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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검사들 “검찰은 폭발 직전의 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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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직무배제]이환우 검사 “정치적 폭거 기억을”

기소된 정진웅 직무유지와 대비도… 일각 “尹이 정치에 선 그었어야”

동아일보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속 불켜진 대검 청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면서 직무에서 배제하겠다고 발표한 24일 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사무실에 불이 밝혀져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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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 공약이 실현됐다.”

“검찰은 지금 폭발 직전의 화산과 같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를 결정하자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검사 윤석열이 그렇게도 두렵나”라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검사들 사이에서는 평검사 회의 개최를 추진하려는 기류도 감지된다.

일부 검사들은 추 장관의 발표 직후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수사와 감찰을 독촉해온 만큼 직무 배제는 예상된 일이지만 추 장관이 이를 실천할 줄은 몰랐다” “추 장관이 아무래도 선을 넘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다들 벙 쪄서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는 말도 나왔다.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을 독직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기소됐는데도 직무배제를 당하지 않은 사례를 거론하는 검사도 여럿이다. 한 현직 검사는 “감찰과 정식 기소는 그 입증의 정도가 차원이 다르다”며 “추 장관은 정식 재판에 회부된 검사를 둘러싼 의혹은 침묵하고 윤 총장의 티끌을 ‘영끌’(영혼을 끌어 모아)해 직무를 배제시켰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존재여서 이런 초강수를 던지는지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윤 총장이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고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을 둘러싼 비리 혐의 수사를 끝까지 관철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에 여권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는 것이다. 윤 총장 직무배제에 따라 대전지검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축소 평가 및 증거 인멸 수사력 약화를 우려하는 기류도 있다. 제주지검의 이환우 검사는 “검찰개혁을 참칭한 정치적 폭거를 기억하고 역사 앞에 고발한다”는 글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검사들 사이에서는 여권이 윤 총장을 퇴출시키려는 정치적 구상을 일사불란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여권이 윤 총장을 퇴출시킨 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출범시키고, 추 장관은 이 같은 검찰개혁을 공적으로 내세워 서울시장 등 향후 정치 행보를 재개한다는 여권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른바 ‘선(先) 총장 퇴진, 후(後) 장관 교체’ 시나리오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정도로 파급력이 있는 결정을 추 장관 혼자서 결정하고, 검찰총장의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사후 보고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사는 ‘공직자답게 거취를 결정하라’는 메시지에 대해 “여당 대표를 포함한 여권이 추 장관의 결정을 용인한 것”이라며 “검찰총장을 끌어내리면서 차마 ‘직권남용’ 이슈는 피해 가고 싶은 여권의 ‘내로남불’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일부 친추(친추미애) 성향의 검찰 간부들 중심으로는 직무배제가 당연한 결정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선에선 윤 총장이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현실 정치와 선을 긋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기류도 있다. 일선의 한 차장검사급 간부는 “총장이 우리가 아니면 정의롭게 수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고 (지난해 7월 취임 후) 측근들만 요직에 잇달아 기용한 점 등에 대해 일선의 우려가 없지 않다”며 “총장이 국감에서 정치와 선을 긋지 않은 점은 검찰의 중립성에 큰 부담을 안겼다”고 말했다.

장관석 jks@donga.com·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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