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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공수처법 개정 강행” vs “결사 저지”… 결국 여론에 달렸다 [세상을 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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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공수처 출범 놓고 극한 대립

野 추천위원, 변협 추천 후보까지 반대

3차회의 열었지만 공수처장 추천 무산

25일 추천위 한 번 더 소집… 극적 타협 주목

與 “연내 반드시 출범”… 12월 법 처리 방침

의결정족수 ‘7명 중 6명’→‘3분의 2’ 핵심

공수처 출범, 문 대통령 대표적 대선 공약

“연내 성사 못 시키면 검찰 개혁 동력 상실”

공수처 자리 잡으려면 정치적 중립 생명

野 비토권 폐지, 두고두고 부담 될 수 있어

국민의힘, 의석 적어 표결로 막을 수 없어

몸싸움 어렵고 장외투쟁도 여의치 않아

세계일보

공수처장 후보추천회가 지난 18일 국회에서 위원장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3차 회의를 열고 있다. 추천위는 예비후보 10명을 놓고 검증과 표결을 진행했지만 추천위원 7명 가운데 6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후보를 추리지 못하고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요청으로 추천위가 25일 재소집됐지만 여야 입장차가 커 전망이 밝지 않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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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 선출을 놓고 여야가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요청에 따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를 25일 한 차례 더 소집하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공수처법 개정을 위한 명분 쌓기에 그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추천위 재소집과 무관하게 25일부터 법 개정 작업을 하면서 국민의힘이 추천위에서 다시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하면 단독으로 공수처장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과정을 밟을 전망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당원게시판에 “공수처 출범을 더는 늦추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여야가 극적으로 타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추천위는 지난 18일 3차 회의를 열어 예비후보 10명을 놓고 검증과 표결을 진행했지만 추천위원 7명 가운데 6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후보를 내지 못했다. 야당쪽 추천위원 2명이 비토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야당 추천위원들은 계속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나머지 위원들은 활동을 사실상 종료하기로 의결했었다. 민주당은 올해 안에 공수처를 반드시 출범시키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이 “깡패짓” “독재로 가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 이대로라면 여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고 야당은 극렬 반대하면서 정기국회 예산안 심의와 민생법안 처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여야 합의 없이 공수처장이 결정된다면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아 극심한 정쟁과 국론분열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야당, 비토권 행사로 후보추천위 무산

야당 추천위원들은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는 물론이고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서 추천한 후보까지 동의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수처장 추천을 무산시켰다. 예상된 결과였다. 중립적 지위에 있는 법원행정처장과 변협 회장은 “이런 식이면 다음에 논의를 해봐야 의미가 없다”며 민주당의 추천위 활동 종료 방침에 동의했다. 그러자 위원회 활동을 서둘러 종료시킨 것에 대해 “너무 성급했다”는 반발이 거셌다. 야당 비토권을 명문화한 취지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사결정 참여자 모두가 인내하면서 합의를 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추천위 회의가 고작 세 번에 그친 만큼 후보추천 절차 다시 밟아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 이유다.

◆“추천위 활동종료 너무 성급” 여론 반발

민주당은 당과 법무부 장관이 추천한 후보만이 아니라 법원행정처장과 변협 회장이 추천한 후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야당 추천위원의 비토권 악용 때문이라며, 시간 끌기로 공수처 출범을 무산시키려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반대하는 것을 넉 달 가까이 존중하고 경청하고 토론했다”며 “국회 의석수에 따라서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부적격한 사람을 추천해 놓고 고르라는 강요라며, 민주당 입맛대로 공수처장을 지명하려는 것이란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연내 출범해야 할 급한 이유는 없고, 재추천을 받아서라도 여야 모두가 신뢰하는 공수처장 후보를 뽑자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여당, 공수처법 개정 속도전 공언

민주당은 25일 법사위 소위원회, 30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공수처법을 처리할 방침이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법안소위를 개최해 여야가 발의한 모든 법을 병합 심사할 것이며 정기국회에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인 공수처는 연내 출범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야당에 허용해준 비토권을 빼앗기 위해 다시 법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의결정족수를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로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법사위 소위에는 민주당 김용민·백혜련 의원 등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이 회부돼 있다. 민주당은 의결정족수를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로 완화(김용민 안)하거나 추천위원 추천이 늦어지면 국회의장이 법학교수회장과 같은 학계 인사를 지명하는 방안(백혜련 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두 안 모두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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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연내 출범시키려는 이유

공수처 출범과 검경수사권 조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이다. 민주당은 공수처를 연내 출범시키지 못하면 문재인표 검찰개혁의 마지막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내년 4월7일로 예정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말부터 여야 모두 서울·부산시장 공천 등 모든 이슈가 보궐선거로 쏠리게 되면 검찰개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더구나 친문 진영에서는 “국민이 여당에 압도적 의석을 몰아줬는데도 개혁 작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공수처가 출범돼야 “검찰개혁이 끝날 때까진 장관직을 물러나지 않겠다”고 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교체할 명분도 생긴다.

◆법 개정 강행 땐 정치적 부담 크고 역풍 우려

공수처가 초법적 권한과 지위 논란에도 제도로서 영속하려면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확보가 생명이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법 제정 때 민주당 스스로 넣은 야당의 비토권을 이제 와서 되돌리는 것은 약속 위반이자 명분이 약하다. 민주당은 야당 비토권을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맞서는 ‘핵심 무기’로 삼아왔다. ‘공수처가 정권의 친위 기구가 될 것’이란 비판이 쏟아질 때마다 “야당의 비토권이 확실히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야당 비토권을 폐지하면 공수처 중립성을 포기한다는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다. 5선 중진이자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야당의 비토권을 바꾸려고 하는 것도 무력화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수처법 개정에 비판적이다. 두고두고 여당의 발목을 잡는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개정안에는 공수처 검사 임기를 기존 3년에서 7년으로 늘리는 등 독소조항이 많아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야당 ‘현실적 한계’ 고민

국민의힘은 최대한 저항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법치주의 파괴, 우리나라 수사기관 파괴, 검찰 독재, 공수처 독재로 가는 이런 일들을 국민들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석수가 부족해 표결로 막을 수는 없다. 과거와 달리 몸싸움도 하기 어렵다. 육박전 같은 물리력 행사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처벌되기 때문이다. 야당이 선택할 카드는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각종 쟁점 법안이나 예산처리를 거부하는 것이다. 여당이 단독처리하는 정치적 부담을 지게 만들 수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야권 공동대응을 제안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장외투쟁도 여의치 않아

국회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민주당의 행태로 보면, 개정안 통과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국민들께서 막아주시는 방법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야당은 “공수처장을 사실상 여당이 마음대로 낙점하는 구조가 된다면 공수처는 출범부터 권력보위기관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며 대국민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는 연내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수결에 밀리는 국민의힘이 공수처를 막을 방법은 국민여론을 주도하는 것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장외투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른 부정적 여론이 나올 우려가 있어 꺼내들기가 어렵다.

◆남은 변수는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지난 20일 헌법재판소를 항의방문했다. 헌재는 헌법에 기초해 국가적 갈등을 조기에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2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공수처법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지만 헌재가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헌재는 “공수처법 관련 평의는 현재 진행 중이며 위헌 여부도 신속하게 판단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헌재 재판관 구성이 진보 우위 상태인 점을 들어 위헌 여부 결정이 올해 안에 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cjord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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