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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연례 행사된 '수술대'…'6년 연속 KS' 두산의 짙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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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고척,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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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척, 이종서 기자] 승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강한 투수를 내보내야 하는 상황. 그러나 나비효과는 잔인했다.

두산 베어스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에 성공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성공한 팀은 SK 와이번스(2007~2012), 삼성 라이온즈(2010~2015년)에 이은 역대 세 번째다. 비록 마지막 순간 한국시리즈에서 NC 다이노스에게 잡혀 고개를 떨궜지만, 두산은 왕조라고 불려도 손색없는 6년을 보냈다.

왕조가 세워지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희생이 하나씩 녹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위기의 상황. 어떻게 해서든 실점을 지우기 위한 투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러나 그에 따른 대가는 선수들에게 다가왔다. 곳곳에서 부상자가 나왔고, 지난해 필승조의 올해 활약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형범은 지난 10월 29일 우측 팔꿈치 뼛조각 제거를 위해 후내방 충돌증후군 수술을 받았다. 김태형 감독은 “시즌 중에도 좋지 않았고, 지금 올라오는 상황이 아니라 수술을 해서 내년을 준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형범은 FA로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양의지의 보상 선수로 지난해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첫 해 67경기에 6승 3패 19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다. 두산의 새로운 마무리로 나서는 듯 했다.

성적에서 볼 수 있듯 이형범은 지난해 두산에서 위기의 상황이면 꺼낼 수 있는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였다. 67경기에 나와 총 61이닝을 던진 그는 3연투가 총 세 차례 있었다. 또한 1이닝을 초과한 경기가 있던 연투는 8차례가 있었다.

투수 출신 한 야구 관계자는 "같은 1이닝이더라도 계속해서 던지는 것과 이닝을 나눠서 던지는 것은 피로가 다르다 쉬는 동안 어깨도 풀고, 마운드에서도 공을 추가로 던진다. 투구수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라며 "또 멀티이닝 뒤 연투와 3연투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트레이닝파트는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한다. 선수들의 몸상태를 쉼없이 체크하고 있다. 두산의 트레이닝파트는 다른 구단과 비교해서 경험도 풍부해 남다른 노하우를 자랑하고 있다. 철저한 관리가 있었지만, 몸이 버텨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2년 전에는 박치국이 ‘마당쇠’ 역할을 소화했다. 박치국은 2018년 4월부터 6월까지만 총 39경기에 나왔다. 특히 6월에는 15경기에 나와 17⅔이닝을 소화했다. 연투는 17차례 밖에 없었지만, 연투 기간 중 1이닝을 초과해 던진 적이 한 번이라도 있던 것은 7차례나 됐다. 특히 6월 26일과 27일에는 2⅓이닝, 2이닝을 각각 소화한 뒤 하루 휴식 후 다시 1이닝을 던졌다. 7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연투 기간 동안에는 1⅓이닝, 1이닝, 1⅓이닝을 차례로 막았다. 결국 박치국는 2019년 스프링캠프에서 어깨 통증을 호소하고 중도 귀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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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준은 지난해 69경기에 나와 68⅓이닝을 던졌다. 두산에서 가장 많은 경기 출장이자, 두산 불펜 투수 중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3연투는 두 차례에 불과했지만, 1이닝을 넘어서 던진 연투가 총 9차례를 기록했다. 특히 8월 27일부터 31일까지 치른 6경기 중 윤명준은 4경기에 나와 4이닝을 던졌다. 1이닝, 1⅓이닝, ⅓이닝, 1⅓이닝 순이었다.

또한 윤명준은 올 시즌에 들어가기 직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잠시 공을 던지지 못했지만, 곧바로 엔트리에 합류했다. 결국 올 시즌 어깨 쪽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동안 두산의 선발의 역할이 작아서 불펜 기용이 무리하게 이뤄진 것도 아니었다.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선발 소화 이닝이 4755⅔이닝으로 전체 1위다. 확실한 에이스가 긴 이닝을 끌어줬기도 했지만, ‘판타스틱4’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강한 선발 야구를 펼쳐오기도 했다.

다만, ‘이길 수 있을 때 확실하게 잡겠다’는 전략은 리드 상황에서 필승조의 잦은 등판으로 이어졌다. 투수코치가 어느정도 틀을 잡는다고는 하지만 권명철, 한용덕, 이강철, 김원형 코치로 이어지는 동안 이 줄기는 변하지 않았다.

성과는 분명했다. 두산은 6년 동안 한국시리즈에 6차례 모두 올라갔고, 이 중 우승은 3차례나 됐다. 통합 우승도 두 차례 있다. 달콤한 열매가 있었지만, 이에 따른 댓가도 확실했던 것이다.

올 시즌 두산은 트레이드로 얻은 이승진, 홍건희가 사실상 필승조, 마당쇠 역할을 모두 소화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바쁜 순위 싸움을 펼쳤던 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두산에 앞서 왕조로 군림했던 SK 역시 전병두, 고효준, 채병용 등도 수술을 하거나 구위 저하를 피할 수 없었다. 두산으로서는 이들이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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