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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3년 전 8억에 산 마래푸, 이젠 전셋값도 10억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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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이후 집값·전셋값 급등

래미안대치 84㎡는 20억에 전세

중계동 3년 전 5억→12억 매매

강남 넘어 강북까지 집값 불붙어

‘집값 오른다’ 전망 8년래 최고치

정부 “시장 안정돼간다”와 정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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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의 주택가격전망지수는 통계 작성 이후 최고였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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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는 집을 살 수 있었던 돈으로 이제는 전세살이밖에 못 하게 됐다. 집값도, 전셋값도 모두 급등한 탓이다. 최근 서울에선 전셋값이 3년 전 집값보다 비싸진 아파트 단지가 속출한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0일 20억2000만원(14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같은 면적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16억원(6층)이었다. 최근 전셋값이면 3년 전 집을 사고도 4억원가량 남았다는 얘기다. 현재 대치동은 실수요자만 집을 살 수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기 직전인 지난 6월 이 아파트는 31억원에 거래됐다.

서울 강남권이 아닌 곳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7월 말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전세난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마포구 아현동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는 2017년 5월 8억원(9층)에 팔렸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전셋값이 10억원(2층)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이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17억400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였다. 노원구 중계동의 청구 3차 아파트(전용 84㎡)는 지난 9월 7억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3년 전 집값은 5억원대였다. 이달 들어 매매가격은 12억원에 이른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는 오히려 더 많아졌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1월 소비자 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30을 기록했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7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달(122)과 비교하면 한 달 새 8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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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집값보다 오른 서울 전셋값.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는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국민의 생각은 다르다는 얘기다. 이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응답한 가구가 집값이 내릴 것으로 응답한 가구보다 많다는 뜻이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지난 7~8월에는 125까지 올랐다가 지난 9월(117)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셋값과 집값이 들썩이자 주택가격전망 CSI는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서울은 신규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전셋값이 오르면 집값이 시차를 두고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세난에 대한 정부의 진단과 처방은 시장의 수요와 달리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전세형 임대주택 공급방안이 대표적이다. 최근 전세난이 심각해진 것은 아파트 전세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다세대·다가구 위주의 매입 임대주택 공급으로 해결하려고 나섰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입자가) 같은 집에 계속 거주하는 게 주거 안정이 아니라 양질의 주택을 찾아 원활히 이동할 수 있는 게 주거 안정”이라며 “정부는 한 집에서 4년(2+2년)을 살면 주거 안정이 가능하다고 믿으니 문제”라고 지적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주택) 매매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은화·장원석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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