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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바이든의 경제정책, '듀퐁'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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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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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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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권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 내각에 함께할 인물들도 발표하면서 경제 정책에 대한 윤곽도 드러난다. 그렇다면 바이든 당선인은 현재 미 경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의 기업·경제관을 가늠하기 위해선 화학기업 듀퐁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바이든 고향 먹여 살린 듀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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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퐁의 나일론 제품 동상을 설치하는 모습. /사진=듀퐁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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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듀퐁은 바이든의 인생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바이든은 유년시절부터 고향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본사를 둔 듀퐁을 보며 자라왔다. 그는 정계에 입문해서도 듀퐁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바이든 가족은 1953년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에서 델라웨어로 이사오게 된다. 바이든의 아버지는 중고차 사업을 했고, 주요 고객은 듀퐁 직원들이었다.

듀퐁은 '삼촌 듀피'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학교, 병원에 지원금을 주고, 복지재단을 운영하는 등 지역사회의 기둥이었기 때문이었다. 듀퐁은 미국에서 최초로 직원들에게 건강보험과 연금을 지급한 회사이기도 하다. 1990년에는 듀퐁에서 일하는 델라웨어 노동자만 2만7000여명에 달했다. 델라웨어 주민 10명 중 한명이 듀퐁 직원이던 시절이었다.

바이든은 2007년 낸 자서전에서도 "유년시절 우리 이웃들은 '듀퐁 아빠'로 불렸으며, 그들은 넥타이에 단 듀퐁 클립을 보여주고 '이 마크가 너를 돌봐줄 거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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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조 바이든 당시 상원의원 모습. /사진=로이터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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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29세때 처음으로 상원의원에 도전했을 때도 듀퐁 직원들의 도움을 받았다. 당시 바이든은 다른 기업들은 세금을 회피하려하지만 듀퐁은 그렇지 않다며 "양심적인 기업"이라고 추켜세웠다. 1972년 선거에서 승리했을 때도 축하 파티는 듀퐁호텔에서 열릴 정도였다.

바이든은 상원의원 당선 이후 듀퐁 경영진과 연간 2회 이상 만남을 가졌다. 1975년에는 듀퐁 일가가 보유중이던 1만평방피트짜리 저택을 사기도 했고, 듀퐁이 연방 보조금을 따는데도 도움을 줬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듀통 CEO(최고경영자)를 지낸 찰스 홀리데이 로얄더치셸 의장은 "바이든이 우리 회사를 많이 도와줬다"면서 "그는 회사와 관련해 많은 대화를 나눴고, 특히 직원들을 신경썼다"고 했다.


듀퐁의 몰락을 지켜본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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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퐁 회사 로고. /사진=듀퐁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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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90년대부터 2000년대초반까지 듀퐁은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한다. 듀퐁이 생산하던 나일론 같은 제품을 아시아에서도 생산하며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이 회사는 2013년 헤지펀드의 타깃이 되고 만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넬슨 펠츠와 그가 이끄는 트라이언 펀드는 듀퐁 지분 2.2%를 확보하며 경영 개입을 시작한다. 그의 주장은 "듀퐁이 호텔, 컨트리클럽, 극장 등을 운영하고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듀퐁의 엘렌 쿨먼 CEO는 당시 신문 광고에 '듀퐁은 지역사회의 자랑스러운 기둥'이라는 광고를 내는 등 맞섰다. 쿨먼은 바이든과 함께 윌밍턴에서 자라오며 토요 미사도 같이 참석했던 인물이었다.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을 만나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WSJ는 바이든이 쿨먼을 노동자에 신경쓰던 최고의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전했다.

쿨먼은 이사회 투표에서 펠츠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부진한 실적 가이던스에 발목이 잡히며 사임하게 된다.

이후는 듀퐁은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 호텔 등 사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자산은 매각에 들어갔고, 2015년말에는 당시 1위 화학기업인 다우와의 합병도 발표했다. 이후 사업포트폴리오를 줄여야 한다며 다시 회사는 3개로 쪼개진다. 100년이 훌쩍넘는 두 거대 기업이 헤지펀드의 손에 쩔쩔매며 끌려다닌 것이다. 이 과정에서 델라웨어 노동자는 구조조정을 당하게 된다.

2000년까지만해도 델라웨어에서 1만3250명을 고용하며 그 지역 1위 고용주였던 듀퐁이었지만, 올해 기준으로는 단 3500명의 인력만이 남았다. 고용규모 순위 역시 12위로 추락했다.


바이든의 결심..."주주만 신경쓰는 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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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통령 시절의 조 바이든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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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바이든이 듀퐁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측근들에게 듀퐁의 사례를 두고 현대 자본주의 몰락의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이든은 또 미국 경제계가 노동자나 지역사회보다 주주를 우선시하는 모습에도 탄식을 뱉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바이든의 정책 고문이었으며 현재 바이든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에도 합류 중인 돈 그레이브스는 "바이든은 듀퐁을 50~70년대까지 미국의 대표적이고 책임감있는 기업시민으로 보고 있다"면서 "그는 듀퐁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프레임에서 멀어진 것이 기업이 주주 환원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듀퐁 엔지니어 출신이자 현재 바이든 인수위를 총괄하는 테드 카우프만 전 상원의원은 2013년 듀퐁이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와 그가 이끄는 트라이언 펀드와 싸웠던 상황은 바이든에게 일종의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말한다. 주주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회사와 지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말이다.

올해 대선을 준비하면서 그가 내세운 공약에도 이러한 시각이 반영돼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조세 회피를 억제하기 위해 최소한의 법인세를 약속하면서도 해외로 일자리를 내보낼 경우 불이익을 주고, 노동조합 결성을 쉽게 바꾸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월에는 "주주 자본주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훨씬 지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WSJ는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억제해 노동자 임금 등에 쓸수 있도록 개혁하려는 계획을 품고 있었다고도 전했다. 바이든은 백악관에서의 임기를 마친 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떠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고 한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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