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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바이든은 왜 '급진' 워런 대신 '비둘기' 옐런을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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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머니투데이

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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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선택은 '급진파' 대신 '비둘기'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74)을 재무장관에 지명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급진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이 아닌 시장친화적인 성향의 옐런 전 의장을 택한 건 민주당의 과반 장악이 불투명한 상원에서의 인준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다. 시장으로선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워런 의원의 재무장관 지명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셈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바이든 당선인과 경쟁을 벌인 워런 의원은 자칭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과 함께 급진적 공약으로 한때 열풍을 일으켰다. 부자증세, 금융규제 강화 뿐 아니라 구글·페이스북 등 대형 기술기업의 해체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워런 의원과 샌더스 의원 모두 중도층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경선을 중도 포기한 뒤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후 워런 의원과 샌더스 의원은 각각 재무장관, 노동장관 직을 강력하게 희망해왔다.

문제는 워런 의원의 급진적 성향에 비춰볼 때 민주당이 상원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인준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 3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으로부터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내년 1월 결선 투표로 가는 조지아 주의 2석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확보한 의석이 48석에 불과하고, 공화당은 이미 총 의석(100석)의 절반인 50석을 차지했다.

미국 연방 헌법에 따르면 상원 의장을 겸하는 부통령이 캐스팅보터로 의결에 참여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공화당이 51석 이상을 장악하면 큰 의미가 없다.

결국 바이든 당선인으로선 초대 내각 구성부터 상원 인준에서 발목 잡히는 사태를 피하려면 공화당 중도파도 수용할 수 있는 시장친화적 인물을 재무장관 후보로 지명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비둘기파'(통화완화주의자)로 분류되는 옐런 전 의장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던 2014년 공화당까지 아우르는 초당적 지지로 상원 인준을 통과하며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연준 의장이 된 전례가 있다.

만약 옐런 전 의장이 상원의 인준을 받는다면 미국 역사상 첫번째 여성 재무장관으로 기록된다.

이 경우 코로나19(COVID-19) 사태의 충격에서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추가 경기부양책과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인 증세안 마련 등이 그의 핵심 당면 과제가 될 전망이다.

옐런 전 의장은 2014년부터 4년 간 연준 의장으로서 미국의 경기회복을 위한 양적완화 뿐 아니라 5차례의 금리인상을 통한 출구전략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옐런 전 의장의 재임기간 4년 동안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60% 가까이 뛰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으로 현 제롬 파월 의장을 선택하면서 연임에 실패한 채 2018년 2월 연준을 떠났다. 지금은 민주당 성향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특별연구원으로 있다.

아이비리그 브라운대를 졸업한 뒤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남편은 조지 애커로프 UC버클리대 교수로, '정보비대칭 이론'을 정립해 2001년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와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물이다. 이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 부부'로도 불린다.

뉴욕=이상배 특파원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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