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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연이은 실수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의구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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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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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옥스퍼드대와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 면역 효과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 시각) ‘실수를 인정한 뒤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사 백신과 관련한 난제에 직면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굉장해 보이는 백신의 효능이 추가 검사에서도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더해지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가 데이터를 공개했던 방식에서의 오류와 일련의 이상, 누락 등이 (임상 시험) 결과의 신뢰성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사가 개발 중인 백신의 3상 임상시험 초기 데이터 분석 결과 백신의 평균 면역 효과가 70%라고 발표했다. 백신의 1회 접종분씩을 한 달 간격으로 2회 투여한 경우 면역 효과가 62%인 반면에, 1차 접종 때는 1회 접종분의 절반만 투여하고 2차 접종 때 1회분을 투여했더니 면역 효과가 90%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연구진은 복용량에 따라 면역 효과가 다른 원인을 아직 규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렇게 참가자들의 복용량이 달라진 게 연구진의 실수 때문이라고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뒤늦게 시인했다. 메네 팡갈로스 아스트라제네카 부사장은 당초 연구진은 모든 참가자에게 1회분 전체를 투약할 생각이었지만, 측정 오류로 인해 절반만 투약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1회분의 절반을 접종한 것은 행운(serendipity)이었다”고 자평했다. 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임상시험 설계 단계에서 1회분의 절반을 투약할 때 백신 효능을 측정하도록 고안된 게 아니기 때문에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또 첫 투약에서 1회분의 절반을 맞은 참가자들은 모두 55세 이하로, 고령층이 없었다는 점도 뒤늦게 드러났다. 이 사실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자진해서 밝힌 게 아니라 미국 정부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인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의 책임자 몬세프 슬라위가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언급해 알려지게 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여기에 임상 데이터 분석 결과에서 핵심 정보도 누락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전체 시험 참가자 중 131건의 코로나 확진 사례가 나왔다고만 밝혔을뿐, 백신을 1차 접종때 절반만 투약한 집단, 두 차례 모두 1회 접종분을 투약한 집단, 위약을 투약한 집단에서 각각 몇 건씩 나왔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여기에 이번에 공개한 분석 결과가 영국과 브라질에서 각각 다르게 설계한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한 것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이는 약물과 백신 등의 임상시험 결과를 보고하는 표준 관행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미 플로리다대의 백신 시험 설계 전문가인 나탈리 딘 박사는 “(관련한) 모든 정보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합쳐졌는지 파악할 수가 없다”며 “(아스트라제네카는) 그들이 보고한 백신 시험 결과에 관해 투명성과 엄격함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고 했다. 이밖에 임상시험과 관련한 중요 정보를 대중에 즉각 공개적으로 않고 투자자들과의 비공개 콘퍼런스콜에서만 밝힌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회분 가격이 3~4달러 수준으로 다른 백신보다 싸고, 보관 온도도 섭씨 2~8도로 상대적으로 높아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임상시험 과정에서의 실수 등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NYT는 “전문가들은 미국 등의 규제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긴급 사용을 신속하게 허가할 확률은 감소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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