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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與·일부 법관들 “윤석열의 판사사찰 충격적”, 보고서 쓴 검사 “구글 검색… 규정대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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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조선일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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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청구 및 직무 집행 정지의 사유로 든 6가지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판사 사찰’이다. 나머지 5가지는 이미 알려진 사안이나 검찰 내부에서 설득력도 얻지 못하는 ‘억지 의혹’ 수준의 내용이다. 그러나 ‘판사 사찰’은 처음 제기됐을 뿐 아니라 폭발력도 크다. 여당인 민주당도 이 부분을 부각해 윤 총장 공격했고, 판사 사회에서도 “사실이라면 중대한 헌법 파괴 행위”라는 말이 나왔다.

추 장관은 24일 “2020년 2월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울산 사건 및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 재판부 판사와 관련해 주요 정치적인 판결 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자 이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며 윤 총장이 ‘판사 사찰’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물의 야기 법관’은 검찰이 2018년 이른바 ‘사법 농단’ 수사 과정에서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에서 확보한 것으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음주 운전 등 비위가 있는 법관들의 명단을 작성한 인사 자료이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이용해 조 전 장관 담당 판사 등을 뒷조사했다’는 의혹 제기인 것이다.

법무부는 25일에도 기자단에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수사 정보를 수집하는 곳일 뿐 판사의 개인·성향 자료를 수집해 검사들에게 배포하는 기구가 아니다”며 “법적 권한이 없는 기관이 개인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것이 사찰”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당시 보고서를 작성했던 성상욱 고양지청 부장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같은 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보고서 작성 및 배포는 수사정보정책관실 직무 범위 내의 행위임이 명백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그는 글에서 “검찰청 사무 기구 규정, 대검 사무분장 규정 등에 따르면 수사정보정책관실은 부정부패 사건, 대공·선거 사건 등과 관련된 정보 수집 및 관리를 하게 돼 있다”며 “사건 관련 정보에는 공판 중인 사건 관련 정보도 포함 된다”고 했다.

그는 추 장관이 밝힌 ‘사찰 혐의’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성 부장검사는 보고서 작성 이유에 대해 “담당 재판부의 재판 진행 방식이나 선고 경향을 파악·숙지해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그는 “우선 ‘물의 야기 법관’ 내용은 조국 전 장관 사건 재판장인 김모 판사님이 아니라 (양승태 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중 한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 구성원 중 A 판사님이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작성된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피고인의 변호인이 2019년 그 사실을 재판부에 문제 제기 했고 공판 검사팀도 이미 아는 내용을 리마인드(상기) 차원에서 기재한 것”이라며 “이 부분은 피해 당사자(판사)가 재판을 맡은 것으로 볼 여지도 있어 재판 결과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었기에 참고하라는 취지였다”고 했다. “약점을 잡아 악용하는 게 사찰이지, 처분권자(판사)에 대한 유의 사항을 피처분권자(검사) 입장에서 정리한 게 사찰인가”라고도 했다.

그는 또 “자료 작성도 컴퓨터 앞에 앉아 법조인 대관과 언론 기사, 포털 사이트와 구글을 통해 검색한 자료를 토대로 했고, 공판 검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화로 문의했다”며 “마치 미행이나 뒷조사로 해당 자료를 만든 것처럼 오해되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본인의 직무 범위 내에서 ‘공판 지원 자료’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법무부에 의해 ‘법관 사찰’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실제 당시 공판을 담당했던 한 검사는 본지 통화에서 “수사 기록에 포함된 내용으로 공판 검사와 변호인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추 장관이 ‘판사 사찰’ 카드로 법원을 자극해 향후 직무 집행 정지 소송에서 윤 총장의 패소를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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