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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군부독재와 싸운 '86세대'…"운동권 독재" 비난받는 현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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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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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을 그려 낸 영화 '1987' 이미지 /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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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5일 SNS 게시글에서 "본격적으로 586 운동권 독재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조국흑서' 공동 저자인 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도 "어제(24일)부로 문재인 대통령은 선출된 합법적 독재자의 길에 들어섰다"고 썼다. 이날 국민의힘 등 야권의 "독재" 비판은 일일이 세기 어려울 정도다.

신군부 독재정권 종식의 가장 앞줄에 섰던 이른바 86세대(80년대 학번, 1960년대생)는 현재 여권 내 지위와 숫자, 모든 면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주류로, 이른바 친문 세력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오히려 "반민주", "권위주의", "독재" 등 과거와 정반대의 비난을 받고 있다. 친문 주류 86세대를 향한 비난의 배경은 무엇일까.


진중권 "민주당 정체성 변질"…최장집 "한국 정치엔 자유주의 부재"

친문 주류에 대한 비판은 주로 여권에서 등을 돌린 과거 진보성향 인사들 사이에서 쏟아진다. 대표 인사인 진중권 전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이 변질됐다"고 진단한다. 그는 지난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지금 민주당 주류는 NL(민족해방계열) 운동권이다.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NL 운동권 세력은 자유주의를 경험해보지 않았고, 오히려 자유주의자를 '부르주아'로 부르던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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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2019.12.9/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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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원로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역시 같은 맥락의 진단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의 협동조합 카페 '하우스'에서 열린 강연에서 "촛불시위 이후 국가주의·포퓰리즘·민족주의를 결합한 '민중주의적 민족주의'가 한국 이념 지형의 지배적 헤게모니가 됐다"면서 "현재 한국 정치에는 자유주의가 부재한다"고 평가했다.

진 전 교수는 최 교수의 언급을 인용해 "민중주의적 민족주의는 전체주의·집단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적군과 아군을 구분해 정치하고, 내 의지를 적에게 강요하기 때문에 대화·토론·타협·이성이 아닌 세뇌와 선동을 통해 다수로 밀어붙이는 행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21대 국회 개원 후 여당이 부동산3법 등 쟁점법안 처리 과정에서 연출한 강행 처리한 장면을 일례로 들었다.


독재와 맞선 도덕적 우월감…'내로남불'에도 당당

독재와 맞선 과거가 빚어낸 '도덕적 우월감'은 또 다른 86세대의 약점으로 꼽힌다. 진보논객인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근 저서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에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굳이 지적할 것도 없이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라며 "도덕적 우월감을 가진 문재인 정부와 강성 지지자들은 그 '선한 DNA'를 앞세워 정권 권력을 옹호하고, 비판자들에게 온갖 모멸적인 딱지를 붙여대는 '도덕적 폭력'을 행사한다"고 썼다.

실제로 이른바 '조국 사태'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문 사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특혜 의혹, 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인 윤미향 민주당 의원의 회계부정 의혹 등은 친문 주류 86세대 정치인들의 도덕적 균열을 드러냈지만, 지지자들은 이들을 감싸며 비판 세력 공격에 나선 게 현실이다.

이를 두고 진 전 교수는 "과거 노사모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여러분, 이제 뭐하실 겁니까?' 그랬더니 '감시, 감시, 감시'라고 외쳤는데 (친문은)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고 자처한다. 일종의 종교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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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조국흑서)' 저자 간담회. (왼쪽부터)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 권경애 변호사, 서민 교수, 김경율 회계사./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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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시민단체의 '정치화'…"견제 수단이 없다"

권력 감시와 견제 수단 약화도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진보 시민단체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역시 86세대가 주류인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단체 인사들이 청와대와 여당의 핵심 지위로 등용되며 집권세력과 '동화'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9월 말 '조국흑서' 출간 간담회에서 저자 중 한 사람인 김경율 회계사는 "최근 국정 난맥상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였다면 시민단체들은 촛불을 들었을텐데, 지금은 역성을 들고 있다. 시민사회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정권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자리에서 권경애 변호사도 "김상조 정책실장 등 참여연대 출신과 민변에 있던 많은 변호사들이 청와대에 들어갔다. 이 정부가 시민단체와 그렇게 밀접하게 결탁할 수밖에 없는 인적교류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도 24일 SNS에서 "(국회 의석) 180석을 안겨줬으니 아예 견제가 안 된다. 저들이 행정부, 입법부에 이어 사법부마저 장악하게 되면 못 할 일이 없어진다"며 "이제까지는 그나마 권력 분립과 같은 자유민주주의의 시스템이 저들의 폭주에 제동을 걸어줬지만, 검찰·감사원에 이어 사법부까지 무너지면 폭주를 견제할 장치가 사라진다. 전체주의화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적었다.

변휘 기자 h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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