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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만상 사학 비리, 사학법 개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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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교수(leedspark@hufs.ac.kr)]
"성묘(聖廟)의 동서쪽에 배향하는 현자들과 충절 및 대의를 탁월하게 빛낸 분을 모시는 서원으로서, 실로 백세토록 숭상할 만한 47개 서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다 제사를 그만두고 현판을 철거하도록 하라."

이는 고종 8년 3월 20일 조선시대 온갖 비리와 모략의 온상이었던 서원(오늘날 사학)을 개혁하고자, 이들 중 47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철폐하라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하교다. 물론 당시 유림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조선시대 임금의 현판을 하사받으면, 이곳은 사액서원으로 지정되어 오늘날 사립학교 가 정부로부터 수혜 받는 광범위한 지원을 받았다. 예컨대, 사액서원은 교육기관의 기능을 하기 위해 필요한 서적뿐만 아니라 토지와 심지어 세금면제 혜택까지 받았다. 이에 더하여 노비도 하사받았던 바, 서원 운영에 필요한 노동을 제공받았다는 측면에서 국가가 서원의 인건비까지 부담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각종 혜택에도 불구하고, 서원은 공공(公共)의 의무는 저버린 채, 이를 조세 회피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당쟁의 거점으로 삼는 등 그 폐해가 막심했다. 즉, 서원이 일종의 특권기관이 되어 온갖 특전은 향유하면서도, 붕당에 골몰함으로써 사회적 분열을 야기해 오늘날 말하는 소위 적폐의 모습으로 변질되어갔다. 사립학교의 공공성보다는 자율성을 강조하고, 국민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국민의 목소리는 들으려고 하지 않는 작금의 현실과 아주 유사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에 의하면, 교육부 혹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적발된 재단 횡령, 회계부정 등 293개 사립대학의 사학 비리 건수가 1367건에 달했으며, 비위 금액은 모두 2624억 원에 이르렀다. 예컨대, 한 예술대학교 이사장 자녀는 공식적인 절차와 검증 없이 이 대학에 채용되는가 하면, 출근도 하지 않았음에도 이 자녀에게 5900만 원의 급여가 지급되기도 했다.

한 사립대는 미국 시민권자인 이사 직계 가족을 심사 없이 교수로 임용한다거나, 대학교 총장이 아들 면접에 직접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사례도 적발되었다. 서울 소재 한 사립전문대 이사장은 퇴임 후 학교 내 수익용 건물에 무상으로 거주하고, 또 다른 한 사립대학의 이사(이사장 며느리)는 본인이 소유한 아파트를 학교에 정상가 이상 과도한 금액으로 매도했으며, 어떤 대학은 교비로 지급한 총장 관사의 관리비가 4000만 원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이외에도 개인적인 목적으로 골프를 즐기면서 그 비용을 학교 돈으로 지출하거나, 명절 인사비 명목으로 설립자 가족과 이사 등에게 수천만 원을 지급한 대학도 있었다. 가히 천태만상 비리의 온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2005년 12월 참여정부는 각종 사학 비리를 바로잡고자 사립학교법(사학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교육계가 환호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환호도 잠시,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표였던 박근혜 의원을 필두로 하여 야당은 사학법 무효를 주장하며 본회의뿐 아니라 예결위를 포함한 모든 상임위원회를 전면 거부하고 장외투쟁에 나섰다.

또 홍신학원의 나경원, 현대학원의 정몽준 등을 포함하여 여러 한나라당 의원들은 '사학법 개정을 통해 전교조가 사학을 장악하려고 한다', '학생들을 사회주의 전사로 양성하고자 한다'라는 거짓선동을 했다. 사학재단들은 그들대로 신입생 모집 거부와 폐교 등을 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했고, 보수개신교 교회마다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예상보다 훨씬 강한 야당의 반발이 이어지자 애초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던 여당은 2006년 7월 급기야 한나라당의 입맛대로 재개정에 나섰다.

사립 초·중등학교와 사립대학은 각종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연간 14조 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적혜택과 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학의 부정과 비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지난달 민주당 윤영덕 의원은 사학개혁을 위한 입법플랜 정책자료집을 통해, 재단의 전횡 방지, 비리 당사자의 대학 복귀 금지, 외부에서 초빙하는 개방이사 에 설립자 및 친인척 제외, 사학재정의 투명성 강화 등, 총 열 가지 입법과제를 제안하였다. 이와 같은 입법 과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어 부패사학 척결과 사학법 개정이 다시금 제21대 국회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본다.

정당 간 협치는 일정 부분 불가피할지 모르겠으나, 협치를 명분으로 반드시 이루어야 할 개혁을 미루거나, 굴복과 야합을 협치라는 표현으로 미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19세기 대원군도 해냈던 사학개혁을, 오히려 사회가 더 발전하고 진보한 21세기에서 이루지 못한다면 후손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박병일 한국외대 교수(leedspark@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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