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조주빈 피해자 "이게 끝이 아니야...공범들에도 엄벌 내려주시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성은 기자(pi@pressian.com)]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텔레그램 박사방의 조주빈이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당초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보다는 약하지만 법원이 조주빈의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인정하면서 예상보다 강한 형이 선고된 것으로 보인다.

재판이 끝난 후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6일 서울중앙지법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을 환영했다. 하지만 공대위는 관련 범죄에 관한 일관성 있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추가 주문했다.

공대위는 "결코 이것이 끝이 아니"라며 "조주빈 이외의 수많은 가해자가 법정에 서고 있지만 죗값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6일 '와치맨' 전모 씨가 고작 7년 형을 선고받았으며 피해 지원에 관련된 문제들은 여전히 방치돼있다"며 "재판부가 쏟아지는 관심 때문에 반짝 눈치를 보다가 다시 예전의 판결로 돌아가는 게 아닐지 불신과 우려도 그대로"라고 전했다.

박사방의 피해자도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은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팀장이 대독했다.

피해자는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과 가해자들의 수법을 가십거리 마냥 풀어내는 모습에 너무나도 마음이 답답했다"며 "말하기 입 아프고 부당한 경험들로 말 못할 역겨움과 분노를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오늘 주범 조주빈이 선고되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님을 알고 있다"며 "재판부는 앞으로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공범들 처벌에 있어서도 엄벌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프레시안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텔레그램 '박사방' 조주빈과 공범 5명에 대해 중형이 선고됐다. 공대위는 "이번 판결이 끝이 아니"라며 "성착취의 근간을 찾고 가해자들이 죗값을 받을 수 있게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프레시안(조성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판부, "박사방 범죄단체 맞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현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등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과 공범 5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었다.

어깨까지 기른 장발의 조주빈과 공범 5명은 흰색 마스크를 쓰고 황색 수의를 입고 들어섰다. 조주빈은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공범들도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텔레그램 박사방을 범죄단체로 인정할지 여부였다. 법조계 내에서는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제외한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 혐의만 인정됐을 때 최대 징역 15년 정도일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했다.

재판부는 "박사방 조직은 △텔레그램 안에 개설된 이른바 '박사방'의 주요 구성원들로 구성됐으며 △주된 구성원은 피고인 강훈 등 닉네임으로만 특정 가능한 집단이며 △조주빈과 공범들은 아동·청소년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배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 범행 목적으로 구성하고 가담한 조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구성원들은 성 착취 영상물 제작, 박사방 관리 홍보, 가상화폐 수익 전달 등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으며 △박사방이 만들어지기 이전 참여가 제한돼있던 텔레그램 '시민의회', '노아의방주' 그룹에서부터 조주빈을 추종하고 조주빈의 지시에 따라왔다"며 "△박사방 구성원들은 조주빈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를 유인하는 등 범죄행위에 가담했고 △조주빈의 제안을 받아 성 착취물을 제작하는 등 조주빈과 협력관계였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을 총체적으로 판단해 볼 때 이 사건 박사방 조직은 형법 114조에서 말하는 범죄 목적으로 하는 집단임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조주빈은 징역 40년에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각 10년, 전자발찌 부착 30년, 범죄수익금 약 1억604만 원 추징 등을 선고 받았다.

조주빈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범 '태평양' 이모(16) 군은 범행 당시 만 15세인 점이 고려돼 징역 장기 10년, 단기 5년을 선고 받았다. 조주빈에게 자신의 고등학교 담임교사 딸의 살인을 청부한 사회복무요원 강모(24) 씨에게는 징역 13년을, 거제시청 소속 공무원 천모(29) 씨는 징역 15년을, '오뎅' 장모(41) 씨는 징역 7년을, '블루99' 임모(34) 씨는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다.

이하 피해자 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먼저 말을 꺼내기에 앞서 이 자리에 저의 이야기를 듣고자 오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러한 일이 일어나고 벌써 오늘의 시간이 왔습니다.
그날은 아직도 생생한데 오늘까지는 어떻게 지내왔는지는 참 흐릿하네요.
국민들께서도 같이 분노해주시고, 그만큼 많은 언론에서도 관심 가져주셨습니다.
언론에 노출이 되어야 저의 피해 사실에 대한 규명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또 다가오시는 그 시선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한 번도 이런 언론화를 겪어보지 못한 저의 어리석은 생각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과 가해자들의 수법을 가십거리 마냥 풀어내는 모습들을 보고 너무나도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그것을 보는 게 더 치가 떨렸습니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들을 재구성하며 반복적으로 보여주셨으니까요.
또 조주빈이 무슨 영웅이라도 된 것 마냥 그의 일생을 알아야 했으니까요.
마치 그가 그렇게 자라서 이런 짓을 한 게 이해가 된다는 것처럼 풀어내시곤 했죠..

그러한 기사들이 쏟아져 내려오고, 그에 따른 비판적인 댓글이 달리고
다시 한 번 언론이 만든 피해자의 이미지에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지쳐있던 상황만큼 도와주겠다는 손길 하나가 너무나도 감사했고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이 결코 따뜻할 뿐만이 아니란 걸 알았던 순간엔 정말 외면받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또한 사회적인 위치와 영향력을 충분히 가지고 계신 분들이 앞에서는 여성 인권을 그리 지지한다 말씀하시면서 뒤에선 성희롱적인 발언을 저한테 아무렇지 않게 내던지시고 그런 분들이 이 사건에도 어느 정도 연관성 있게 수사에 참여했다는 게 무척이나 소름 돋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들끼리 뒤에서 물고 듣고 서로 약점을 모은다는 것도, 이런 경관을 처음 보는 제겐 너무나 경악스럽더군요.

세세하게 말하기 입 아프고 부당한 경험들로 말 못할 역겨움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사건 뒤 이런 경험을 가지신 피해자분들이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피해를 수단화하여 이익을 취하려 하셨던 모든 분들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인지하시고 모두 스스로 찔리시길 바랍니다.

여러 가지 댓글과 의견들을 보며 사건이 일어난 후 제 잘못이 아닌가 몇 번이고 돌아보았습니다.
사건의 피해자가 저만이 아니기 때문에 대표해서 어떠한 의견을 말한다는 것이 참으로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언어가 필요하다 생각해서 적절한 선에서 용기 내어 말합니다.

잘못된 내용들도 많았고 그 중 정말 '이건 아니야'라며 소리 지르고 싶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또 이 사건을 보시는 어떤 분들은 피해자의 잘못이라 집어 말하기도 하셨습니다.
말하고 싶은 게 많지만 속으로 삼킵니다.

저의 잘못이라 인정하면 '왜 그런 선택을 했냐' 비난당할 것 같고,
잘못이 아니라 호소하면 잘못한 것이 맞다고 비난당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오늘 주범 조주빈이 선고되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공범들은 사건이 진행 되고 있고, 몇몇은 아직까지도 수사 진행 중이죠.

숨고 싶었지만 제가 두렵다고 피하면 그들이 웃을 것을 알기에
앞으로 살아갈 저에게 그들이 저를 피하는 게 맞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매일 발전되어가는 디지털 사회 안에서 살아갑니다.
그 안에서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그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암호화된 화폐, 암호화된 채팅방 그 안에서 이루어진 카르텔
이러한 발전이 되기 전에 나올 수 있었을까요?

재판부는 앞으로의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 공범들 처벌에 있어서도 엄벌을 내려주시고
이런 사회악적인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조성은 기자(pi@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