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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홍정욱의 오뚝이 선언..."넘어지면 다시 일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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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 홈페이지에 딸 마약 사건 언급하는 글 남겨
"내리막길서 페달 밟으면 힘들어…다소 편안해져"
홀로 견디며 자전거·독서·명상 즐긴 근황 전해
한국일보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빈소에서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이 조문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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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작별 인사를 해 정계 복귀설이 돌았던 홍정욱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딸 마약 사건을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홍 전 의원이 딸의 마약류 투약 및 밀반입 사건을 언급하며 그동안 느꼈던 심정을 장문의 글로 남겼는데, 힘든 시기를 잘 버텨내 다시 일어서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홍 전 의원은 2011년 18대 국회가 끝나갈 무렵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정계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뒤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다. 홍 전 의원이 주는 신선하고 젊은 이미지 때문에 보수 진영에선 그를 차세대 주자로 보고 있다. 주요 선거 때마다 홍 전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다.

홍 전 의원은 8월 25일 인스타그램에 "그간 즐거웠다. 여러분의 삶을 희망한다"는 글을 올려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왔다. 그러나 그는 한 달 뒤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를 떠난 이후 단 한 번도 정치 재개를 모색해 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개 활동을 하지 않던 그는 16일 "10년간 SNS에 쓴 글을 하나씩 골라 짧은 이야기를 더했다"며 주기적으로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겠다고 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세월에 맡긴다"며 근황 전해

한국일보

홍정욱 전 의원이 8월 25일 인스타그램에 작별 인사를 전하며 등산하는 사진을 올렸다. 홍정욱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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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의원은 2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삶의 위대함은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음에 있지 않고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섬에 있다"며 딸의 마약류 투약 및 밀반입 사건을 언급하며 그동안 느꼈던 심정을 장문의 글로 남겼다.

인생의 고비가 왔지만 묵묵히 잘 버텨내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그는 이어 "내리막길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더 힘들다고 한다"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세월에 맡기라고도 한다"고 말했다.

홍 전 의원은 지난해 딸의 마약 사건 이후 홀로 외로운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고 적었다. 그는 "2019년 가을 큰딸이 마약을 들고 입국하다가 적발됐다. 같은 시기 중병을 앓고 계셨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다"며 "나는 홀로 집에서 두문불출했다"고 적었다. 아내와 둘째 딸, 막내아들은 모두 미국에 있었고, 큰딸은 누나 집에서 머물며 긴 시간을 홀로 지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화상회의로 회사 일을 보고, 딸과 시간을 보내며 재판에 대비하고, 부모님이 계신 병동을 오가는 게 일상의 전부"였다며 "해를 넘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며 내 자발적 가택 연금은 장기화됐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공사장 믹스커피의 맛을 알게 됐다"

한국일보

2011년 12월 11일 홍정욱 의원이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19대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가진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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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의원은 이 시기 인생의 목표가 "하루하루를 잘 넘기는 것"이라고 했다. 집 정원 리모델링에 직접 참여한 과정을 설명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공사장을 맴돌았다. 많은 공사를 겪어 봤지만 전 과정을 직접 지켜본 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홍 전 의원은 이 과정에서 "공사장에서 마시는 믹스커피의 묘미도 배웠다"며 "뜰만 더 있었다면 계속 공사를 이어 가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정원 공사가 끝난 뒤 책을 보며 차도를 즐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은 변하고 기쁨도 슬픔도 영원한 것은 없다는 단순한 진리 앞에 마음이 다소 편안해졌다"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고 했다.

홍 전 의원은 자전거와 명상을 취미로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사람이 닭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찾을 줄 알면서 마음을 놓아 버리곤 찾을 줄 모른다는 맹자의 가르침을 떠올렸다"면서 "나는 자극과 충격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고요한 의지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며 명상 효과에 대해 적었다.

홍 전 의원은 약 1년 동안 홀로 시간을 보내면서 "강함보다 약함을 고민하는 자에게, 지식보다 무식을 염려하는 자에게 성장이 있다고 믿었다"고 전했다.

홍 전 의원의 딸 홍모씨는 지난해 9월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던 중 변종 마약의 일종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 6개와 종이 형태 마약인 LSD 등을 밀반입하다 적발돼 불구속 기소됐다. 또 2018년 2월부터 지난해 9월 미국에서 마약류를 세 차례 사들여 아홉 차례 투약한 혐의도 받았다.

홍 전 의원의 딸은 지난해 12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6월 항소심에서도 형량은 유지됐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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