사드 겨냥 "'민감 문제 처리' 언급"

중앙일보

26일 외교부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전 팔꿈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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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중인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관해 “조건이 성숙하면 방문이 성사될 것”이라며 “조건은 한국이 코로나19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8개월 만에 최대치인 583명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사실상 연내 방한이 어렵다고 말한 셈이다.

또 '완전한 통제'란 언급으로 청와대가 지난 8월 시 주석의 방한 조건으로 설명한 '코로나19 안정'보다 훨씬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당시 양제츠(杨洁篪)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부산에서 회담을 갖고 시 주석의 방한 조건과 일정에 대해 합의했다.

왕 부장은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한국 대통령의 여러 차례 (시 주석의) 국빈 초청에 감사하다”며 “중요한 건 방문 조건을 계속 만드는 것이고, 조건이 성숙하자마자 방문이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한 조건이 성숙되는 기준’을 재차 묻는 취재진에 왕 부장은 “지금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으냐. 이런 것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그것이 꼭 코로나가 끝난 뒤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건 (한국이 코로나19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라며 “무엇이(어떤 상태가) 완전히 통제하는 것인지는 양측이 협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앞서 회담 모두 발언으로 지난 2월 시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거론한 수망상조(守望相助·지키고 망을 보고 서로 돕는다)를 언급하며 코로나19 상황 속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왕 부장은 또 이번 방한이 미국 견제 차원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이 세계에는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 한·중은 이웃 국가”라고 답했다. 이후 몇 차례 미·중 경쟁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왕 부장은 “외교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끝까지 미국을 직접 겨냥한 비판은 피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왕 부장이 강 장관과의 회담 모두에 “중국과 한국은 지역 통합을 촉진하고,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 개혁에 적극 참여해야한다”고 말한 대목에선 은연중에 미국 중심 질서에 대한 견제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외교부가 이날 오후 발표한 한·중 외교장관 회담 발표문에선 왕 부장이 강 장관에게 “남한 측이 한·중간 민감한 사안을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민감한 사안’은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문제를 우회적으로 거론할 때 중국이 통상 쓰는 표현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중국 측이 매번 한·중 간 협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원론적인 수준에서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며 “우리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입장을 설명했다”며 이 문제가 거론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결국 장관급 회담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한 한·중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 했다는 얘기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시 주석이 방한하더라도, 이 문제가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시 주석이 ‘방한 선물’로 문 대통령에게 이른바 ‘3불(3不ㆍ한국은 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한미일 안보동맹을 하지 않는다)’에 대한 보다 진전된 정부입장을 요구할 것이란 우려는 외교가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청와대가 지난해 말 밝힌 시 주석의 방한 시점은 올해 상반기였는데, 그 뒤로 8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11월 왕 부장까지 중국 고위급이 코로나19를 뚫고 줄줄이 방한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민감한 현안에서 양국은 접점을 찾지 못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왕 부장이 언급한) 코로나19 외 여타의 조건이 중국 측의 기대가 충족돼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선 현재 시점에서 말하기 쉽지 않다”고만 답변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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