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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수능 망치려고... " 살얼음판 걷는 수험생·학부모·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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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400명대 육박하자 쏟아지는 '방역간증'
수험생 학부모에 재택근무 권장하기도
부모들 합격기원 예불 취소·예배 온라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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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여 앞둔 25일 서울 양천구의 한 학원에서 구청 직원들이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맞춰 강의실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는 수능 1주일 전부터 수험생 방문이 잦은 음식점, 카페, 입시학원 등을 집중 점검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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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정세균 총리가 ‘방역수칙 안 지킨 공직자, 확진되면 책임 묻겠다’고 한 적 있잖아요. 그 기사를 교장이 교사들 단체대화방에 링크 걸더라고요. 안 그래도 다들 조심하는데 씁쓸하더라고요."

25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향 뒤 학교 분위기를 묻자, 서울의 한 인문고 교사 김모씨는 쓴웃음을 뱉었다.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들에게 혹여 피해라도 줄까봐, 회식 같은 학교 내 자잘한 모임을 애초에 금지됐다.

코로나19가 번지면서 '제자들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그 뒤 지상명령이 됐다. 교사 본인이나 자식 결혼식은 아예 직계 가족만 참석시키는 ‘스몰웨딩’이 됐다. 급기야 지난 달 교사 모친상에는 교원 상조회 대표만 유일하게 참석, 유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김 교사는 “교사는 아이들과 접촉도 하지만 수능 감독관이나 운영요원으로도 차출되는데, 만약에 확진이라도 되면 그 비난을 어떻게 감수하겠나”라며 "그 때문에 아마 대부분의 고등학교 사정이 비슷할 것"이라 말했다.

수능을 일주일 앞둔 25일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400명에 육박하면서 수험생 방역 관리가 화두로 떠올랐다. 곳곳에서 ‘방역 간증’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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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을 열흘 앞둔 23일 광주 남구 봉선동 동아여고에서 한 교사가 발열 등 유증상 수험생이 시험을 치를 특별 시험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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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는 학교보다 더 하다. 결정타는 지난 5월 '인천 강사 집단감염' 사태였다. 한 번 잘못했다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임성호 종로하늘학원 대표는 “매일 아침 강의실 앞에서 QR코드 입력, 체온체크는 일상화됐다"며 "특히 인천 사건 이후에는 확진자 발생 지역에 잠시 머물렀을 뿐이라 해도 먼저 휴강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원이 아닌 개별 과외교사도 마찬가지다. 경기 용인지역 고3 수험생을 가르치는 A씨는 올해 내내 수업 전 발열체크를 자원했다. 서로 미심쩍어 하는 걸 참을 수 없어서였다. 수험생 측에서 먼저 요청하기도 한다. 수험생 동생을 둔 직장인 구주연씨는 "인천 사건 이후 부모님이 너무 불안해 하셔서 체온계를 사와 정중히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수험생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구주연씨만 해도 직장이 서울 상암동이다. 그래서 한 해 내내 동생과 접촉을 피했다. 구씨는 "말하자면 집안에서 내가 제일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이라 동생과 밥도 같이 안 먹고, 집안에서도 마주치지 않으려 되도록이면 다른 곳에 있으려 했다"고 말했다. '집안 내 동선 겹치기'를 피하기 위해서다. 지난 주부터는 아예 회사에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서 혼자 점심을 해결하기 시작했다. 직장 동료들을 통해 옮겨 올 가능성을 차단하고 싶어서다. 이 같은 불안감을 의식해서인지 서울시와 대구시 등은 수험생 학부모에 한해 수능일까지 아예 재택근무를 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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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불교 신자를 비롯한 학부모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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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들의 수능기도 풍경도 달라졌다. 매년 400여명이 넘는 신도가 몰렸던 서울 견지동 조계사의 수능 전 기도회는 발길이 확 줄었다. 거리두기로 인해 대웅전에는 50명 미만으로 들어갈 수 있다. 서울 강남의 봉은사도 ‘합격 기원 예불’ 인원을 아예 50명으로 제한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대형 교회를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고, 명동성당 등도 이미 수험생을 위한 기도를 취소했다. 절이나 교회를 다니던 이들은 온라인 기도로 대체하고 있다.

배려받는다지만, 그래도 제일 불안한 건 수험생들이다. 자기 인생에 직결된 문제라서다. 부산 양운고 3학년 배채윤양은 “독서실, 학원 다니는 친구들은 대화할 때는 물론이고, 개인 칸막이책상에서도 절대 마스크를 벗지 않는게 불문율처럼 됐다"며 "모두가 불편하지만 이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의 고3 안소연양도 “이런저런 모임은 수능 이후로 미뤄진 지 오래"라면서 "수능 이후에도 서로 약속을 잡지 않는 분위기라 시험 뒤 해방감 같은 건 누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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