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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배드민턴 명문고 코치, 부모에 발전기금 더내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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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코치 채용계획 밝히며 학부모에 기금 인상 요구

코치 "학부모들 동의하면 교장께 보고할 계획이었다"

중앙일보

배드민턴 이미지. 본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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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스포츠 스타와 국가대표를 배출한 한 배드민턴 명문 고등학교에서 감독과 코치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선수 부모들에게 학교발전기금 인상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또 교장과 협의 없이 보조코치 1명을 추가로 채용하겠다고 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보조코치 급여를 부담하게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해당 코치는 "오직 선수들을 위해 한 제안으로 학부모 동의를 얻은 뒤 교장에게 보고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2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방의 모 고등학교 배드민턴부 A코치는 지난 21일 학교 체육관에 모인 선수 부모 10여 명에게 "내년에 선수는 17명으로 느는데 코로나19 여파로 교육청과 체육회에서 지원하던 배드민턴부 예산이 대폭 깎였다"며 "내년 1월부터 선수 부모 1명당 매달 84만원씩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당초 달마다 방과후학교 수업비 9만원과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35만원을 걷었는데 발전기금을 60만원으로 올리고, 보조코치 월급 250만원을 선수 17명의 부모가 나눠 1인당 15만원 꼴로 분담해 달라는 내용이다.

A코치는 "웬만하면 돈을 안 걷고 싶은데 예산이 말라버려 발전기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교장이 배드민턴부에 비협조적이어서 보조코치가 오면 일단 1년간은 학교 코치로 등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날 학부모 모임에는 체육교사인 배드민턴부 B감독도 참석해 A코치와 비슷한 취지로 학부모들에게 협조를 당부했다고 한 학부모는 전했다.



학부모들 "자식 불이익 당할까봐 불만 말 못해"



학부모들은 선수 1명당 1년에 1000만원가량 내야 하는 상황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훈련이나 시합 때 자식이 불이익을 당할까봐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한 학부모는 "그동안 발전기금과 회비 명목으로 학교에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모른다"며 "코치 말을 안 들으면 선수 생활을 못 하게 하거나 대학 진학을 막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불만이 있어도 아무도 문제 제기를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해당 학교 교장은 "(배드민턴부 선수 1명당) 매달 방과후학교 수업비 9만원과 학교발전기금 35만원을 걷는 건 안다"며 "하지만 A코치와 B감독으로부터 코치를 추가로 뽑는다거나 발전기금을 60만원으로 올려 받겠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치를 함부로 뽑을 수 없다"며 "내 허락은 물론이고 교육청 승인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인건비를 지원하는) 운동부 지도자(순회코치) 외에 보조코치를 쓰려면 학교장의 재가 아래 방과후 강사 자격으로 활동해야 한다"며 "교장 허락 없이 코치를 뽑고 학부모들에게 월급을 분담시키는 건 용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교장 "처음 듣는 얘기…보고받은 적 없어"



교육청에 따르면 순회코치는 학교마다 1명만 배정하며, 교육청이 지원하는 코치 1명의 기본급은 월 192만8000원으로 모두 동일하다. A코치를 비롯한 순회코치 외에 지도자를 추가로 채용하려면 교장의 허락을 받아 방과후강사 자격으로 근무해야 하며,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인건비는 학교 회계 아래 학부모가 분담한다고 교육청은 전했다.

A코치와 B감독은 "학부모들에게 학교발전기금 25만원 인상과 코치 1명 추가 채용을 제안한 건 맞지만, 강요한 적이 없다"고 했다. A코치는 "배드민턴부의 어려운 재정 상황을 2시간 넘게 충분히 설명하고 상의하는 자리였다"며 "의견 수렴 후 부모들이 받아들이면 교장 선생님에게 보고드릴 계획이었는데 논란이 불거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저 혼자 선수 17명을 감당하기엔 벅차 실력 있는 코치 하나가 더 있으면 선수들에게 더 신경 쓰고 성적도 좋아질 수 있어서 우리 학교 출신으로 국가대표를 지낸 코치를 데려오려고 했다"며 "무조건 뽑겠다는 게 아니라 학부모들이 동의해 주면 교장 선생님에게 말씀드리고 채용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고 했다. 이어 "학교발전기금은 저와 감독님을 위해 쓰는 게 아니고 대부분 선수들 밥값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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