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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루수를 1루수 옆에? 극단적 수비가 통했다, 이것이 NC 데이터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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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 지우는 NC의 데이터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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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8회 두산 오재일 타석 때 NC 야수들의 수비 위치. 3루쪽 노란 점선 부근에 있어야 할 3루수 박석민이 1루수와 2루수 사이 노란 실선 원으로 이동했다.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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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2회 두산 선두 타자 김재환이 때린 타구가 1·2루 사이를 뚫었다. 하지만 공식 기록은 ‘3루수 땅볼 아웃’. 3루수인 NC 박석민이 3루를 아예 비우고 1, 2루 사이 우익수 앞쪽에서 타구를 잡아 처리했기 때문이다. 김재환이 올 시즌 주자가 없을 때 오른쪽(66개)으로 향한 타구가 왼쪽(56개)이나 중간(48개)보다 많았다는 점을 감안해 3루 수비를 과감히 포기하고 1~2루 수비망을 한 겹 더 쳤다.

올해 창단 첫 프로야구 통합 챔피언에 오른 NC는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좌타자들인 김재환과 오재일을 각각 23타수 1안타, 21타수 4안타로 꽁꽁 묶었다. 3루수인 박석민이 주자 유무나 볼 카운트에 따라 1, 2루와 우익수 사이에서 여러 차례 위치를 옮겨다녔고, 이들 타석이 끝나면 3루로 원위치했다.

◇NC엔 ‘데이터’ 토론 문화가 있다

NC는 2018년 10월 창단 감독이던 김경문 후임으로 수비 코치를 맡던 이동욱 감독을 ‘깜짝’ 선임했다. 프로 생활 7년 만에 은퇴한 이 감독이 지명도는 낮았지만, 데이터 활용을 잘하고 선진 야구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NC는 세이버메트릭스(야구 데이터를 통계학·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에 정통한 비(非)선수 출신 야구 마니아들이 있는 데이터팀과 선수 출신 경기 기록·영상 분석원으로 이뤄진 전력분석팀을 통합했다. 서로 소통하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후 팀에 이슈가 발생하면 이 데이터팀들뿐 아니라 선수와 코칭 스태프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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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국시리즈의 극단적인 시프트도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국내엔 수비시프트와 관련해 축적된 데이터가 적어 아쉽다”고 말한 이동욱 감독의 요청을 데이터팀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서울대에서 미학·경제학을 전공한 임선남 팀장은 “투구 타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을 통해 타구가 어떤 각도, 속도로 가는지 분석했고, 장비가 놓치는 부분은 수비 코치 등이 현장에서 별도 분석한 자료를 만들어 시프트에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숨은 병기 ‘D-라커’를 애인처럼

모기업 엔씨소프트는 IT 기업답게 2013년 전력 분석 프로그램 ‘D-라커’를 개발해 야구단에 제공했다. 단순한 통계 기록과 분석 영상 외에도 기본 기록을 가공한 세이버메트릭스 데이터, 타구와 투구 트래킹 데이터, 경기 중계 편집 영상, 해외 리그 사례까지 보탰다. 7년 동안 그 자료가 쌓여 ‘빅데이터’가 구축됐다.

이동욱 감독은 지난 24일 우승 후 “아무리 좋은 데이터가 있어도 현장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못 쓰는 데이터”라고 했다. 데이터팀은 선수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데이터를 차트와 그림, 도표로 재가공했다. NC는 선수들이 언제 어디서든 D-라커로 자신의 훈련 영상과 데이터를 볼 수 있도록 올해 전지 훈련에 앞서 1·2군 선수, 코칭스태프 전원에게 최신형 태블릿PC 120대를 제공했다. 전지훈련에는 데이터팀 소속 매니저 3명이 합류해 D-라커 활용법을 알려줬다.

올해 NC 선수들은 성적이 안 좋을 때면 먼저 데이터팀을 찾아 상의하는 일도 많아졌다. 임선남 팀장은 “데이터 분석을 잘해도 선수 경험이 없으면 전달이 쉽지 않은데, 선수 출신인 데이터 팀원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설명하니까 시너지 효과가 있다”며 “이젠 데이터를 놓고 토론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이 감독 부임 후 이런 변화가 빨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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