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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임신 못한다” 22세 며느리 굶겨 죽게 한 중국 시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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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법원서 시부모·남편에 솜방망이 처벌…여론 들끓어

조선일보

피해자 팡씨의 유년 시절 사진. 이 사진은 그녀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유일하게 올라와 있는 어렸을 적 사진으로 전해졌다.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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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시부모가 아이를 낳지 못한다며 20대 며느리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중국 1심 법원은 시부모와 시부모의 학대를 거든 남편에게 징역 2~3년의 솜방망이 처벌을 선고했고, 이에 여론이 들끓자 결국 상급법원이 재심을 결정했다.

24일 중국일보와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 더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최근 22세 여성 팡모씨에 대한 학대 혐의 재판에 대해 하급 법원인 위청인민법원에 재심을 요청했다.

앞서 위청인민법원은 1심에서 팡씨의 시부모와 남편에게 학대 혐의 유죄를 선고했다. 시부인 장지린은 징역 3년형을, 시모인 류란잉은 징역 2년2월형을 선고받았고, 남편 장빙은 징역 2년에 집형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팡씨는 2016년 11월 장빙과 결혼했고 2019년 1월 31일 숨졌다. 팡씨와 장빙의 결혼은 일종의 매매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빙의 부모는 팡씨의 가족에게 13만위안(약 2200만원)을 지불했다고 한다. 그런데 팡씨는 2018년 7월부터 시부모와 남편으로부터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받았다. 이유는 결혼을 했는데도 팡씨가 임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부모와 남편은 팡씨에게 음식을 주지 않았고, 가뒀으며, 때렸고, 추운 날 집 밖에 서 있게 했다. 팡씨가 죽던 날도 팡씨는 이들에게 맞았다. 결혼 당시 몸무게가 80kg이었던 팡씨는 사망 즈음엔 30kg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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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청인민법원 전경.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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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팡씨의 시부모와 남편은 살인 혐의가 아닌 학대 혐의로 기소됐다. 중국 법상 학대 혐의 최고형도 징역 7년에 달하는데, 이들은 이보다 훨씬 가벼운 형량을 선고 받았다. 위청인민법원은 이들이 범행을 자백했고, 손해배상금으로 5만위안(약 845만원)을 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팽씨의 사촌은 중국 인터넷 매체인 남화왕과의 인터뷰에서 팽씨가 죽기 전 경찰에 팽씨의 시댁 식구들이 그녀에 접근할 수 없도록 팽씨 가족이 학대 행위를 신고 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별다른 조치가 없었고, 팽씨 가족은 팽씨가 죽고 나서야 경찰에 두번째 신고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심 판결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에서는 웨이보 등을 중심으로 비난이 빗발쳤다. 수일 간 이 사건 판결을 다룬 해시태그 기사가 트렌드에 올랐고, 관련 페이지의 조회수는 2억9000만회를 넘어섰다. 한 이용자는 “이 학대남은 결혼이라는 망토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다”고 했고, 다른 이용자는 “장난감 총을 팔거나 음란 서적을 쓰는 것도 10년형을 받을 수 있는데, 삶이란 게 그렇게 가치 없는 일인가”라고 했다.

위청인민법원의 재심은 피해자 팽씨 측의 요청으로 한 차례 연기돼 11월 27일 열릴 예정이다. 더저우 중급인민법원은 재심을 요청하면서 1심 재판이 공익이나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도 아닌데 비공개로 진행된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심 재판은 공개로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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