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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이낙연은 친전, 이인영은 면담 시도.. 왕이 떠받드는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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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文대통령 예방

조선일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왕 부장은 다음 날인 26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포함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한반도 정세, 미중 관계 등 한중 양국의 주요 현안이 두루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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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5일 오후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왕 부장이 한미 동맹에 대한 견제 메시지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의전 서열 1·2위인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을 필두로 사흘간 여권(與圈) 핵심 인사들과의 연쇄 회동이 예정된 상태다. 중국 내 서열이 20위권에 불과한 외교부장의 방한에 당·정·청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것을 두고 과공비례(過恭非禮)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가 격리 때문에 왕 부장을 만나지 못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친전과 꽃바구니를 전달했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백방으로 면담을 타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왕 부장은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오후에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다. 저녁에는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찬을 함께 한다. 방한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와 조찬을 가진 뒤 박병석 국회의장과 면담한다. 문 특보와의 조찬에는 민주당 소속인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 윤건영·이재정 의원 등이 배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왕 부장이 문재인 정부 막전·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핵심 인사들과 두루 만나는 모양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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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한국 온 왕이 외교부장 - 25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차량에 탑승하기 전 카메라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작년 12월 이후 약 1년 만의 방한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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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에선 ‘과잉 의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 내 서열이 20위권에 불과한 왕 부장의 한국 방문에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핵심들이 총출동하는 모양새가 지나친 저자세라는 것이다. 왕 부장은 지난 2017년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팔을 두드려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부터 자가 격리 중인 이낙연 대표는 25일 왕 부장에게 친전과 꽃바구니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용의 ‘유천하지성위능화(唯天下至誠爲能化·오직 지극히 정성을 다해야 변화를 만든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왕 부장을 향해 “코로나 와중에 직접 방한하고,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는다” “다음번 만날 때는 꼭 제 고향의 막걸리로 귀한 손님을 따뜻하게 모시겠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중국 측의 요청으로 면담이 추진됐으나 자가격리로 인해 만나지 못해 친전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의 경우 왕 부장의 방한이 임박하자 이 장관과의 1대1 면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고위 공무원들이 민관 여러 경로로 중국 측에 면담이나 조찬 회동을 타진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 외교 당국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야권(野圈) 인사에게도 다리를 놓아달라고 부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은 최근 교착 상태에 놓인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대북 백신 나눔과 경제 협력을 제안했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통일부가 왕이·이인영 면담에 매달린 데에는 남북 경협 구상에 중국이 최소한의 지지를 표명해주길 기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청와대 일정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적 카운터 파트가 아닌 이 장관과는 면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 장관은 12월 둘째 주쯤 워싱턴을 방문해 미 조야(朝野) 인사들에게 북한과의 보건·의료 분야 협력 구상 등을 설명할 계획이었지만 미 행정부 교체기에 미 측 인사들과 일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또 미 국무부가 25일(현지 시각) 이 장관이 지난 23일 재계 인사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남북 경제 협력 가능성과 대북 제재의 유연성 등을 언급한 것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며 “미국은 앞으로도 모든 유엔 회원국이 제재 결의를 이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 장관의 발언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됐다.

[바로잡습니다] 조선닷컴에 11월26일 게재된 ‘이인영은 면담 퇴짜, 이낙연은 친전.. 왕이 떠받드는 여권’ 기사와 관련, 통일부는 “면담을 검토했을 뿐 실제 추진을 진행한 바 없다”고 알려와 바로잡습니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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