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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與 "재난지원금 본예산 반영" 입장 선회에… 기재부도 발 맞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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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예산 변경시 최소 1주 이상 국회 처리 늦어질 듯
"2차 재난지원금 경험 있어 시간 오래 안 걸릴 수도"
한국일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대표가 화상으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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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맞선 3차 긴급 재난지원금을 내년 본예산에 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재정 여건과 물리적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당초 본예산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던 기획재정부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내년 예산 심사를 주도하고 있는 여당이 입장을 바꾼 만큼 정부 역시 보조는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원 마련 방법과 지급 대상 선정 등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여 내년 예산안은 법정 통과 시한(다음 달 2일)을 훨씬 넘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

25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본예산에 맞춤형 지원 예산을 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자,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본예산 심사를 받던 기재부는 여당의 입장 변화 배경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여당으로부터 공식적인 얘기가 전달되지 않아, 본예산 변경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당국 안팎에서는 본예산 변경과 관련해 고위급 당정 협의 채널이 이미 가동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 대표가 "취약계층에 대한 재난 피해 지원책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는 방안을 정부와 함께 찾으라"고 지시한 만큼, 정부로서는 싫든 좋든 여당과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로서는 여당 지도부 의지가 강해, 정부가 정면으로 반기를 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여당 도움 없이는 내년 예산안 통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정부도 결국 여당 입장을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재정당국 입장에서는 내년 초에 추경을 한번 더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본예산으로 처리하고 가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원 마련 방법을 놓고 벌써부터 여야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점이다. 야당은 한국판 뉴딜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내년도 예산안에 3차 재난지원금 3조6,000억원을 편성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여당은 맞춤형 긴급지원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자고 맞서고 있다.

본예산 변경이 추진되면서 예산안 처리 시점도 그만큼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우선 정부가 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해 본예산 항목을 구조조정하거나 국채발행 등을 검토하는 데 일주일 안팎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 뉴딜 예산 삭감을 둘러싸고 여야 간 정치 공방이 격화될 경우에는 국회 처리 과정에서도 또 다른 진통 기간이 예상된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시간이 많지 않아 지원 대상을 정교하게 선별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다만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 경험이 있으니,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매년 예산안이 법정처리 기한 안에 통과된 경우가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며 "다만 이미 한참 심사 중인 본예산을 뜯어고쳐 다시 심사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짧게는 1주에서 길게는 2~3주 처리 기한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세종=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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