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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제 2의 송교창' 꿈꾸는 최초, 이항범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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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최초의 고졸 1순위 신인 삼성 차민석

잠실=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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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최초의 고졸 1순위 신인 차민석이 23일 신인 드래프트에 앞선 트라이아웃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잠실=KBL)


일단 한국 프로농구(KBL)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고졸 선수 최초의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이라는 기록이다.

하지만 이후 어떤 선수로 역사에 새겨질지가 중요하다. 고졸 최초 1순위 신인이라는 기록만 남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서울 삼성의 지명을 받은 차민석(19·200cm)이다.

차민석은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0 KBL 국내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삼성 이상민 감독으로부터 전체 1순위로 지명됐다. 48명 참가자 중 가장 먼저 이름이 불렸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사상 첫 1순위 지명 고졸 신인이다. 제물포고 졸업 예정인 차민석은 이전까지 가장 높은 고졸 선수 지명 순위였던 2015년 송교창(전주 KCC), 2018년 서명진(울산 현대모비스)의 전체 3순위를 넘어섰다.

2m 신장에도 빠른 움직임이 장점으로 꼽힌다. 삼성 이상민 감독은 차민석 지명 뒤 "큰 신장에 스피드, 운동 센스까지 갖춘 선수"라면서 "향후 한국 농구는 물론 세계 농구가 지향하는 선수가 아닌가 싶어서 지명했다"고 밝혔다.

차민석은 고교 2학년이던 지난해 5개 대회에서 24경기 평균 26.2점 12.8리바운드 4.5도움 2.3블록슛을 기록했다. 3점슛은 경기당 0.3개로 많지 않았다. 파워 포워드나 센터 포지션을 주로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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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고졸 선수 최고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전주 KCC 송교창.(사진=KBL)


하지만 KBL에서 2m 신장은 큰 게 아니다. 탄력이 좋은 외국인 선수가 뛰는 만큼 센터 포지션은 어렵다. 변화가 필요하다.

차민석도 이를 알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 뒤 인터뷰에서 차민석은 "고교 1, 2학년 때는 4번(파워 포워드), 5번(센터)을 봤지만 3학년 때는 3번(스몰 포워드), 4번으로 전향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외곽슛을 장착해야 하는데 본인은 노력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차민석은 "고교 3학년 때는 코로나19로 대회가 없어서 고교 2학년 때 영상만 보고 판단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많이 달라졌고, 단점이라는 슛도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것을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빙 슛, 점프 슛, 3점슛 다 훈련했다"고도 했다.

차민석에 앞선 고졸 선수 성공 케이스는 송교창이 꼽힌다. 송교창은 KBL에 데뷔한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덩크슛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더니 이듬 시즌부터 두 자릿수 득점(11.9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평균 15점 5리바운드 3.2도움에 이어 올 시즌 15점 6.9리바운드 2도움으로 팀의 핵심 선수로 뛰고 있다.

이상민 감독은 "송교창 정도로 성장하면 당연히 좋다"면서 "아직까지는 무리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하지만 차민석도 충분히 가능성과 자질은 있다고 본다"면서 "본인이 얼마나 노력하느냐, 지도자를 잘 만나서 크느냐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차민석도 "롤 모델을 정하진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따라가려는 선수가 송교창, 양홍석 선배"라고 했다. 양홍석(부산 kt)은 고졸은 아니나 중앙대 1학년 때 드래프트에 나왔다. 올 시즌 평균 14.4점 6.6리바운드 1.4도움으로 송교창과 비슷한 성적을 내고 있다. 송교창, 양홍석 모두 3, 4번을 맡아 내외곽에서 활약한다.

차민석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장신 가드에 대한 의욕도 보인다. 차민석은 "3번에 정착하고 포지션 적응을 잘 하면 가드까지 노력해야 할 것 같다"는 욕심도 냈다. "고교 3학년 때 가드가 부상을 당해서 잠시 해본 적 있다"는 차민석은 "능력은 부족하지만 어떤 포지션인지 느낀 것 같고, 향후 가드를 염두에 둘 생각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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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선수 최초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발된 이항범(왼쪽)의 모습.(자료사진=KBL)


하지만 그건 일단 프로에서 살아남은 뒤의 일이다. KBL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 2004년 최초의 고졸 신인이었던 이항범은 168cm 신장의 한계 속에 프로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1경기 실전도 없이 KBL을 떠났다. 2005년 교포 고졸 선수 한상웅도 전체 4순위로 서울 SK에 입단했으나 2015-2016시즌까지 6시즌 동안 평균 3분여를 소화, 존재감이 미미했다.

차민석은 "(대졸 신인보다) 4년 일찍 뛰어든 만큼 슛도 교정해야 하고 웨이트 훈련도 해야 한다"면서 "D리그(2군)부터 나오면 형들과 부딪혀봐야 (경쟁력을) 생각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이 감독도 "경기 감각이나 몸 상태를 체크한 뒤 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차민석은 인터뷰 내내 고교생이 맞나 싶을 만큼 차분하게 조리있게 말했다. 민감한 질문도 매끄럽게 피해갔다. 일단 KBL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목. 2m의 체격까지 갖춘 차민석은 작은 신장으로 고전했던 이항범, 한상웅보다야 나은 커리어를 쌓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감독의 말한 대로 본인의 노력이다. 과연 차민석이 송교창처럼 제 2의 고졸 신화를 쓸 수 있을까. 아니면 이항범처럼 KBL 최초라는 영광의 기록 저편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사라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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