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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美 돌려놓을 ‘베테랑 군단’ 온다…바이든 내각 인선 공식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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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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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3일(현지 시간) 외교안보 분야 내각 인선을 공식 발표했다. 각 분야에서 전문지식과 오랜 경력을 갖춘 전문가들을 기용하는 동시에 여성과 유색인종 등 다양성을 고려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베테랑 군단’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에서 빠져나와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외교력과 글로벌 가치를 복원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돌려놓을 전문가 군단의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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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국가장보국장(DNI)에는 애브릴 헤인스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이 지명됐다. 현재 중앙정보국(CIA) 수장(부장관급)인 지나 헤스펠보다 더 높은 자리로, 헤인스 국장이 최종 임명되면 미 정보당국 역사상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여성이 된다. 2015~2017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역임한 그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도 거론돼 왔다. 시카고대 물리학과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나온 헤인즈 지명자는 2007~2008년 상원 외교위원회 부수석 전문위원으로 당시 외교위원장이었던 바이든 당선인과 호흡을 맞췄다.

이민자 문제를 총괄하는 국토안보부 장관에는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전 국토안보부 부장관이 낙점됐다. 첫 이민자 출신이자 라틴계인 국토안보부 장관이 탄생하게 되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남부 국경장벽 건설을 밀어붙이고, 불법이민자 부모와 어린 자녀들을 강제로 떼어놓는 등 거센 비판을 불렀던 이민 정책을 바이든 행정부가 원점으로 되돌릴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기후변화 특사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활동하게 된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던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의 기본 틀을 설계한 주요 인사이자 협약에 서명한 당사자. 바이든 인수위는 기후변화 특사 자리를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내에 설치할 것이라고 밝혀 기후변화 문제를 백악관에서 직접 다루게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인수위는 이와 함께 자료에서 그를 설명하며 ‘핵 비확산에서 극단주의 세력까지 도전들을 다뤄온 ’미국의 Mr. 외교‘라고 했던 뉴욕타임스의 평가를 달았다. NSC에서 기후변화를 넘어서는 외교안보 이슈에도 그가 자문을 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와 함께 언론을 통해 먼저 보도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 인선도 공식 발표했다. 바이든 인수위는 이날 발표한 6명의 지명자에 대해 “위기 대처 능력이 검증된 경륜 있는 지도자들이 미국을 대내외적으로 안전하게 지키고, 우리 시대에 직면한 도전들에 대응하며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작업을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우리의 국가안보와 외교 정책 문제에 대해서는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며 “이들은 취임 첫날부터 나를 도와 미국의 자리를 되찾고 우리의 안보와 번영, 가치를 증진시킨 핵심 멤버들”이라고 말했다.

●첫 여성 재무장관 탄생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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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국가부채와 세수 현황 등 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재무부 장관에는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74)이 지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임명될 전망”이라며 이를 보도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냈던 그는 만일 공식지명과 의회 인준을 거칠 경우 재무장관, 연준 의장,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등 미국의 3대 경제 요직을 모두 역임하는 최초의 인물이 될 전망이다. 옐런 전 의장은 중앙은행장이자 미국의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연준 의장직을 수행한 사상 첫 여성이기도 하다.

뉴욕 브룩클린 출신으로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옐런 전 의장은 2004~2010년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뒤, 2014년까지 연방 연준 부의장으로서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과 호흡을 맞췄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2014년 연준 의장으로 올라선 그는 금융위기 시절 도입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무리없이 계승해 미국과 글로벌 경제의 경기회복을 이끌었다. 연준이 결국 2015년 말 긴축으로 돌아선 이후에도 시장과 소통을 통해 금리 인상의 충격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의 이런 경험은 팬데믹으로 인한 최악의 경기침체에 빠져 있는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옐런 전 의장은 평소에도 경제 여건이 취약한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해 지나친 긴축 정책을 펼 경우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을 자주 해왔다. 최근에는 대량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경기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추가 부양책의 집행을 강력 권고했다. 이에 따라 그는 만약 재무장관으로 취임하면 즉시 현재 의회에서 계류돼 있는 경기부양책 통과와 집행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 다수당 확보가 불투명한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옐런 전 의장은 다른 후보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 진보진영에게 지지를 받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은 인준 과정에서 공화당의 벽을 넘지 못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최근 “당내 중도파와 진보파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을 하겠다”고 했고, 이때부터 시장은 옐런 전 의장의 지명 가능성을 높게 봐왔다. 옐런 전 의장은 2014년 연준 의장 인준 때에도 공화당에서 11표의 지지를 얻었던 만큼 이번 재무장관 인준에서도 초당적 지지를 받을 공산이 크다. 옐런 전 의장은 평소 급진적인 경제정책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금융감독 강화와, 탄소배출세 도입 등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당내 진보진영의 호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연준 의장직에서 물러난 그는 민주당원으로서 바이든 캠프에 경제 정책을 조언해왔다. 그는 민주당 후보와 캠프에 4만4000달러를 기부해왔고 바이든 후보에게도 2800달러를 지원했다.

옐런 전 의장의 남편은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정보 비대칭 이론‘의 창시자인 조지 애컬로프 교수로 부부 공동 집필도 여러 차례 했다. 연준 의장 시절에는 이웃집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인자한 외모로 절제되고 단호한 언어를 사용해 주목을 받았다. 첫 여성 연준 의장의 경력에 걸맞게 여성의 노동참여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온 노동 경제학자로 평가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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