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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학부터 아모르파티까지… 저더러 作神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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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이승철·김건모·룰라 등 히트곡 가사 쓴 작사가 이건우

“지금 쓰는 작품요? 뭐니 뭐니 해도 전세난(難) 한번 다뤄야 되지 않겠습니까? 노랫말은 그 시대상을 반영해야 가치 있게 뜬다니까요.”

올해로 데뷔 40년을 맞은 일명 ‘작신’(작사의 신) 이건우(60) 작사가는 신문을 넘기면서 “여기 나온 뉴스가 다 작사 주제”라며 입맛을 다셨다. “1920년대 ‘희망가’를 보세요. 우리네 민초들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어루만지지 않았습니까? 세태를 풍자할 수도 있고, 유머러스하게 비틀어 희비극으로 만들어볼 수도 있고, 그런 게 바로 노랫말의 힘입니다.”

1981년 전영록의 ‘종이학’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그는 이승철의 ‘서쪽 하늘’, 김건모의 ‘스피드’,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 등에 이어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 장윤정의 ‘애가타’,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 유산슬의 ‘합정역 5번 출구’까지 1200곡이 넘는 히트작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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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우 작사가는 “트로트 세대교체에 성공한 ‘미스터트롯’을 통해 숨은 트로트 명곡이 다시 인기를 끄는 것처럼 작사에도 젊은 스타들이 계속 나와 새로운 감각의 노랫말이 많이 등장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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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70곡을 모아 에세이집 ‘아모르 파티’를 최근 출간한 이건우씨는 “고등학교 시절 ‘나의 영웅’ 송창식 선생님의 아름다운 노래에 푹 빠져 고등학교 졸업 이전에 이미 100편 넘는 작품을 각종 공모전에 출품했다”고 말했다. 1980년과 이듬해 TBC 방송국(현 KBS) 우수 가사 공모에 2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당시 그의 실력을 눈여겨본 가수 채은옥의 소개로 전영록의 종이학 앨범 11곡 전곡을 작사했다. “지금도 어디 가면 ‘제 마음속 국경일은 3월 26일'이라고 말해요. 그날이 영록이 형님 생일이거든요. 하하!”

노랫말의 영감은 책과 신문, TV 뉴스에서도 얻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이라고 했다. 전영록을 비롯해 ‘애상’ ‘판도라의 상자’ 등을 작사하며 만난 조용필 등이 그가 말하는 ‘인생 형님’. ‘고졸’ 학력을 무시하는 시선에 마흔 넘어 입학한 대학(한국외대)에서 스무 살 어린 동기생들에게 ‘요즘 트렌드’도 배운다. “제 인생의 모토가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예요. 내가 먼저 사랑을 주거나 먼저 뭘 해야 그만큼 얻는 것도 있지요.”

그가 지은 노랫말은 포크송부터 발라드, 댄스곡, 트로트까지 아우른다. 매너리즘에 빠지는 듯하면 장르를 바꿔 도전했다. “댄스가요라고 가볍게 볼 게 아니라 젊은 층이 빠져드는 만큼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1990년대 한창 ‘오렌지족’이 유행하며 흥청망청했던 시절, 젊은 친구들이 다 가진 것 같아도 결국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이들을 보면서 ‘날개 잃은 천사’(1995)를 만들었고, ‘이성은 행위 앞에 노예’(미녀와 야수·DJ doc·1995) 같은 가사로 급변하는 젊은 층의 구애(求愛) 방식을 표현하게 됐습니다.”

2001년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작사하며 처음 트로트에 손을 대니 주변에서 ‘조로(早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작사가의 끝은 트로트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트로트가 요즘 ‘뉴트롯’이라 말하듯, 발라드, 댄스, EDM, 국악 등 타 장르를 포용해 대중음악을 대체하는 광의의 장르가 될 거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임영웅, 영탁 등 젊은 스타들을 보면 나훈아, 남진의 전성기를 보는 것 같아요. 그 인기 당분간 계속될 겁니다.”

그는 우리 대중가요 100년사를 후세에 남길 만한 노래 박물관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미자, 나훈아, 조용필, 패티김 선생님뿐만 아니라 박춘석, 김희갑 선생님 얼마나 대단합니까. BTS가 그래미로 가는 시대입니다. 언젠가는 그 박물관 안에서 ‘떼창’을 할 날이 오지 않을까요?”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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