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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가장 빛난 왕조의 마지막, 두산 재건모드 ON[SS 졌잘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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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두산 알칸트라가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6차전 6회말 강판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왕조’의 마지막은 대부분 초라했다. 짧게는 삼성 왕조(2011~2015년)부터 길게는 해태왕조(1983~1997년)까지 끝은 이별로 점철됐다. 사실상 왕조의 마지막 시즌으로 인식된 두산은 이전 왕조들과 결이 달랐다. 외줄 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시즌을 치러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왕조의 품격을 놓지 않았다.

두산이 길고 긴 시즌을 마무리했다. 포스트시즌만 12경기를 치렀으니, 공식 경기만 156경기를 소화한 셈이다. 두산은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와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에서 2-4로 패해 시리즈 전적 2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정규시즌을 포함하면 86승으로 통합챔피언에 오른 NC(KS 4승 포함 87승)에 단 1승이 모자랐다.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프리에이전트(FA) 군단으로 ‘모 아니면 도’라는 전망 속에 개막을 맞이해 선수단도 큰 부담을 갖고 경기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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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1번 박민우가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6차전 6회말 2사 만루에서 2타점 2루타로 출루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9월 한 때 6위까지 순위가 떨어졌지만, 10월 약진을 통해 기어이 준플레이오프(준PO) 직행(정규시즌 3위)을 확정했고, 와일드카드결정전을 치르고 올라온 LG에 이어 PO 직행을 일군 KT마저 누르고 6연속시즌 KS 진출 진기록을 달성했다. 6연속 KS 진출은 SK(2007~2012년)와 삼성(2010~2015년)에 이은 역대 세 번째 진기록인데, 감독 한 명이 이끈 것은 두산이 유일하다. 지난 2015년 준PO로 시작해 KS에서 삼성을 물리치고 왕조를 승계한 두산은 올해까지 여섯 차례 KS에서 세 번 우승 영예를 안았다.

시즌 막판 연승 행진을 달리며 ‘미라클 두산의 재현’을 기대하게 만든 동력은 ‘한 경기라도 더 함께 치르자’는 동료애였다. 주전 내야수 전원(오재일, 최주환, 김재호(재자격), 허경민)과 외야수 정수빈, 투수 유희관 이용찬 등 FA 자격을 얻는 즉시 전력감이 FA 자격을 얻는 터라 왕조의 붕괴가 현실로 다가온 시즌. 선수들은 누구랄 것 없이 “이렇게 좋은 선수들과 또 야구를 할 수 있을까 싶다. 한 경기라도 더 치러, 더 많은 추억을 쌓자는 바람이 시즌 막판 순위싸움 과정부터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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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이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6차전 0-4로 끌려가는 7회초 팀의 공격을 지켜보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선수들의 단합에 수장도 고마움을 표했다. 김 감독은 “FA 자격을 채우면 나태해질 수 있는데, KS가 끝날 때까지 베테랑들이 솔선수범해 후배들을 이끌었다. 감독 입장에서는 너무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KS는 대타 자원 부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확인했지만, 김민규 이승진 이유찬 등 팀을 이끌 차세대 기수가 탄생한 무대이기도 했다. 모기업의 재정 악화로 FA 중 상당 수가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이지만 ‘화수분’이라는 팀 색깔에 걸맞게 다른 왕조에 비해 빠르게 재건에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심어줬다.

무엇보다 차기 왕조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당분간 KBO리그 판세가 춘추전국시대 혼전 양상으로 전개되면, 두산의 재건이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선수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두산 특유의 전통은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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