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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야구선수 꿈꾸던 택진이형, '집행검' 들고 통합우승 꿈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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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다이노스, 창단 9년만에 정규시즌·통합우승 영광

엔씨소프트 IT 기술, 야구에 접목…김택진 "엔씨야구는 실용야구"

뉴스1

NC다이노스 김택진 구단주가 카메라를 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1.2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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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9회초 투아웃, 투수 원종현의 볼이 크게 커브를 그리며 포수 양의지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타자 최주환의 방망이가 크게 헛돌았다. 투수와 포수는 마운드에서 얼싸안았다. 창단 9년만에 한국 프로야구의 정점에 선 NC다이노스의 우승 순간이다.

NC다이노스가 창단 9년 만에 KBO 프로야구 첫 통합우승을 거머쥐었다. 유년시절 야구선수를 꿈꾸던 소년 김택진은 NC다이노스 구단주로 야구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24일 NC다이노스는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6차전을 4-2로 승리했다. 이로써 시리즈전적 4승(2패)째를 차지한 NC다이노스는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하며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승의 순간 NC다이노스 선수들은 마운드 위에서 '형'을 기다렸다. 선수들에게 소년처럼 달려나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던 이는 '택진이 형'이라는 친근한 별명으로 익숙한 이들의 구단주, 게임사 엔씨소프트의 수장 김택진 대표였다.

김택진 구단주는 엔씨소프트의 히트 게임 '리니지'의 주요 아이템 '집행검' 모형을 만들어 우승의 순간 마운드 위에 올렸다. 집행검은 강함과 승리를 상징한다.

선수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눈물을 글썽거리던 주장 양의지는 대표로 집행검을 뽑은 뒤 선수들과 함께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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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NC 다이노스 구단주가 지난 10월24일 창원NC파크에서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되자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그라운드로 향하고 있다. 2020.10.24/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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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 꿈꿨지만…글러브 대신 컴퓨터 선택한 김택진

김택진 구단주는 초등학교 시절 육상선수로 활약했다. 학교 대표로 지역대회에 출전할 만큼 실력이 뛰어났지만 정작 지역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세상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은 그는 '경쟁 속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읽은 야구 만화 '거인의 별'은 그에게 야구선수의 꿈을 키워줬다. 당시 거인의별에 푹 빠져있던 그는 만화주인공처럼 모래주머니를 발과 팔에 차고 학교에 다녔다. 책방에서 책을 보고 커브볼을 던지는 방법을 연구했고, 골목에서 야구공을 던지며 시간을 보냈다.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입학하며 자연스레 야구선수의 꿈을 접은 그가 야구를 업으로 삼게 된 건 선수가 아닌 경남 창원을 연고로 둔 NC다이노스의 '구단주'가 되면서다.

김 구단주는 지난 2011년 창단 기자회견에서 "야구는 나에게 가슴 뛰게 하는 한 편의 드라마이자 삶의 지혜서"라며 "글러브 대신 손에 쥐어진 것은 컴퓨터지만 나를 지탱해준 것은 야구"라고 밝힌 바 있다.

엔씨소프트가 야구단 창단의향서를 냈을 당시, 다른 구단주들은 당시 매출 1조원도 내지 못하는 게임사가 연 최소 200억원 이상이 드는 프로야구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겠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김 구단주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언론 앞에 나서 "야구단 운영을 우려하는 분위기를 잘 알고 있지만 내 재산만으로 야구단을 100년은 할 수 있다"며 우려를 일축하기도 했다. 지난해 엔씨소프트의 연 매출은 1조7012억원을 기록했다.

창단 당시 김 구단주는 "수익보다는 야구가 목적인 구단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서울 출생인 그가 연고도 없는 창원을 연고지로 정한 배경이다. 야구를 사랑하는 '마산아재'들이 가득한 도시에서 김 구단주는 지난 9년간 야구가 목적인 구단을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베테랑 김경문 감독을 선임하고 이호준, 이종욱에 이어 2018년에는 양의지를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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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선수들이 두산을 상대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짓고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날 NC는 두산을 상대로 4대2로 승리하고 한국시리즈를 6차전에서 끝냈다. 2020.11.2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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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도 기술"…NC다이노스에 담긴 엔씨소프트의 IT기술

김택진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IT기술을 야구에도 접목했다. 지난 2013년 NC다이노스는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전력분석영상시스템 'D라커'를 도입해 이용하고 있다. D라커는 전력분석 부서에서 제공하는 영상과 보고서를 선수와 코치들이 태블릿PC를 이용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사이버 코치다.

현재 NC다이노스는 2군까지 포함된 모든 선수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해 D라커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있다. 구단은 데이터와 숫자를 기반으로 선수 맞춤형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업계는 NC다이노스의 야구를 두고 "엔씨소프트의 IT 기술을 만난 야구, 실용야구가 통했다"고 평가한다.

김 구단주는 선수를 소중히 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NC다이노스는 지난 2014년부터 KBO 최초로 원정경기 시 모든 선수에게 1인1실 숙박을 제공하고 있고, 나이가 많은 선수도 후한 연봉을 제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달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거둔 이동욱 NC다이노스 감독은 "좋은 구단주를 만난 나는 행복한 감독"이라면서 "구단주께서 여러 부분에서 부족함 없이 지원을 많이 해주셨다. 덕분에 우리 팀이 더 강해질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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