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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성관계 몰래 녹음, 당연히 성범죄" vs "억울한 사례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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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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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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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상황에서 상대방 동의없이 이를 녹음하는 것도 성폭력범죄로 처벌하자는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시민들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법 사안까지는 아니라는 입장과 2차 가해를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견해가 갈린다.


"성관계 몰래 녹음해도 '성범죄' 처벌"…국회 입법예고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인은 지난 18일 상대방 동의 없이 성관계 상황을 녹음할 경우 성범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성폭력범죄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들은 최근 성관계 음성을 상대방 동의 없이 휴대폰이나 소형녹음기로 녹음해 유포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음성파일은 불법영상물과 마찬가지로 상대를 협박하거나 리벤지포르노 용도로 악용될 수 있어 성폭력범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녹음기 등으로 상대방 의사에 반해 성관계 음성을 녹음하거나 반포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한다는 것이 개정안 주요 내용이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이를 배포하면 5년 이하 징역, 음성물을 가지고 협박을 할 땐 1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함으로써 신종 성폭력 범죄에 대응한다는 취지다.

현행법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상대방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배포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녹음파일도 당사자에겐 폭력" vs "억울한 사례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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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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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예고안이 나오자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찬반 논쟁이 뜨겁게 불붙었다. 국회 입법예고 시스템 게시판에는 23일 오후 5시 기준 2만2000건이 넘는 찬·반 댓글이 달렸다.

20대 직장인 A씨는 "동의없는 녹음은 상대방에겐 폭력이며 법안이 없었던 것이 오히려 놀랍다"라며 "음성 파일만으로도 당사자는 큰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합의하고 녹음했다면 합의했다는 부분도 함께 녹음하면 될 문제"라며 "n번방까지 나온 우리나라에선 꼭 필요한 법"이라고 덧붙였다.

입법에 반대하는 30대 직장인 B씨는 "합의 하에 녹음을 했는데 나중에 말을 바꾼다면 고소를 당한 사람은 무고에 대항할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남자들을 성범죄자로 만들기 쉬운 법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성호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소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녹음은 허위 미투와 무고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단 하나 남은 수단"이라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누구도 허위 미투로 인한 누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반대 의견 등록을 독려했다.



전문가도 의견 분분…"입법 되긴 어려워" vs "꼭 필요한 법안"



입법예고안과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찬반을 나눠 논쟁이 필요한 사안일까 싶기도 하다"라며 "법안을 만들게 된 경위는 이해하지만 입법까지 되기는 어려운 법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법에서 보는 불법촬영물은 디지털파일 형태로서의 영상과 음성을 다 포괄할 수 있다"라며 "음성 녹음 파일을 따로 입법까지 해야 할 사안이라고는 보여지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현행법에는 음성 녹음에 대한 별도 법률이 없어 성범죄가 아닌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밖에 없었다며 입법을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 양태정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에서 녹음 부분은 처벌이 어렵고 동의 없이 녹음을 하더라도 명예훼손으로밖에 대응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오히려 성관계 음성 녹음을 증거로 제출하며 피해 여성이 동의하고 즐겼다고 주장하는 2차 가해가 빈번해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했다.

해당 법이 시행됐을 때 강간이나 성범죄 관련 무고죄 증거를 수집하는 방법을 무력화시킨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양 변호사는 "성관계를 녹음한다고해서 성범죄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무고 입증은 성관계 전후 맥락이나 증거들을 법원에서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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