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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대한항공·아시아나 뿐 아니다"...구조조정 기로에 선 한국 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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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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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료사진) /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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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산업계가 다시 한 번 산업구조 재편의 중대 기로에 섰다. 코로나19(COVID-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에 이어 철강·정유화학 등 기초소재부터 완성차업계까지 장기침체와 과잉경쟁에 노출됐다. 대부분 업종에서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결정은 그 신호탄이다. 한국 산업계가 중공업에서 첨단기술업으로 대전환하기 위해서도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항공업'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점에서 사모펀드의 공격에 발목 잡힌 항공업 구조조정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항공업 구조조정, 전 산업 구조개편의 신호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1997년)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2008년)에서 다시 10여년이 지나 '코로나19 발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된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구조조정 1순위지만 다른 산업군의 위기감도 만만치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23일 "구조조정 여파가 산업계 어디까지 번질지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철강업은 포스코가 지난 2분기에 사상 첫 분기적자(별도기준)를 냈다. 수요부진은 아직까지 뾰족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현대제철은 이미 열연코일 설비를 줄였다. 초유의 철강 구조조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 여파에 가려져 있지만 정유업계도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본격 가동되면 신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며 정유업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쌍용차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완성차업계도 구조조정의 예외가 아니다.


정부가 끌고 민간이 뒷받침, 사례에서 배워야

구조조정 방식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민간 매각이 '절대선'은 아니다. 독과점 문제를 제대로 짚어야 한다. 특혜 논란도 피해야 한다. 하지만 민간에서 태어난 기업은 민간이 맡고, 관은 관리자 의무를 다하는 게 최선임을 보여주는 사례는 숱하게 많다.

IMF 당시 파산한 기아차는 현대차에 인수된 후 유동성 지원과 기술력 지원을 받아 전혀 다른 글로벌 완성차기업이 됐다. 10년 간 주인을 찾지 못하며 10조원 이상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해양도 결국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된 후 빠르게 체력을 회복하고 있다.

양사 모두 고질적인 방만 경영이 민간에서 관리를 맡은 이후 사라졌다. 민간 영역의 부실과 부진은 성과 평가에 직접 영향을 준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공적자금의 투입과 민간 매각의 효율성 공식이 올바르게 작동한 사례다.

반면 한진해운과 해운업계 현 상황은 또 다른 반면교사다. 대우조선해양엔 적극적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정부가 한진해운은 내버려뒀다. 결국 한진해운은 사라졌다. 아시아나항공 문제 해결에 정부가 적극성을 보이는 것에 대해 "한진해운 사태를 교훈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사라진 한진해운의 해운망은 경쟁국에 돌아갔고, 수출기업들의 신용도는 낮아졌다"며 "우량 기업이 인수해 되살릴 수 있도록 기회를 줬으면 한진해운 사태도 달라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10년만에 다시 구조조정, 아시아나가 첫단추

2020년 아시아나항공 빅딜로 다시 구조조정의 문이 열렸다. 이 구조조정을 잘 해야 기존 대형산업을 재편해 효율을 높이고, 지원 여력을 미래 첨단산업에 집중할 수 있다. 이는 전 산업계 체질을 개선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정부가 항공산업에 강한 재편 의지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만 그칠 문제가 아니다. 여러 정부를 거치며 난립한 LCC(저비용항공사)들이 모두 경영난 속에 '실업 폭탄'이 됐다. 빠른 선조치가 필요하다. 두산그룹이 중심에 선 중공업과 건설기계 구조개편도 시간이 많지 않다.

차근차근 고비를 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와중에 KCGI(강성부펀드)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에 반대하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국가기간산업을 맡고 있는 한진그룹에 대한 적대적 M&A(인수합병) 시도에 이어 항공업 구조개편 정책까지 막아선 셈이다.

법원은 25일 이 가처분 신청의 심문에 들어간다. 항공업계는 딜이 무산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파산에 이를 것으로 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파산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며 "법원이 항공업계 10만명 종사자들을 위해서라도 현명한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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